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호텔방서·몰래·만나야 했던 이유 뭘까
굳이·호텔방서·몰래·만나야 했던 이유 뭘까
  • 이인철 
  • 입력 2005-02-23 09:00
  • 승인 2005.02.2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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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40대 여성 A씨와 서울 시내 모 호텔 방에서 있다 나오는 모습이 방송카메라에 잡혔기 때문이다. 최근 고문 논란으로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 또 다른 악재를 맞은 셈이다. 정 의원측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해명하고 있지만 호텔 소동사건과 관련한 뒷말이 무성히 나돌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언론의 유명 인사에 대한 사생활공개 논란으로 번지는 등 일반인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의문의 2시간 30분

이번 사건을 첫 보도한 YTN 취재기자 C씨에 따르면 정형근 의원과 여성 A씨가 L호텔 방에 머문 시간은 2월16일 밤 7시30분부터 10시까지 2시간30분이라는 것. 시간대별로 정리해보면 정 의원과 A씨는 이날 밤 7시30분경 A씨가 먼저 이 호텔 XXXX실로 들어갔고, 10분 뒤 정 의원이 같은 방에 들어갔다. YTN 기자 C씨가 제보자인 B씨의 연락을 받고 L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9시 무렵. B씨가 호텔 방문을 두드리는 등 이 때부터 정 의원과 이들 사이에서는 호텔방 문 앞에서 한 시간 가량 실랑이를 벌였다. 10시경 A씨가 먼저 방을 나섰고, 정 의원은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소속 당직자들의 도움을 받아 11시40분경 비상구를 통해 호텔을 빠져나갔다.

따라서 정 의원과 A씨는 2시간30분 동안 함께 호텔방에 있었던 셈이다. 정 의원의 측근은 “A씨가 필리핀에서 출국할 때 연락을 받고 약속을 했다”며 “정 의원이 A씨에게 필리핀에서 귀국할 때 묵주를 사다달라고 했고 그것을 받기 위해 호텔로 갔다”고 밝혔다. 여기서 의문은 두 사람간에 묵주를 건네는데 2시간30분이란 시간이 필요했을까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해명서를 통해 “(호텔)가는 길에 최근 본 의원에 대한 고문 시비 등 제반 상황에 대해 함께 토론하기 위해 중앙위 청년위원장인 이영수씨에게도 전화를 해 함께 동참하자고 객실로 오라고 했고, 먼저 도착한 본 의원이 A씨의 객실로 스스럼없이 가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 청년위원장 이씨는 당시 영문을 잘 모른 채 정 의원의 전화를 받고 L호텔로 갔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이 위원장은 정 의원에게 전화를 받고 다급히 호텔로 가게 됐다”며 “당시 호텔에서 벌어진 소동을 알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A씨가 B씨와의 문제에 대해서도 상의한 것으로 안다”며 “B씨가 폭력과 협박 등 집요하게 스토킹을 해와 A씨는 정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 의원이 사달라고 요청한 묵주를 건네받고 함께 B씨 문제를 상의했다는 것이다.

왜 호텔로 정했나

정 의원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A씨와 만난 장소가 호텔방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A씨는 40대 유부녀다. 이 때문에 무수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 의원측은 “방송에서 고문 전력시비 등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이 좋지 않아 바깥에서 머물러 있을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약속장소를 호텔로 잡은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굳이 호텔로 약속장소를 잡을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꼬리를 물고 있다.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정 의원은 “A씨는 전문직에 있는 여성으로 지난 대선 때 함께 일하면서 잘 알게 됐고, 함께 일하면서 (정 의원)보좌진과도 친숙하게 지내면서 경제 문제, 해외 시사 이슈 등에 대해 자문을 하는 등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해명했다. 정 의원의 해명처럼 A씨와 보좌진들이 잘 알고 지내는 사이라면 굳이 호텔을 약속장소로 정할 이유가 없다. 묵주를 갖다주고 정 의원 관련 일을 상의할 정도의 사안이라면 국회 의원 회관 같은 공식적인 장소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왜 하필이면 의심받기 쉬운 호텔을 약속장소로 삼았을까하는 점은 세인들의 의구심을 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정 의원이 만난 A씨는 누구

정 의원의 호텔 소동을 보도한 방송사의 뉴스화면을 보면 방송사에 정 의원과 A씨의 만남을 제보한 인물로 B씨가 등장한다. B씨는 취재진을 동행한 채 아무 거리낌없이 “정 의원님 얘기 좀 하시죠”라며 당당하게 정 의원과 A씨가 머물고 있던 호텔방 문을 두드렸다. 상식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만약 A씨나 정 의원이 B씨를 모른다면 호텔 경비를 불러 돌려보내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B씨가 노크를 한 이후 방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기자와 B씨가 방문을 두드린지) 1시간 가량 흐른 뒤에 방문이 열리고 A씨가 방에서 갑자기 나왔다. 또 A씨가 방에서 나오자 B씨가 그녀를 붙잡았고, A씨는 단지 “왜 이러느냐”며 항의했다.

