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천년종가주의 깊은 맛 안양주조장을 찾아서

[일요서울ㅣ장흥 조광태. 김도형 기자] 산과바다 그리고 맑은 물이 넘치는 천년의 고장 장흥에 천년종가주의 깊은 맛을 내는 안양주조장이 있다. 장흥의 맑은 물로 빗어낸 안양 천년 종가주는 모든 이들로 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필자는 전남 장흥군 안양면 당암리 사자산 자락 아래에 자리 잡은 안양주조장( 대표 채 창헌)을 찾았다.
1930년대 소주를 생산하였고 해방과 함께 소주공장은 문을 닫고 천년종가주의 깊은 맛을 우려내는 안양주조장이 설립됐다.
봄기운이 완연한 늦은 오후에 찾아간 안양주조장은 누룩 제조장에서 흘러나오는 새콤 달콤한 냄새가 찾는 이를 먼저 반겼다.
고된 농사일을 버티게 하는 고마운 서민의 술인 동시에 우리 밥상을 지키는 든든한 벗으로 사랑 받아온 막걸리를 제조하고 있는 채창헌 주인장을 만나 안양주조장의 역사를 들어본다.
안양주조장의 주인장 “채창헌”

안양주조장의 주인장 채 창헌씨(47세)는 현재 안양주조장을 이어가고 있는 집안의 막둥이다. 막둥이인 그가 집안의 가업인 '주조장'을 이어가게 된 연유는 남다르다
어려서부터 종갓집 큰며느리인 친정 어머니의 술을 빚던 모습을 어깨 너머로 보고 도와드리면서 자연스럽게 익혔다는 안양주조장의 주인장은 채창헌 안양주조장의 어머님 김연초 씨다.
젊은 나이에 암으로 남편을 잃고 혼자서 2남2녀 4남매를 키우시던 어머니 김 연초씨는 장애인의 몸으로 평생 운영해오던 안양주조장을 큰아들에게 넘겼다.
하지만 사양길에 접어든 주조장은 극심한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큰아들은 7억원의 빚을 어머님에게 남긴 채 주조장 경영에서 떠나버린다.
어머님 김연초씨는 부도를 내고 양조장 문을 닫기로 수 천번 마음 먹었지만 "자신의 혼이 깃든 양조장 문을 이대로 닫을 수 없다"고 라며 둘째 아들 26살 청년 채창헌에게 부도위기의 양조장을 맡아 줄 것을 부탁한다.
양조장 뒤뜰에 어머님을 위해 마련된 안양주조장 안채에는 거동이 불편한 어머님께서 누워계신다. 한쪽 눈을 실명한지 오래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채창헌씨는 술을 빚는 과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갑작스런 어머님의 제안에 어떻게 해야 할지 깊은 시름에 잠겨 몇날 몇일을 고민했다 한다.
모진 세월의 흔적을 얼굴에 담고서 누워게시는 어머님의 얼굴을 닦아주며 당시를 회상하고 있는 창헌씨는 그 당시 어머니를 혼자 그렇게 둘 수 는 없었고. 청상과부 장애인인 모친의 고통을 이겨낸 인고의 세월! 어머니의 고통은 여기까지여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그렇게 안양주조장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오게 됐다.
그래서 시작했다.
그리고 참 열심히 살아온 20년이다. 열심히 살 수 밖에 없었던 20년이다. 정말 잘 해야 했다.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새벽5시에서 밤12시까지 양조장에서 일을 했다. 그리고 농사도 많이 짓는다. 그 쌀로 술을 빚어야 하기 때문이다. 빚을 갚아야 했고, 어머니를 구해야 했다. 그 생각으로 30년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지금, 많은 분들이 안양주조장을 사랑해 주신단다.
고향 어르신들께서 “젊은 친구가 고생 많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 ‘누군가가 주조장을 찾아와 안양막걸리를 추천해 줬다‘는 감사의 인사가 지금까지 채창헌씨가 버텨온 힘의 원천이었다.
이제는 어머님도 평안하시고 안양주조장의 옛 명성도 찾았다고 생각한 그는 자신에게 힘을 주었던 그분들에게 좋은 술 ! 맛있는 술 맛으로 보답할 때라고 말한다.
“그리운 이와 한잔 술을 나눌 수 있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오늘 그가 찾아 왔고! 맛난 음식에 맛난 술 한 잔! 그리고 사람들의 행복한 순간! 왠지 모르게 촉촉해지는 눈가의 감동! 그 순간을 함께 적시는 맛난 술 한 잔! 그것이 채창헌씨가 만들고자 하는 술이다. 그래서 항상 좋은 술을 빚고자 연구하고 또 연구한다. 그것이 안양주조장을 찾는 고객에 대한 보답이라고 말한다.
안양주조장의 술들
- 안양동동주

