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400, 유동성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코스피 1400, 유동성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 정찬웅 재무상담사
  • 입력 2009-05-26 14:55
  • 승인 2009.05.26 14:55
  • 호수 110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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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 없는 마차=주식시장 “무사히 뛰어내릴 수 있나”

작년 10월말, 코스피 주가지수 1000선이 무너지면서 울고 싶은 투자자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아직 투자에 미련을 못 버렸다면, 연일 오르고 있는 주식시장이 흐뭇할 수도 있다. 반대로 이미 주식을 던져버린 사람들은 ‘아뿔싸’라고 탄식을 뱉기 다반사다. 엇갈린 희비 속에서 주의할 점은 표정이 언제 또 바뀔지 모른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거나 혹은 투자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 국내 유동성을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밴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FRB에 취임하자마자 유동성 공급을 위해 돈을 마구 뿌려댔다. 덕분의 그의 별칭은 ‘헬리콥터 버냉키’가 됐다. “유동성이 부족하면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려서라도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한 버냉키의 일화에서 붙은 별명이다.

‘2008년 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에 대해 미국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이다. 쉽게 말해, 대기업이 망할 것 같으니까 국가가 나서서 기업의 구조조정을 중재하고 일반 기업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과 마찬가지의 일이 일어난 것이다.


같지만 다른 유동성 극복

그 이후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되기 시작하자 우선 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당장 갚지 못해 쩔쩔매던 채무자들과 그 돈을 돌려받지 못해 마음 졸이던 은행, 채권자들의 수중에 돈이 들어오게 됐다. 당장 급한 마음이 사라지자 모두의 손에 쥐어진 돈들은 다시 주식시장을 비롯한 투자시장과 소비시장으로 들어갔다. 그 결과 기업의 이익은 늘어나고 기업의 실적 평가는 긍정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FRB가 계속해서 돈을 뿌려대는 동안 뒤에서 중앙은행은 돈을 계속해서 찍어내야만 했다. 돈을 계속 찍어낼 경우 전체 통화량이 늘어나고 늘어난 통화량은 화폐가치 하락 효과와 물가상승 효과로 이어진다. 그리고 물가상승 효과와 화폐가치 하락 효과는 실물 경제의 경직과 기업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져 주식시장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의 이야기로 눈을 돌려보자. 세계 경제가 침체되고 실제로 많은 어려운 경제 문제들이 생기자 정부의 경기 부양에 대한 압박이 강해졌다. 다급한 상황으로 인해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정부는 세제 혜택 등의 여러 가지 조치를 늘려 갈 수 밖에 없었다. 경기 부양책으로 인해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급한 문제들이 해결되고 그 이후에 오갈데 없어진 잉여자금들이 투자시장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기업 평가가 긍정적으로 나타나며 주가지수가 상승한 것과 비슷한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미국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미국은 중앙은행에서 화폐를 찍어내는 방향으로 진행이 되었지만 우리나라는 금리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유동성을 공급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주식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내가 높다고 생각한 주식의 가격이 누군가에게는 매수할만한 매력적인 가격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를 통해 매매가 이루어지는 것은 두말할 것 없다.

이 사실만 놓고 보더라도 주가 상승은 더 많은 투자 금액과 더 많은 투자자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유입 자금의 전체량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데 거래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며 주가상승이 가파르게 진행된다면 자금이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는 거래일 확률이 높다.

이 같은 상황은 주식시장 거품에 노란불이 켜졌음을 알리는 신호이다. 특히 참고할 것은 주가가 최고 상승을 기록했던 2006년에서 2008년 사이의 최고 주식 거래량보다 2009년 4월과 5월에 기록한 거래량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동성 한계점에 주의해야

현재 우리나라에 공급된 유동성은 돈을 추가적으로 만들어서 공급한 유동성이 아니다. 금리 인하와 경기 부양책을 통해 은행과 정부가 움켜쥐고 있던 돈을 시장에 조금 더 풀어놓은 상황이다. 그리고 그 돈들이 투자자와 소비자들에게 이어지면서 기업의 실적을 상승시키고 있다. 남아도는 금액이 주식시장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있는 돈의 양은 정해져 있으므로 공급될 수 있는 유동성 역시 제한적이다. 지금 현재 주식시장의 상승이 유동성 공급 때문이었다면 거의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을 흔히들 마부 없는 마차에 올라타는 것으로 비유한다. 마차는 언제 벼랑에서 떨어질지 모르는 길로 달려가고 있는데, 나만큼은 벼랑에서 굴러 떨어지기 전에 뛰어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미처 뛰어내리지 못한 채 마차와 함께 떨어지는 사람이 대다수다.

지금 유동성 공급이 만들어낸 주식시장은 절벽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언제 마차가 절벽에서 떨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스스로가 풀어야 하는 문제일 수밖에 없다.

정찬웅 재무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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