그럼에도 B씨는 A씨의 저항에 개의치 않았다. 이런 정황을 보면 A씨와 B씨는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이가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기에 충분하다. 바로 이런 점이 이들간의 관계를 둘러싼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의 측근은 “A씨가 (지난 2002년 대선이 끝난 직후) 투자전문회사를 세웠는데 B씨는 A씨의 사업 파트너였다. 사업을 함께 하면서 B씨가 A씨에게 다른 생각을 품게 돼 그동안 스토커 행각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 측근은 “B씨의 스토킹에 견디다 못한 A씨가 최근 이사를 하는 일도 있었으며, 소동이 일어났던 그 날도 B씨는 공항에서부터 A씨를 뒤에서 몰래 미행했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A씨가 필리핀을 다녀온 배경에는 B씨의 스토커 행각을 피하기 위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자신을 스토킹해온 B씨를 상대로 조만간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져 이 문제는 또다른 사안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정 의원 역시 “A씨가 B씨를 명예훼손 등 가능한 모든 법적조치를 취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해명서에서 밝혔다.

문제의 묵주 100개는 어디로 갔나

정 의원의 호텔소동으로 가장 많이 주목을 받은 게 바로 묵주다. 일반인에겐 생소한 묵주는 천주교 신자들이 묵주기도를 할 때 쓰이며 신도간 선물로도 자주 사용된다. 그런데 문제의 묵주는 사건이 터진 이후에도 일반에 공개된 적이 없다. 정 의원의 측근도 A씨에게 묵주를 사오라고 한 이유를 “정 의원이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산이 국내산보다 좋을 것 같아 A씨에게 부탁한 것”이라며 “받은 묵주를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묵주의 행방에 대해선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정 의원의 성명서에도 묵주를 받기 위해 호텔로 갔다는 설명은 있어도 받은 묵주에 대한 언급은 없다. 정 의원이 A씨로부터 받은 묵주 100개가 왜 공개되지 않는지 궁금하다.

문제의 여인은 대학교수

‘정형근 의원 호텔소동’의 원인을 제공한 A씨는 모 대학교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당직자는 “A씨는 모 대학교수로 정 의원이 2002년 대선과정에서 만난 인물”이라며 “정 의원이 여의도에 별도로 꾸린 대선팀 사무실에 출근해 활동했다”고 말했다. 이 당직자는 또 “당내에선 그녀의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정 의원도 해명서를 통해 “지난 대선 때 함께 일하면서 잘 알게 된 사이”라며 “보좌진과도 친숙하게 지냈다”고 밝혔다. 정 의원측 관계자는 A씨에 대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국내 대학에 교수로 있었다”며 “경제 파트 관련 자문역할을 해주는 등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그는”대선 이후 투자자문회사를 세웠고 이번 사건을 제보한 B씨와는 사업 파트너였다. B씨가 A씨에게 연정을 품게 되면서 스토커가 돼 이사까지 하는 등 심각한 고통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형근 의원 호텔 소동 전여옥 대변인에 불똥
네티즌들 “문재인-강금실 호텔 회동 땐 ‘불륜’ 운운하더니 왜 지금은 말 없나”


정형근 의원의 호텔소동을 두고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의 ‘입’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전 대변인은 지난해 3월 문재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난 것과 관련 ‘불륜논평’으로 화제를 낳았기 때문이다. 전 대변인은 당시 “강 장관과 문 전 수석 두 사람은 ‘불륜 관계’인지 ‘불순한 관계’인지, 만남의 배경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는 논평을 내 논란을 빚었다. 논평으로 인해 네티즌들의 혹독한 공격을 받았다. 이 때문에 전 대변인이 이번 사안을 어떻게 발언할지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전 대변인은 정 의원 소동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일부 취재진의 질문에는 “이 문제가 당에서 언급할 성질의 일이냐. 당과는 관련이 없는 일”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당내 다른 관계자들 역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며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전 대변인의 과거사를 들먹이며 공격의 화살을 정 의원에게서 전 대변인에게까지 겨누고 있다. 아이디가‘pistol1011’이라는 네티즌은 “전여옥 의원, 제발 한 말씀 하시죠.(정 의원이) 묵주로 뭐했는지”라며 비꼬았다. 아이디가‘malwool’이라는 네티즌도 “문재인 수석과 강금실 전장관이 호텔에서 만난 것을 두고 ‘왜 만났느냐’, ‘불륜’이라고 할 때는 언제고 정 의원이 호텔 방에서 만난 것은 궁금하지 않은가 보죠”라며 “이번 사건이 당에서 언급할 일이 아니란 것을 안다면, 그간 자신의 논평이 얼마나 어이없었는지를 스스로 잘 알게 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인철  chle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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