안양 주조장을 대표하는 술은 '안양동동주'이다.
1990대까지 안양 주조장도 여느 양조장과 마찬가지로 밀가루로 만드는 '공장형 밀 막걸리인 안양 막걸리'를 생산했었다. 그러나 막걸리 산업은 쇠퇴하였고, 어머니 김연초씨는 조금이라도 매출을 올리려면 더 좋은 막걸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다.
그래서 '광산김씨 종부'셨던 외할머니께서, 명절 때나 제사 때 빚으셨던 찹쌀 동동주를 만들기로 결정하시고, 큰딸이었던 어머니께서는 외할머니와 함께 음식 준비를 하면서 배웠던 “찹쌀 동동주”를 직접 농사지은 찹쌀로 빚어 “안양동동주”라는 상표로 출시를 하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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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안양동동주”가 가격이 조금 더 비싼 관계로 밀가루 막걸리인 “안양 막걸리”가 더 많이 팔렸으나, 한번 맛을 본 사람들은 계속해서 “안양 동동주”를 더 선호 하게 되었고, 어머니와 2-3년 같이 운영하다
2001년 사업체를 인수 받은 채창헌씨는 과감하게 밀가루 막걸리 생산을 중단시키고 “안양 동동주”만을 생산한다.
탁주공급의 지역제한이 풀리자 “안양동동주”는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이 되었고 자타공인 장흥군을 대표하는 막걸리로 관내 시장점유율 100%를 달성하게 된다.
“안양동동주”는 전라남도 막걸리 중에서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 전국대회 생 막걸리부문”에서 입상한 제품은 현재까지 유일한 제품으로 2013년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 전라남도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총리실과 청와대 공식 만찬주로 선정되기도 했다
- 햇찹쌀이 하늘수

“햇찹쌀이 하늘수”는 안양동동주의 맥을 이어가는 안양주조장의 차세대 제품이다.
이 또한 채 창헌 씨가 직접 농사지은 유기농 찹쌀이 주원료로 사용된다.
2009년 정부에서 우리쌀 소비 정책의 일환으로 막걸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 했고, 우리 쌀로만 만드는 “햅쌀 막걸리 프로젝트”로 탄생한 제품이 “햇찹쌀이 하늘수”이다.
안양동동주는 찹쌀이 주재료지만 쌀누룩과 함께 전통누룩인 대맥누룩과 소맥누룩이 함께 들어간다. 때문에 햅쌀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주재료인 찹쌀에 쌀누룩만을 넣어서 빚은
제품을 만들게 되었고, 평소에 맛 좋은 막걸리 연구해 놓은 쌀누룩30% 찹쌀70%인 “햇찹쌀이 하늘수”를 만들어 프로젝트에 참여 하게 되는데, 밀누룩의 특유의 전통 향을 기피하던 젊은 층으로 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명실상부 안양주조장을 대표하는 또 다른 제품으로 성장하게 된다.
제1회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전라남도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전국대회에 출품되어 6위까지 하게 되고 이 제품 또한 총리실과 청와대로 납품도 하게 된다.
안양주조장 대표 채 창헌씨는 말한다.
혹자들은 자기가 먹는다는 생각으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들 하는데 저는 조금 다르다고. 저는 귀한 손님, 그리워하던 이들이게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술을 빚는다고.....
그리고 양조장을 운영하는 사업가가 아닌 “좋은 술 만들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조광태 기자 istoday@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