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검찰은 도박사건을 처음 수사했던 2004년 4월 문제의 도박자금으로 사용된 분양대금 등 회사자금에 대해서는 일체 수사를 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시켰다가 뒤늦게 재수사에 착수한 것이어서 부실 수사의혹을 낳고 있다. 검찰은 팜스퀘어 건축과 관련, 인허가 과정에 문제점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져 자칫 이번 사건이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한 로비의혹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는 ‘제 2의 굿모닝 시티 사건’으로 비화되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 범죄 수사부(전 강력부)가 팜스퀘어 분양금 등 회사자금 185억원을 도박으로 날린 사건과 관련, 본격적인 재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이준보 서울지검 3차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팜스퀘어 시행사인 태완디앤시로부터 상당량의 수표번호를 확보한 상태로 현재 정확한 자금관계를 추적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 차장은 또 “이 회사의 자금흐름에 대한 계좌 추적은 마무리 단계로, 어느 자금원에서 수표가 인출됐는지 여부가 곧 드러날 것”이라며 “대표이사인 김씨에 대해 출국금지조치를 내린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차장은 현재로선 구체적인 자금추적 결과에 대해 “언론에 미리 보도될 경우 관련자들이 도망갈 우려가 있고, 회사의 주요 자료가 은폐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이번 재수사와 관련, 주목되는 점은 검찰이 지난 2004년 4월, 사기도박에 대한 수사를 벌이면서 사전에 도박자금의 출처를 인지하고도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시켰다가 뒤늦게 재수사에 착수한 배경이다.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지검 강력부가 ‘팜스퀘어’ 시행업체인 태완디앤시의 대표이사 김씨로부터 사기도박과 관련, 진정서를 접수 받은 것은 2004년 4월. 김씨는 진정서에서 손모(50)씨등 사기 도박단 3명에게 속아 지난 2003년 3월부터 2004년 2월까지 총 195억6,450만원의 회사돈을 도박자금으로 날렸다며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손씨 등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에 착수, 6개월 뒤인 10월 이들을 사기도박 등의 혐의로 전원 구속하면서 사건을 종결시켰다.손씨 등은 1심에서 혐의가 인정돼 각각 5년형, 2년6개월형,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으며, 현재 집행유예를 받은 김모씨를 제외한 2명의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문제는 당시 검찰이 사기도박 부분에 대해서만 수사를 진행하고 자칫 굿모닝 시티 사건과 같이 대형 사회 사건으로 비화될 수도 있는 팜스퀘어 분양대금 등 회사자금 유용에 대해서는 더 이상 수사를 확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씨는 검찰 진정서에서 185억원의 도박자금 출처로 “팜스퀘어 쇼핑몰의 신축사업을 벌이고 있는 진정인의 회사자금을 사용했다”며 “선급금 형식으로 회계장부상에 기재를 하였고, 800억원대의 수익이 예상돼 이익배당금을 미리 사용한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분양대금 등 회사자금 185억원을 사업상의 공적인 일이 아닌 도박자금으로 충당했다는 것으로, 사실상 회사공금의 유용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는 “사전에 도박자금이 회사자금으로 충당됐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은 사실이나, 김씨가 진정인의 신분이었기 때문에 내부 협조자 보호 차원에서 김씨의 도박자금 부분에 대해 수사를 하지 않았다”며 “또 공금 유용 부분에 대한 추가 고소, 고발이 이뤄지지 않은 것도 수사를 하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팜스퀘어 시행사 대표 분양금 등 185억 도박으로 다 날렸다’란 본보기사가 보도된 시점을 전후해 도박자금에 대한 본격적인 재수사에 착수, 수사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담당검사의 말대로 추가 고소, 고발이 없는 상태에서 검찰 관행상 내부 협조자에 대한 보호차원에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면 사건 종결 5개월 뒤인 지금에 와서 기존의 검찰 입장을 뒤집고 이 부분을 재수사해야 할 이유가 없다. 검찰은 이번 재수사 부분에 대해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가 아닌 이건석 수석검사에게 수사 책임을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번 수사의 범위를 팜스퀘어 시행사의 단순한 도박자금 출처에 대한 수사로 못박고 있다.
이준보 3차장은 “김씨가 과연 어떤 돈으로 도박을 했는가를 밝히기 위한 수사”라며 “185억원 회사자금의 출처부분만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 주변에서는 이번 도박자금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가 팜스퀘어 건축사업과 관련, 인허가 과정 및 정·관계 로비의혹으로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단순 분양사기 사건이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 등 정·관계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대형 사건으로 번진 굿모닝 시티 사건과 흡사하다는 점 때문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벌써부터 검찰 내부에서는 팜스퀘어 사건과 관련, 정·관계 인사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며 “팜스퀘어가 들어선 서울 은평구 일대가 용적률 등 건축심의 과정에서 문제가 많았던 만큼 고위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로비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굿모닝 시티 사건 당시 검찰 수사로 분양자들의 피해가 속출하는 등 부정적인 면이 없지 않았다”며 “팜스퀘어의 경우도 5월 완공을 앞둔 가운데 90% 가까이 분양이 이뤄진 상태에서 수사를 확대할 경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수사 범위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팜스퀘어는 서울 강북 최대의 복합 쇼핑몰로, 서울시가 추진중인 뉴타운 개발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20만명의 유동인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으로 분양당시부터 많은 분양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곳이다. 현재 총 3,000여개의 매장 중 90%가 넘는 2,800여개 가량의 매장이 분양됐으며, 오는 6월부터 입점 예정이다.
‘경악’ ‘충격’ ‘회유’ ‘협박’… 세상에 이럴 수가…
검찰 전면 재수사 돌입 … “검찰은 뭐했나”본보 566호(2005년 2월28일자)에 ‘불광동 <팜스퀘어> 쇼핑몰 시행사 대표 김모씨의 분양금 등 185억원 탕진’ 기사를 접한 독자들과 팜스퀘어 분양자들은 ‘세상에 이럴수가…’라며 경악과 분노,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피땀흘려 모은 돈으로 이 상가를 분양받은 대다수 분양 계약자들은 자신들의 돈이 기업주에 의해 도박판에서 탕진된 사실을 접하고 ‘기업주의 모럴해저드’에 분노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건이 자칫 임대분양을 앞둔 상황에서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했다.분양 계약자인 김모(여·36세)씨는 “도대체 이해가 안된다. 어떻게 분양금을 수백억원이나 도박판에서 날릴 수 있느냐”며 분노했다. 또다른 분양 계약자인 유명 연예인 김모(46·남)씨는 “모친이 노후를 위해 피땀흘려 모은 돈으로 상가를 분양받았다. 앞으로 어찌될 것 같으냐”며 향후 추이에 대해 걱정했다.
이와 함께 이번 기사와 관련해 본사에는 전화가 빗발쳤다. 일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은 집단으로 본사 편집국에 전화를 걸어 “더이상 보도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밤길을 조심하라”며 협박성 전화를 걸어왔다. 이 중에는 “제발 보도를 중지해달라. 은혜는 갚겠다”는 회유성 전화도 있었다.특히 분양 계약자라고 밝힌 사람들과 독자들은 “이처럼 일반인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사건을 끝까지 수사하지 않은 검찰은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며 검찰을 질타하기도 했다.또 본지가 이 사건을 보도한 이후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음에도 사건내용에 대해 단 한구절도 보도를 하지 않는 다른 언론들에 대해 무슨 속사정이 있는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독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독자들로 부터 “<일요서울>이 이번 사건을 끝까지 파헤쳐 진실을 밝혀달라”는 격려성 전화가 잇달았다.
이혜숙 softpe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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