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위상’을 제고할 수 있는 첫 시험무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일단 당 안팎에서는 친노직계 그룹의 후보 난립이 김 의원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참여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 의원의 초반 세몰이, 염동연·한명숙 의원 등의 각개 약진은 김 의원이 불출마 의지를 굳히는 데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들의 경우 친노직계라는 점에서 일정 부분 김 의원과 지지기반이 겹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여권 내에서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기류가 분명해진 것 역시 김 의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 의원은 총선 직후 불거진 열린우리당의 ‘실용’이냐 ‘개혁’이냐의 갈등에서 실용에 무게를 두고 노무현 대통령 경제특보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던 게 사실이다. 이러한 당의 정체성과 정책기조를 둘러싼 노선투쟁에서도 김 의원은 문 의원과 겹치는 사태를 빚었다.
문 의원은 지난 20일 당의장 경선 출마를 선언하며 “개혁의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개혁의 원칙에만 매달려서는 안 되고, 소모적 개혁이 아닌 생산적 개혁이어야 한다”며 실용노선을 강조했다. 이처럼 민선 3기 경남도지사, 열린우리당 영남권 대표성, 참여정부 2기 총리 지명자로서 열린우리당 당권 경쟁에 나선 첫 무대인만큼 김 의원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그에 걸맞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경우의 ‘예상 후폭풍’이 불출마 선언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번 전당대회가 ‘1인2표제’로 치러져 ‘김-문’의 전략적 연대 모색이 가능할 것이라는 애초의 관측이 무색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즉, ‘대망론’을 키워온 ‘김-문’의 입장에서 당의장이냐 상임중앙위원이냐의 갈림길에서의 ‘연대’는 성립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일련의 교통정리를 통해 ‘문희상-출마, 김혁규-불출마’라는 구도가 등장했을 것이라는 게 열린우리당 안팎의 분석이다. 김 의원의 문 의원 지지는 결국 ‘김혁규-문희상 빅딜’이라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대세론’으로 초반 기세를 선점한 문 의원은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따른 최대의 수혜자로 꼽힌다. 2월 초까지 전국적인 세몰이를 통해 당의장 도전에 전열을 다져온 김 의원의 전국적 조직표가 문 의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관련, 당 주변에서는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앞서 청와대 독대가 이뤄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자연스레 불출마를 선언한 김 의원의 향후 정치적 목표가 무엇인가에 시선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물론 화려한 김 의원의 경력에 어울리는 또 다른 자리나 역할을 맡을 것이란 게 당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물론 그 자리는 참여정부 3기 총리다. 김 의원의 한나라당 탈당 이전부터 노 대통령과의 청와대 독대 자리에서 ‘차기 총리’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바다. 비록 몇 개월 전 한나라당의 반대와 열린우리당 일각의 반대로 인해 노심(盧心)이 결국 이해찬 현총리로 선회했지만, 노 대통령이 김 의원을 총리로 지명하겠다는 뜻을 굳히고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거듭 자신의 뜻을 전했다는 일련의 사실은 김 의원의 정치적 선택의 청사진을 더욱 분명히 해주고 있다.<김정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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