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고수에게는“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얼마 전부터 두 사람만 모이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대화 주제가 부동산으로 바뀌고 있다. 사실 2000년 초까지만 해도 부동산에 대한 주제는 조심스러웠다. 내 집 마련이 아닌 수도권에 땅이라도 살라 치면 ‘투기’라는 비판을 받았고 높은 시세차익을 거두면 불법투자라는 의심까지 샀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라는 말에 딴죽을 걸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조금 일찍 부동산에 관심을 갖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분위기로 반전된 느낌이다. 실제 몇 년 전부터 부동산의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성공투자 사례들이 무용담처럼 퍼지면서 언론은 물론 일반인들의 부동산 고수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다.
간혹 부동산 거래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실전고수들은 언론과 방송 또는 지면을 통해 자기의 돈 버는 노하우와 경험을 공개하지 않는다. 많이 알려질수록 경쟁자만 늘어 투자의 위험만 늘어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러 분야 자산관리 포트폴리오 중 부동산 분야의 실전 고수들은 꽁꽁 숨어있고 감춰져 있다. 언론에 노출되는 것도 극도로 꺼린다. 틈새종목 위주로 숨은 투자전략을 알아봤다.
택지지구 용지로 자산불리기
K씨는 40대 중반의 자영업자로 수년째 택지지구 안의 돈 되는 땅만 공략해 수십억원 자산을 불린 숨은 고수이다. K씨는 공사에서 분양하는 단독주택용지와 근린시설용지의 공개매각 공고를 꾸준히 접한 다음 미분양이나 추첨물량만을 집중 공략한다. 서울이나 수도권보다 광역시와 지방 일대의 숨은 알짜매물을 고르고 3순위 일반 실수요자 매물을 주요 타깃으로 한다. 거주자 우선공급 매물 같은 A급지 보다 C~D급지 같은 입찰 당시에는 다소 경쟁이 덜하지만 개발 후 가치가 오를 땅을 골라 1년 안팎에 승부수를 던진다. 또 민간택지 내 체비지·산업단지 같은 호재지역 내 저평가 지역이 주요 먹잇감이다. 사업지 내 조합사무실 직원들과 긴밀하게 연락하면서 분양과 지역정보를 먼저 취합한 후에 초기매물의 가격경쟁력을 활용한다.
빈틈 채우고 화장해 되팔기
50대 후반의 S씨는 수도권 안의 부동산만 장기투자하는 고수다. 지방은 가격상승폭이 작고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면서 주로 수도권 매물만 공략한다. 법을 전공한 법무사사무장 출신으로 투자당시 볼품없는 땅과 집에만 투자한다. 길 없는 농지, 모양이 반듯하지 않은 땅, 허름한 주택의 용도를 바꾸거나 개보수, 합필과 분필을 통한 부동산가치 높이기 선수이다.
최근에는 P시에 소재한 땅을 되팔아 엄청난 시세차익을 거둬들였다.
매입 전에는 남들이 봐도 볼품없는 경사진 농지를 주변 땅과 비슷하게 성토와 복토의 방법으로 공장용지로 아예 바꾼 다음 실수요자에게 주변 지가보다 값싸게 매각한다. S씨 차 안에는 늘 지자체 건축조례 관련 책이 수북하다. 건축과 부동산법률에 돈 되는 정보가 있다고 믿는 고수이다.
지하 매물만 골라 되팔기
H씨는 지하매물 전문(?) 투자자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그를 ‘지하의 달인’이라 부른다.
아케이드상가·택지지구 내 근린상가·다세대와 연립의 저평가된 지하매물을 고른다. 지하 매물은 환금성과 유동성이 결여된 데다 초급매이 많고 감정가 대비 30~40% 저렴한 경매와 공매물건만을 매집해 큰돈을 벌어들였다.
H씨가 고르는 지하매물 중 최근 사례로는 공매에 부쳐진 도심 집적상가 내 지하 상가지분 165㎡를 감정가의 60%선에 낙찰 받았다. 그런데 그 상가는 얼마 전 대형유통회사가 지하상가 전체에 투자하면서 지분소유권자들을 정리하면서 감정가 수준에 매입하는 물건이었다. H씨는 불과 몇 개월 만에 30%의 차익을 거둔 셈이다. 이외에도 미리 재개발·재건축 추진상황을 파악해 헐값으로 인수한 다음 그 차익을 거두는 데 고수의 경지에 도달했다.
경매 특수물건 공략하기
초등학교 교사 출신의 주부 J씨는 최고난도의 특수 경매물건만을 전문적으로 투자해 1년에 5년 동안 수도권에 건물 두 채를 매입한 숨은 실력자다.
J씨는 주로 유치권 있는 경매물건을 감정가의 절반 값 이하에 낙찰 받은 다음 일정 임대수익을 올린다음 되파는 방법으로 부자의 반열에 올랐다.
법정지상권·분묘기지권 등 경매선수들도 함부로 뛰어들지 못하는 고난도 물건을 취급한다. 투자 초기에는 주로 법률자문을 받았지만 5년 전부터는 직접 실전경험과 함께 소송방법과 해결방안을 터득해 권리자와 협의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엄청난 자산을 벌어들인다. J씨는 종자돈 5000만원으로 시작해 현재 수도권에 50억이 넘는 신축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농어촌주택 전문, 신설 도로개통지를 알아내 선점하는 전문가, 입주권과 분양권의 분야의 고수, 그리고 산지와 묘지 일대 토지를 헐값에 매입했다 개발 차익을 챙기는 임야투자자까지 전설처럼 부동산을 활용하는 숨은 고수들은 많다.
그러나 그들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성공하기는 어려운 투자기술로 개인자산을 일군 우리 시대 틈새시장 공략자들이다.
이처럼 숨은 고수들은 무리해서 행운을 쫓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무리 반대편에서 외롭게 공부하고 투자지식을 쌓아 체계적으로 투자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즉, 부동산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운과 요행을 바라지 않고 투자의 전문지식을 쌓아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노력이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때문에 부동산 고수들은 하나같이 성공을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을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다.
#윤재호
‘2000만원으로 연봉 버는 경매투자’, ‘부동산투자 101가지’ 저자.
메트로컨설팅(주)(www. metro21c.co.kr, 02)765-0008) 대표.
한양대대학원 부동산학과 졸업, 89년 건설사 용지부 사원부터 시작해 KIRA연구원, 한국통신(KT) 리치앤조이중개(주) 대표와 스피드뱅크 투자자문센터장을 역임했다.
광운대경영대학원 강의교수, 건설산업교육원/한국공인중개사협회 실무교수, 연대 사회교육원 등 대학과 기업에서 경매와 실전투자를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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