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철우 의원 사건으로 당과 정 의원이 역풍을 맞을 당시 정 의원 측에서 이번 기회에 더욱 강경하게 나가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있었다”며 “여권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했지만 당 내부의 만류로 일단 접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정 의원 측은 운동권 출신 여권 의원들의 과거행적에 대한 상세한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도 정 의원이 내밀 카드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 안기부 등 굵직한 공안사건을 많이 수사했던 그가 꺼내들 카드에 대해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며 “정 의원이 일련의 과거사 정국을 그냥 지나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정 의원이 최근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중부지역당 사건 수사당시 외압설을 터뜨린 배경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중부지역당 사건의 수사책임자였던 정 의원은 “중부지역당 관련자들이 버젓이 행세를 하고 있는데 이 사건이 제대로 수사됐으면 오늘날 정치지형이 바뀌었을 것”이라며 “수사 당시 조직적 방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중부지역당 사건이 외압에 의해 축소됐다고 주장한 셈이다. 하지만 그는 조직적 방해에 대해선 “굉장히 어려웠는데 지금 이 기회에 말할 입장은 아니다”면서 “만약 조사가 된다면 분명히 말할 것”이라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국정원 진실위원회가 자신을 조사한다면 당당히 나가 밝히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KAL 사건에 대해서도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베트남 방문 중 북한이 테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것은 KAL기 사건이 마지막이라고 했고, 고영구 국정원장도 대법원 판결이 난 사안으로 재조사는 적절치 않다고 했다”며 “조사해서 사건이 진실임이 드러나면 국민을 속인 사람이 법적·역사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과거사 정국은 정 의원에게 적지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혹사건의 핵심에 정 의원이 직접적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면돌파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정 의원과 과거사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단과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인철 chle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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