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거품과 과도한 소비행태가 원인이었다
대한민국 국민은 매일매일 배우고 기억해야 할 것도 많다. 김연아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놓고 겨룰 때는 온 국민이 피겨스케이팅의 온갖 기술용어며 라이벌 선수의 신상과 특징도 훤히 꿰더니 박태환 선수 덕에 수영종목과 관련한 정보에 대해서도 이젠 제법 아는 체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역동적이라는 이야기도 되겠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모두가 굉장히 피곤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사회경제적 환경에 놓여있다는 반증도 될 것이다. 21세기의 처음 10년을 마무리하는 현재까지도 우리에게 지울 수 없는 엄청난 경제적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것이 바로 IMF이다. IMF(인터내셔널 뮤추얼 펀드) -그 이전에 우리 중 어느 누가 이 국제적인 조직의 명칭을 알 수 있었을까. 극소수 사람을 제외하고 IMF는 우리에게 아주 낯선 이름이었지만 그 시대를 힘겹게 헤쳐 나온 우리 모두는 IMF와 그로 인한 상처를 하나쯤 가슴 속에 품은 채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며칠 전 유럽에서 신자유주의적 혹은 금융 자율적 방임정책의 최우등생으로 손꼽히던 아일랜드가 마침내 IMF구제 금융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그로 인해 유럽발 금융위기에 대한 불투명성은 어느 정도 개선되었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그들 국민에게 강요될 고통이 새삼 10여 년 전 우리의 그것과 오버랩 되며 가슴 한켠이 짠해진다.
아일랜드 역시 1980년대의 일본 혹은 2년 전의 미국 서브모기지 사태와 동일하게 결국은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자산의 거품이 붕괴한 것이고 대한민국의 IMF 역시 자산거품과 과도한 소비행태가 그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너무 빨리 샴페인을 터뜨렸다”는 당시 대한민국 상황에 대한 통렬한 지적은 냉정하게 볼 때 사실 적절한 것이었고 이제 아일랜드가 처한 경제적 어려움을 보며 현재 우리 경제에 거품은 없는지 다시금 묻고 싶다.
경제에 있어서 거품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그것은 스스로도 제동을 걸지 못할 과도한 욕심이 빚어낸 환상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생각이다. 남보다 더 잘살아보겠다는 환상, 어떻게든 빨리 성공하겠다는 환상, 그 환상을 좇다보니 바로 눈 아래를 못보고 발을 헛디뎌 결국 진창에 넘어지는 꼴이다.
며칠 전 전체 금융사의 대출액이 1500조원에 육박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개인워크아웃 신청도 증가추세로 돌아섰다고 한다. 국가채무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섣불리 금리인상에 손을 못대는 이유도 바로 이 채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금리가 인상된다면 지금도 빚에 허덕이는 경제주체들이 견딜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은행 등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잔액이 672조에 이르고 있고 가계의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80%에 달하고 있다. 이를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국민들이 은행 빚을 내서 부동산투자에 나선 꼴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 가계의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미만임을 감안한다면 이 수치가 얼마나 과도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참고로 선진국 국민들의 자산 중 주식 등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부동산에 자금이 묶인다는 것은 국민경제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바람직스러운 현상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가처분소득의 부족으로 적절한 소비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생활수준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내수가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민경제적으로는 생산부문에 투입되어야 할 자금이 부동산 같은 비생산적 요소에 묶이게 되므로 경제전반의 활력을 크게 떨어뜨리게 된다.
따라서 이참에 우리도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의 비중을 조정하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본다. 부동산에 묶인 자금을 일부나마 덜어내어 기업의 공모주 청약이나 펀드에 가입해보자. 이러한 가계의 투자는 가계 자산의 건전성을 담보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생산에 직접 투입되어 대한민국 경제를 더욱 건실하게 만들 것이다. 그 결과 더욱 탄탄해진 대한민국 경제는 IMF같은 경제적 파행을 두 번 다시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동래지점 정강필 지점장
기자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