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영 전국회부의장은 심 지사에 이어 8일 자민련에 탈당계를 제출했고, JP 비서실장을 역임한 변웅전 전의원도 10일 자민련을 탈당했다. 또 4·30 재보선 출마(공주·연기)를 준비하고 있는 정진석 전의원과 정우택 전의원도 신당 창당에 동조하고 있다. 여기에 이명수 전 충남도 행정부지사, 임영호 전 대전 동구청장, 충남도 의회 의원 20여명 등도 신당 추진에 적극적인 상황이다. 특히 자민련 소속 현역 의원들도 동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결국 이들의 향배가 신당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심 지사 측근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자민련 현역의원 중 김학원 대표를 제외한 이인제·류근찬·김낙성 의원 등 3명은 결국 신당에 합류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코너에 몰린 JP
심 지사는 탈당을 선언하기 전에 이들 의원들과 따로 만나 신당론과 관련한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심 지사를 정점으로 한 신당론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40여년 충청권 맹주로 군림해 온 JP의 의중 및 향후 선택에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당 창당은 궁극적으로 자민련 와해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현재 휴양차 미국 하와이에 머물고 있는 JP는 신당론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하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은 심 지사가 주도하고 있는 중부권 신당에 JP가 깊숙이 관여하고 있을 것이란 의혹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15 총선 참패 이후 정계를 은퇴했던 JP가 한일협정 등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코너에 몰리자 위기돌파 플랜으로 신당을 띄우고 있는게 아니냐는 게 이들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여기에 40여년 권력 2인자로 군림하면서 무소불위의 막강 영향력을 행사해 온 JP의 노련한 정치력과 용인술이 신당론 배후에 자리잡고 있을 것이란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JP는 지난해 총선때 전무후무한 10선 신기록 달성을 목표로 자민련 비례대표 1번을 배정받아 고령(당시 78세)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총선 현장을 누비고 다녔다. 하지만 민심은 그의 신기록 달성을 외면했다. 오히려 40여년 정치역정을 이제 마감하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던져줬다. 민심은 자민련에 ‘정당 득표율 3% 득표’ 또는 ‘지역구 5석 확보’라는 비례대표 배분의 최소요건에도 못 미치는 지역구 4석만을 안겨 줬다.이는 JP에게 정계은퇴를 종용하는 총선 민의가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JP는 총선 민의를 반영, 10선 신기록 꿈을 뒤로 한 채 쓸쓸히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정계 은퇴로 JP의 정치적 악연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었다. 지난 1월 정부가 한일협정 문서 등 외교문서를 잇따라 공개하면서 과거사 문제가 국민적 이슈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JP는 한일협정을 체결한 당자사로서 국민들로부터 “진실을 밝히라”는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JP가 한일협정 문서 공개를 전후해 주로 일본 미국 등 외국에 체류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압박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야인으로 돌아온 노정객 신분으로 위기상황을 돌파할 마땅한 대안도 없는게 현실이다. 따라서 JP가 자신이 처해있는 작금의 어려운 정치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중부권 신당을 배후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시각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JP와 오랜세월 정치역정을 함께하면서 ‘JP 복심’으로 통했던 심 지사가 신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러한 시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JP와 심 지사의 오랜 정치인연과 각별한 관계에 비춰볼 때 심 지사의 탈당과 신당 추진 배경에는 ‘김심(JP 의중)’이 투영돼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심’ 논란 가열
이미 김학원 대표를 제외한 자민련 현역의원들이 신당 추진에 동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이 지역 전직 의원 및 현역 지방 의원 상당수가 신당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는 사실은 ‘김심’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JP의 암묵적 동의 내지는 사전 조율속에 신당 작업이 추진되고 있을 것이란 의혹이 감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특히 이인제 의원은 꺼져가는 ‘대망론’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신당 창당에 가담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의원은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 당분간 관망자세를 유지할 것이나 재판이 마무리되고 신당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적극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정치권 일각에서는 중부권 신당론 정점에는 ‘JP-IJ(이인제)-심대평’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3각 편대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란 섣부른 관측을 내놓고 있다.
위기상황에 처한 JP의 용인술과 대망론 불씨를 살리고자 하는 IJ, 그리고 3선 도지사로서 새로운 정치적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심 지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중부권 신당론’이 가동되고 있을 것이란 시각이다.여기에 지난해 총선때 텃밭인 충청권에서도 참패, 미니정당(4석)으로 전락한 자민련의 현주소도 신당 창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자민련의 이미지는 창업주인 ‘JP의 사당’이란 이미지가 강하고 이로인해 수구·보수 정당으로 고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충청권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개혁이 불가피한 상황. 따라서 JP를 정점으로 한 신당 추진 핵심 세력들이 리모델링 보다 차라리 헌 집은 허물고 새 집을 짓자는데 공감했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대권주자 연대 주목
정치권 관계자들은 심 지사 등 일부 인사를 제외하고는 신당 추진 세력이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이들 세력들은 궁극적으로 중부권 신당을 통해 충청권 맹주 자리를 되찾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을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른바 ‘제2의 DJP 연대’를 통해 충청권 지분을 확보하는 동시에 차기 대권구도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신당 추진 세력들은 여야 대권주자인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손학규 경기지사와의 연대 플랜을 물밑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정치권 관계자들도 신당이 충청권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으로 자리메김할 경우 여야를 망라한 차기주자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또 중부권 신당이 본 궤도에 진입할 경우 여야 정치권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맞물려 정계개편을 부추기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JP측근 유운영 인터뷰
<일요서울>은 지난 11일 JP측근인 유운영 전 자민련 대변인과 전화통화를 통해 중부신당 창당에 대한 JP의 견해를 물었다.
- 중부 신당 창당과 관련해 JP의 막후 역할설이 있는데.▲지금 하와이에 계신다.
- 심 지사의 자민련 탈당 전 JP와의 사전교감 관측도 있다.▲(JP로부터) 어떤 말씀도 전해듣지 못했다.
- 심 지사는 JP의 복심이라고 알려질 정도로 최측근 아니냐.▲두 분의 관계가 두터운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교감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는 것 아니냐
홍성철 anderia1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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