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산업화세력+민주화세력 결합 시도
박 전대표는 그동안 지방으로 빈소를 찾아 직접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물론 언론이 박 전대표의 행보에 시선을 집중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박 전대표는 호남표의 민심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 ‘서진정책’을 펼친 장본인이기도 하다. 친(親) 박근혜성향인 강재섭 대표가 ‘호남구애’전략을 벌일 만큼 호남세력과의 결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 전대표는 지난 15일 빈소를 찾아 “그는 일생을 원칙을 갖고 양심을 지켜면서 한국의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기여한 호남의 양심이었다”면서 “이 나라의 민주와 인권 신장을 위해 헌신하는 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고인의 과거 정권과 관련해서는 즉답을 피하면서도 “산업화 이후 민주화의 공을 이룬 점에는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대표가 故 홍 변호사의 빈소를 찾은 이유를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해석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한나라당이 그동안 취해온 ‘한-민 공조’의 노력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의 중도 개혁성향 모임인 ’국민생각‘의 초청으로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초청돼 그 이후 한-민공조, 한-연합, 중도개혁중심의 신당창당설 등 다양한 얘기들이 나왔던 것도 한나라당의 요구에 근거한다.
이는 박 전대표의 차기대권 구상과도 무관하지 않은 측면이 강하다. TK(경상도)지역에서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박 전대표이지만 차기 정권탈환을 위해 역시 ‘호남’민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호남표의 향배에 따라 차기 정권탈환 여부가 판가름이 날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한 여론조사전문가는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영남당’, ‘보수당’의 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경상도의 표심에 쏠림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차기 정권탈환을 위해서는 호남표의 지지율이 무엇보다 시급한 때”라고 지적한다.
박 전대표가 ‘서진정책’에 힘을 쏟은 이유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이는 결국 그의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의 뿌리를 근간으로 DJ(김대중 전대통령)과의 결합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유럽선진정치 ‘따라잡기’에 나선 것도 다 이런 정치적인 전략구상과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전대표의 드러난 정치 전략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구상”이라고 말한다. 한-민 공조는 자칫 역풍(逆風)을 불러올 또 하나의 난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박 전대표가 그의 부친인 박 전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서민경제의 시급함을 논하고 있는 것도 현실적 타개를 위한 정치적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다. 박 전대표는 우선 경제분야와 관련한 ‘내공쌓기’에 돌입했고, 이에 관한 분야를 최우선 정책 구상으로 꼽고 있다. 대중적 지지도에 비해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측면도 그가 넘어야할 과제 중의 하나다.
박 전대표의 복심인 유정복 의원은 이와관련, “앞으로 정치적인 현안에 치중하는 측면이 강하겠지만 ‘서민경제 살리기’에 주력할 정책적인 구상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건, 호남민심 굳히기 나서
차기 대권주자인 고건 전총리도 16일 故 홍변호사의 빈소가 놓인 광주시 동구 광산동 옛전남도청을 찾아 조문했다. 그가 이날 전남을 찾은 이유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는 “호남에서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호남 ‘표심 굳히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우리사회가 산업화에 몰입하면서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에 소홀하던 때에 의연이 행동으로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각종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만큼 그의 호남행보는 지지율 상승폭을 올리는 데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현 rogos0119@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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