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통장을 아시나요
‘저수지통장’과 ‘계좌 분리’라는 말을 들어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근로소득자들은 매월 월급이 소득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월급의 내용을 보면 기본급 외에 각종수당, 그리고 상여금, 성과급 등의 구성으로 되어있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힘들게 일해서 받는 월급을 가지고 막상 쓰려면 쓸게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급여 자체가 너무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비슷한 급여를 받는 동료직원 중에서는 제법 알뜰하게 자산을 부풀려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무엇인가 별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렇다. 이들은 ‘별다른 재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매월 소득이 일정한 이들도 있지만 상당수의 근로소득자들은 매월 수령하는 급여의 내용과 금액이 제 각각인 경우가 많다. 비교적 상여나 성과급의 비중이 낮은 교사나 공무원들조차도 상여금이 있는 달에는 실소득이 50%이상 더 주어지는 경우가 있다.
연말이면 신문기사로 자주 등장하는 것처럼 모 대기업이 연말성과급으로 수백 퍼센트를 지급했다든가, 누군가가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연봉에 해당하는 천만 원이 넘는 연말상여금을 받았다든가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재주는 바로 상여금이 없는 달과 상여금이 있는 달의 수령액 차이를 잘 조정하는 것이다.
재무 상담에서 만나는 대부분 사람들의 경우, 저축은 매월 일정한 금액의 유지가 필요하므로 평소의 수입을 근거로 최소로 유지하고, 상여 달의 초과 수입은 소비지출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서 총소득 대비 저축의 비율이 낮게 유지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연봉은 결코 적지 않은데 저축을 늘리지 못하고 최소 수준으로 유지해 똑 같은 수입을 가지고도 자산의 규모를 증가시키는 데 한계를 보이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평달과 상여달 수입의 평균을 계산하여 월평균 수입을 확인하고, 이 평균 월 소득을 기준으로 지출과 저축의 규모를 확정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월 평균소득보다 적은 평 달의 경우에는 빚내서 저축해야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아니다. 이렇게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수입 지출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여유자금이 필요하다. 이 여유자금을 담고 있는 계좌를 ‘저수지통장’이라고 한다.
저수지 통장의 기능은 저수지의 기본적인 기능처럼 비가 오면 물을 가두어 두었다가 가뭄이 들면 부족한 용수를 공급하듯 상여 달의 초과수입을 ‘저수지통장’에 유보해 두었다가 평달에 부족한 저축금액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평균적인 저축의 규모를 최대한 확대하고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이 ‘저수지통장’은 비상시의 긴급 가계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매월 발생하지 않고, 연 단위로 발생하는 명절비용이나 휴가비용, 생일비용 등의 가정생활에 활용하는 역할도 한다.
그렇다면 ‘저수지통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로 준비해야 할까?
통상 재무상담의 기본적인 자료를 보면 맞벌이인 경우 월 소비지출의 3배, 외벌이인 경우는 6배 정도를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계산해 보면 상당히 큰 금액이 계산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평달과 상여달의 소득차이를 계산하고, 앞에서 언급한 연 1회성 비용들을 감안하여 가계 별로 ‘저수지’의 규모를 준비해야 한다.
잔액분리 정확히 알아야
또 하나 잊지 말아야 것이 ‘계좌분리’다.
일상적인 월간소비지출통장과 저수지통장은 별도로 마련되어야 한다.
한 계좌에 월간지출비용과 비상예비자금을 함께 관리하면 잔액의 내용을 알 수 가 없다.
현 시점의 비상예비자금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일일이 계산해야 하는 고충도 있고,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잔액이 존재하므로 지출에 대한 통제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추가적으로 계좌분리의 또 다른 의미는 저축 통장이나 계좌 마다 따로 확실한 저축계획(목적)을 부여하는 것이다. 왜 내가 이 적금을 불입하는지 명확한 목적이 없다면, 그 돈은 ‘지름신’이 강림할 경우 엉뚱한 소비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옆에 있는 동료의 자산증가가 특별한 투자 상품의 선택이나 무모한 투자의 결과가 아니라 합리적인 수입 지출의 통제를 통해 자산증식의 바탕을 이루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당신의 수입이 아무리 늘어나도 지출통제력을 키우지 못한다면, 당신은 영원히 부자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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