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지역 경매 아파트, 싸게 낙찰 받는 법
인기지역 경매 아파트, 싸게 낙찰 받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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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6-30 11:30
  • 승인 2009.06.30 11:30
  • 호수 792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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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유찰 아파트에 “인내심으로 도전하라”

한 때 ‘콧대 높던’ 서울·수도권의 인기지역 아파트들이 경매시장에 줄지어 나오면서 경매법정이 연일 후끈거리고 있다. 호경기 때 무리한 대출을 받아 투자목적으로 사둔 아파트가 부동산 경기침체와 금리 상승을 견디지 못해 법원으로부터 강제매각 처분되면서 경매시장의 인기 투자대상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경매물품을 막무가내로 사들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다. 경매시장에서 고수가 되는 법은 따로 있다.

각 지역 경매장에는 서울 강남권과 수도권 버블세븐 지역의 주요 아파트 경매물건이 매주 1~2회 경매 입찰이 부쳐진다. 한번 경매가 진행되면 300~500명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경매 법정을 꽉 채운다. 입찰장 내 좌석이 모자라 복도까지 투자자들이 길게 늘어설 정도다. 모두 경매를 통해 아파트를 값싸게 살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규제 완화와 함께 인기지역 아파트가 바닥을 찍었다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경매시장에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2회 이상 유찰해 감정가의 64%대 경매물건은 최대 20명 이상이 몰려 낙찰가율 80%를 넘길 정도다.


경매호황 속 입찰경쟁은 “글쎄”

최근 2·4분기를 넘기며 아파트 경매 열기는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주요지역 경매 응찰자수가 6년 만에 최고치를 갱신했다. 그러나 예년과 다른 점도 있다. 경매장이 인산인해를 이루지만 경매결과는 예상 밖으로 ‘싸늘’한 편이다. 상품이 70% 초반에 낙찰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 평균 경쟁률도 5대 1을 넘지 않는다. 경쟁이 심한 물품은 감정가가 낮은 상태에서 2회 유찰됐거나 수요자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중소형 아파트 정도다.

그나마도 최근의 부동산시장 불황기를 반영해서인지 2회 가격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입찰자들이 가격 쓰기에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낙찰가격을 계산한 후에 입찰을 결정하는 것이다.

인기지역 경매 아파트에 투자할 때는 꾸준한 입찰전략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

처음부터 무리한 가격을 써내 입찰하기보다는 낮은 가격으로 여러 번 입찰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대체로 경매 실수요자들은 한두 번 입찰에 참여했다가 생각만큼 쉽게 낙찰되지 않으면 금세 포기해 버린다.

그러나 경매는 최고가격을 써낸 사람에게 낙찰자로 결정하는 과정이다 보니 타이밍과 운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어떤 날 입찰한 비슷한 물건들이 감정가의 60% 선에 최저가격으로 낙찰되다가, 다른 날은 80%에 낙찰되기도 한다. 따라서 최소 5회 이상 꾸준하게 낮은 값으로 입찰하는 인내심을 갖출 필요가 있다. 또 투자목적과 금액에 맞는 유사 경매물건을 꾸준히 검색하고 추적해 우량물건에 여러 번 입찰해야 값싸게 살 수 있다.

경매물건은 2회 이상 유찰한 아파트를 중심으로 입찰물건을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정가 대비 1회 유찰한 경매 아파트는 추가 경비를 감안할 때 당분간 가격 메리트가 없다. 이사비, 체납관리비 등 아파트 낙찰 후 투입되는 필요적 추가경비는 만만치 않다. 반면 2회 이상 유찰된 아파트는 가격의 거품이 충분히 빠져있는 상태다. 최저가에서 약간의 금액을 더 써내 입찰하면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입하게 된다. 다만 3회 이상 유찰된 아파트는 경쟁이 치열해 낙찰가가 1~2회 유찰된 최저 가격선까지 높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파트를 좀 더 낮은 가격에 낙찰 받으려면 요령이 필요하다. 수요가 많은 대단지나 인지도 높은 아파트만 고집하면 경쟁이 치열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실거주목적이라면 비역세권, 중소 규모 단지, 비 브랜드, 주상복합 아파트나 나 홀로 아파트를 고르는 게 낫다.

실제 낙찰 결과를 보면 지역 랜드마크 아파트는 비수기라도 낙찰가율은 80%를 상회한다. 그러나 인지도가 낮은 아파트는 60~70% 선에서 낙찰되는 게 경매시장이다. 누구나 사고 싶은 아파트보다 입찰을 망설이는 아파트일수록 낙찰가가 10~20% 정도 낮다. 입찰 가격은 당분간 보수적으로 결정하고 낙찰 받아야 경매투자에서 성공한다. 입찰장에 투자자들이 몰린다고 분위기에 휩쓸려 높은 값에 낙찰 받을 필요는 없다. 냉정한 자세로 저가 사냥에 나서야 한다.

현재 경매시장에 나오는 아파트는 지난해 가격 하락이 본격화되기 전에 감정가가 매겨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올 하반기 아파트에 입찰할 때는 유찰횟수를 따지기보다 감정가가 현재 시세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보고 2회 정도 유찰된 매물을 골라야 저가매입을 할 수 있다. 간혹 과다 평가된 물건이 공급돼 싸게 낙찰 받았지만 실제로는 시중의 급매가 수준에 낙찰 받는 우를 범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아파트 경매에서 가장 중요하게 따져야 할 것 중 하나가 입찰 ‘기준가격’을 정하는 것이다. 최근 거래되고 있는 지역 내 아파트의 평균값을 정해 20~30% 정도 남을 때만 입찰해야 한다. 최근 매매사례를 눈여겨보고 내가 쓰고자 하는 가격이 정확한지 크로스체크를 한 후 가격을 보수적으로 잡은 다음 입찰해야 한다.

자금계획도 철저히 세워야 한다. 특히 강남권은 투기과열지구이기 때문에 6억원 초과 주택담보 대출시 40% 적용되던 DTI 규제가 남아있다. 값싸게 강남 아파트를 낙찰 받았지만 강남권의 대출규제를 체크하지 않고 입찰했다 잔금을 못내 다시 경매에 붙여지는 불상사도 생긴다. 입찰 전 자금융통 여부를 반드시 체크하고 잔금대출이 가능한지를 사전에 파악해둬야 한다. 만약 대금납부 전까지 잔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입찰보증금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시세하락에 엇갈리는 희비

경매 법정이 북적거리고는 있지만 경매시장의 활성화가 본격화됐다고 보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따라서 조급하게 입찰을 결정할 필요는 없다. 올 하반기까지 물량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낙찰가율의 보합세와 물량은 늘어나는 호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므로 조급해 하기보다 시장을 꾸준히 지켜본 후 입찰을 결정해야 한다. 가격이 싸지 않다면 공격적이고 섣부른 아파트 경매투자는 삼가 해야 한다.


#윤재호
‘2000만원으로 연봉 버는 경매투자’, ‘부동산투자 101가지’ 저자.
메트로컨설팅(주)(www. metro21c.co.kr, 02)765-0008) 대표.
한양대대학원 부동산학과 졸업, 89년 건설사 용지부 사원부터 시작해 KIRA연구원, 한국통신(KT) 리치앤조이중개(주) 대표와 스피드뱅크 투자자문센터장을 역임했다.
광운대경영대학원 강의교수, 건설산업교육원/한국공인중개사협회 실무교수, 연대 사회교육원 등 대학과 기업에서 경매와 실전투자를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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