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치인의 막말, 그들의 최후는?
[기고] 정치인의 막말, 그들의 최후는?
  • 일요서울
  • 입력 2019-04-19 17:42
  • 승인 2019.04.19 17:57
  • 호수 1303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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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의 입장에서 현재의 정치상황은 위기임에 틀림없다. 지난 3일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실시됐던 경남 통영·고성 선거구에서는 득표율에서 거의 두 배 가까운 차를 보이며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참패했고, 경남 창원성산 선거구에서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후보에 맞서기 위해 군소정당인 정의당과 단일화를 시도하여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참담한 결과를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가 끝난 뒤에 당 지도부는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는 발언들을 잊지 않았다. 사태가 이러한데 이해찬 대표는 얼마 전 있었던 원외지역위원장 회의에서 내년 총선에서 240석, 260석 운운했다고 한다. 야당이 일제히 반발했지만, 사실 필자는 그들이 그렇게 반발하는 이유도 모르겠다. 필자가 이해찬 대표 발언의 이면을 분석해 보면,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획기적으로 뜯어고쳐 의석수를 700-800석 정도까지 늘리려는 본심이 읽히기 때문이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고, 실업자 수는 늘어만 가고, 인사청문회만 하면 세상에서 볼 수 없었던 신기한 캐릭터를 가진 사람들이 나타나고, 작년과 같은 북한 이슈로 국정동력을 만들어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지지도가 40%대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까지 한 상황이다.

물론 그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 국정운영지지도라는 것은 대통령의 정치활동에 대한 호불호를 나타내는 수치이지만, 그 이면에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과도 결부 되어 결국 상대적인 개념으로 수치화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당은 똥볼을 차는 데 여념이 없고, 대통령은 점점 더 고립되어 가는 와중임에도 야당이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순전히 그들 책임이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2월 소속 의원 3명이 개입된 ‘5.18 망언’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바 있다. 수직상승하던 당의 지지율이 급전직하로 떨어졌으며, 자신들의 반인권적 역사관을 고스란히 노출시킴으로써 한동안 공공의적이 되어야 했다. 아직도 그들에 대한 징계절차는 유야무야한 상황으로 자유한국당에 대한 또 다른 치명상이 언제든지 엄습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에 역시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당의 중진인 정진석 의원은 세월호 참사 5주기 전날인 15일 오전 자신의 SNS에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이제 징글징글해요”라는 글을 남겼다. 정진석 의원은 “더 이상 세월호가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을 우리 정치권에 던지고 싶었다”고 했지만, 그의 화려한 막말 전력은 그의 변명을 곧이곧대로 믿게 하지는 못했다.

이에 뒤질세라 차명진 전 의원도 지난 15일 세월호 유가족을 겨냥해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쳐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쳐먹는다”며 변명의 여지가 없이 세월호 유가족들을 능멸했다. 차명진 전 의원의 대학 동기로 알려진 김학노 영남대 교수는 “차명진이 이 나쁜 ○○야. 정신 언제 차릴래?”라고 일갈하여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등판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홍준표 전 대표는 ‘세월호 막말’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한 황교안 대표를 겨냥해 “잘못된 시류에 영합하는 것은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자유한국당은 치고 올라갈만 하면 의원들의 망언이 줄을 잇는 묘한 상황이 연속되고 있다. 잊히는 것이 두려워 욕이라도 먹으면서 존재를 어필하고 싶은 것일까? 결과적으로 세월호를 징하게 우려먹은 사람은 정진석 의원이고 차명진 전 의원이고 홍준표 전 대표다. 이것이 우리나라 보수정치인 수준이라 생각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경립 편집위원>

일요서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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