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쇼핑의 주가를 두고 쓴 소리한 뒤, 하루 만에 나타난 현상이다.
신회장은 지난 11일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 그룹 현안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 “롯데쇼핑 주가가 왜 이 정도 밖에 안되는가”라며 “롯데쇼핑 주가가 지금보다 2배는 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롯데쇼핑 주가는 최근 1개월간 31만4500원~33만4500원을 오르내렸다. 신 회장은 상장 전부터 적정 주가를 60만원 수준으로 봐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50만원대에 있는 신세계 주가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판단이다.
롯데쇼핑의 주가 부양을 위해 액면분할, 자사주 매입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14일 증시에서 롯데쇼핑의 주가는 정오 현재 전날보다 2.2% 오른 32만6000원을 기록했다. 특히 거래량의 물꼬가 터져 평소 하루 평균 7만주를 밑돌던 거래량이 오전장에만 9만주를 넘어섰다.
이는 신격호 회장의 발언이 상당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형증권사 유통담당 애널리스트는 “신격호 회장의 발언이 갖는 무게감으로 인해 롯데측에서 어떻게 하든 주가를 부양하려 할 것”이라며 “이날의 상승은 그런 기대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쇼핑이 인위적인 주가부양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HMC투자증권 박종렬 수석연구위원은 “롯데쇼핑의 문제 중 하나는 유통되는 주식물량이 전체의 30%로 많지 않다”면서 “유통물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대주주 지분을 낮춰야 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롯데쇼핑 주가가 급락하자 주가 부양차원에서 주식을 사들였다 매도한 바 있다. 그해 10월 28일부터 4일간에 걸쳐 7만 2000여주를 평균 13만원대로 사들인 뒤 지난해 12월 35만 4000원에 매각했다. 산술적으로 주당 22만원, 총 150억 원대의 시세 차익을 거둔 셈이다.
증권가 일각에선 이번 롯데의 주가 부양은 제2롯데월드 건설 등 대규모 사업을 앞두고, 준비차원이라는 주장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롯데의 주가 부양에 대해 의혹의 시선으로 지켜보며, 조심스런 투자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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