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변수가 종횡무진 얽힌 증시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개인투자자도 자신의 실력, 특히 시장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기초체력 연마에 충실해야 한다. 투자에서의 기초체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시장 전체를 관통하는 정보를 제대로 보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며, 그 근저에 바로 환율이 자리 잡고 있다. 환율은 국민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고 투자의 기초정보가 되는 대단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지난주 개최된 G20 정상회담의 주제 역시 바로 환율이었다. 환율이란 국가 간 화폐의 교환비율을 말하는데 미국의 통화인 달러화를 기준화폐로 삼아 각국 화폐의 교환비율이 결정된다. 환율의 오르내림에 따라 한 국가의 경제가 휘청이기도 하고 승승장구하기도 하는 것이다. 다소 비약이지만 세계 경제의 우등생, 제조업 강국 일본이 80년대 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거의 20년 가까이 휘청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환율 때문이다.
1985년 9월 22일 미국 뉴욕의 플라자호텔에서 G5 재무장관이 모여 미국의 쌍둥이적자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일본 엔화의 가치를 높이는 정책을 채택했고 그 결과 1달러 당 235엔에 이르렀던 엔화는 1년 후 1달러 당 120엔까지 치솟았다.
급속한 엔고로 인해 각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생산성 향상에 몰두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불황 발생의 우려가 이어졌고 일본 정부는 이에 적극적인 저금리정책으로 대응하였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각 경제주체들은 저마다 은행으로부터 빚을 내 부동산과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시중에서는 도쿄의 땅을 다 팔면 미국 대륙까지도 살 수 있다는 말이 흘러 다닐 정도로 자산가격이 폭등했다. 그러나 자산에 잔뜩 끼어 있던 거품은 1990년대 초반 마침내 거대한 파열음과 함께 붕괴되어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장기불황의 시대로 접어들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의 G20 정상회담 어젠다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결국은 미국과 중국의 환율문제인 것이다. 지구촌을 덮고 있는 경제불안을 걷어내기 위하여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국이 중국의 환율 절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힘드니깐 수출을 줄여달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일본이 망가지는 모습을 확실하게 보아버린 중국이 미국의 요구사항을 어느 선까지 들어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만 할 것이다.
환율이 절상되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까.
환율절상이 미치는 영향을 대한민국의 경제와 증시에 대입시켜 정리해보자. 환율이 절상될 경우 일반적으로 수출부문의 채산성이 악화된다. 쉽게 말해서 수출부문의 이익이 적어진다는 말이다. 한국은행의 통계에 의하면 우리의 경우 경제에서 수출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49%로 거의 절반에 달하고 원화는 지속적으로 절상되고 있다. 그런데 수출부문의 채산성이 나빠질 경우 당연히 경제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가 안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미래가치를 앞서서 반영하는 주식시장 역시 침체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계속해서 연중최고점을 갈아치우고 있다.
여기에도 바로 환율이 있다. 정확하게는 환율에 근거한 유동성이란 녀석이 자리잡고 있다. 유동성이란 바람이 고기압에서 저기압 쪽으로 불 듯, 액체의 농도 차이로 삼투압이 발생하듯 자금이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혹은 더 많은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달러 약세에 따라 거대한 달러자금이 이익을 좇아 이른바 이머징 마켓으로 밀려드는 것이다. 이 자금이 주식 등의 자산시장에 유입되어 시장 전체를 견인하게 되는 것이다.
HMC투자증권 분당지점
김 헌 률 지점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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