퇴직자들 창업 도전, 이것이 포인트
퇴직자들 창업 도전, 이것이 포인트
  • 신정식 자유기고가 
  • 입력 2007-05-14 15:33
  • 승인 2007.05.14 15: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업가이드 - 장사 경험 없고 실패 두려움 많은

창업자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실패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장사 경험이 없는 퇴직 가장들에겐 더욱 그렇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40~50대 퇴직 가장들에겐 그 두려움은 절박감으로 다가온다. 실패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간 여유가 없는 까닭이다. 방송사, 경제단체 등이 하는 창업교실에서 초보창업자는 자신의 능력을 벗어나 무리하게 투자해선 안 된다.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겠다’는 욕심보다는 안정성에 역점을 두고 창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론 5천만원 이하의 퇴직금으로 점포를 마련해 창업하긴 어렵다. 퇴직금이 1억 원 이상 돼도 장사 경험이 없는 사람이 그 돈을 몽땅 창업비로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점포 창업은 임대료, 인테리어비 등을 감안하면 실제 잡은 돈보다 더 들게 마련이다. 임차보증금이 1천만~2천만원선으로 낮으면 월세가 높다. 또 가게가 상가일 땐 권리금이 높다. 높은 월세나 권리금은 장사 경험이 없는 퇴직자들에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실패 위험성도 큰 것이다.



돈 번다는 생각에 앞서 장사부터 배워라

나대석 한국사업연구소 소장은 “장사가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자세로 접근하라”고 권한다. 그는 또 “적은 돈으로 사업 수완을 점검하는 데는 무점포사업만 한 게 없다”고 조언한다. 무점포사업은 자신이 뛰는 만큼 벌 수 있다. 창업자금을 날려 버리는 실패 부담이 없다. 자신의 영업력은 물론 손님 성향이나 아이템의 사업성도 체크할 수 있다. 창업교실에서 배운 고객유치법과 영업 현장에서 접하는 손님 끌기 요령은 차이가 크게 난다.

특히 고위직에 있었던 사람이나 대인관계 업무를 맡지 않았던 사람이 창업에 나설수록 그렇다. 퇴직 전의 사회적 지위만을 의식해 손님 앞에서 뻣뻣하다면 장사가 쉽지 않을 것은 뻔하다.

나 소장은 “따라서 무점포창업 쪽으로 방향을 틀면 다소 여유로운 창업을 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점포를 낼 수 있는 여유로 무점포 아이템을 골라보라는 얘기다. 무점포사업이란 점포 없이도 할 수 있는 사업이지, 점포가 없어야 할 수 있는 사업이란 뜻은 아니란다.


점잖게 배울 수 있는 아이템도 많아

돈에 큰 욕심 없이 장사를 배워 보겠다면 점잖게 배울 수 있는 창업아이템들이 많다.

프랜차이즈 ‘반딧불이’는 특별한 노동 없이 실내공기를 맑게 걸러주는 웰빙형 무점포 창업아이템. 가맹본부에서 제공하는 오존발생기와 공기집진기를 이용, 아토피, 비염, 천식 등 알레르기성 질병을 막는 사업이다. “시공과정이 첨단 장비 중심으로 이뤄지고 정장차림으로 시공할 수 있어 나이든 퇴직자들에겐 신뢰감을 주는 이점이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특히 하루 1백명 이상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연 1회 이상 실내공기 측정이 의무화돼 있으나 대부분의 업소들이 벌과금 납부로 때우는 실정이다. 이 창업 아이템 영업은 대형빌딩 관리사무실에 들러 연 1회 정기관리를 계약하는 것이다. 1백만원대의 8백cc급 소형 중고차 1대만 있으면 창업 준비는 끝난다.

이렇게 들어가는 창업비는 2,500만원선. 이 가운데 ‘반딧불이’ 본사가 주는 시공 장비 대금 2,000만원이 포함된다. 가맹점의 월 평균 예상 수익금은 400만원대.

그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그림 대여업을 권해볼 만하다. 고위직에 있었던 퇴직자들의 경우 품위 유지를 하면서 돈 벌 수 있는 사업이다. 사무실, 관공서, 병원, 외식업소, 카페 , 가정집 등 인테리어가 필요한 곳이면 모두 고객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인맥이 사업 관건이다.

본사에서 화가 그림 140여점을 빌려 주고 화랑과도 연결시켜 준다. 고객에게 5~10점의 그림을 보여 주며 영업하면 된다. 정물화, 풍경화, 동양화 등 인쇄물이 아닌 그림을 시중가의 5%쯤 할인된 값으로 빌려 주는 것이다.

석 달에 한 번 무상으로 그림을 바꿔주거나 회원가입비 형태로 회비를 받는 등 영업아이템을 넓혀갈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그림을 40%쯤 싼값에 팔기도 한다. 창업비는 1,000~3,000만원까지 다양하다. 이 가운데 그림 값에 해당되는 초도 물품비가 큰 게 특징이다. 그림 인도에 따른 보증금인 셈이다. 월평균 예상 수익은 300만~400만원선. 예픽스 포탈아트 등에서 사업을 같이 할 동반자를 찾고 있다.


호프집은 가까이 있는 창업실험실

무점포창업에 나서기 어렵다면 호프집을 해보는 것도 생각해볼만 하다. 호프집 경영 20년 경력의 기우섭씨(52)는 “장사를 배우는 데는 호프집 만한게 없다”고 말한다. 기 사장은 모 전자회사 직원으로 있으면서 부업삼아 했던 호프집을 퇴직과 더불어 전업한 사례다. 이젠 호프집 호동회를 이끌며 동호인들 자문까지 해주고 있다. 그는 “호프집은 체인점 이름값에 크게 영향 받지 않고 나이대별로 거부감이 없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동네 호프집은 4,000만~5,000만원으로 충분히 차릴 수 있다. 기 사장은 “가맹비 등 조건이 안 좋다면 굳이 프랜차이즈 가입을 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동네 호프집은 프랜차이즈 간판이 장사 포인트가 아니라 주인의 인심과 서비스가 장사 포인트라 강조한다.

장소에 따라 다르지만 호프집에선 소주 칵테일 등 비슷한 품목들을 다 취급할 수 있다. 그러나 칵테일 바로 차려서 호프집 분위기를 내거나 일반인들이 많이 찾는 치킨을 안주로 내놓긴 힘들다. 지하나 번화가는 될 수 있는 한 피하는 게 좋다. 지하는 편히 한잔 한다는 호프집 이미지와 맞지 않다. 또 번화가는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여 겉으로 볼 땐 장사가 잘 되는 듯 하나 경쟁이 심해 제살 깎아먹기식으로 운영하는 가게가 수두룩하다는 게 기 사장 설명이다.

그러나 돈에 큰 욕심을 내지 않고 손님에게 성의를 다한다는 자세만 돼 있으면 월 평균 250만~300만원은 벌 수 있다. 여기에 안주 준비와 다양한 음악을 틀어주면서 사랑방 분위기를 낸다면 수익이 늘게 마련이다. 호프집은 또 환금성이 커 손실 폭이 적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손님을 잘 접대하는 체질이 아니다 싶으면 언제라도 쉽게 그만 둘 수 있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해서 최종 판단하는 것은 퇴직자 자신의 몫이다. 이젠 현명한 선택만 남았다.

신정식 자유기고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