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최저자본금 등 걸림돌
‘소니(sony)뱅크, 에그(egg)뱅크, 시큐리티 퍼스트 네트워크 뱅크(SFNB), 넷(net)뱅크…’일본, 영국, 미국 등지에서 영업 중인 이들 은행은 공통점이 있다. 은행간판을 내건 오프라인점포가 없다는 것. 점포 없이 컴퓨터상으로만 영업하는'인터넷 전문은행'들이다. ‘온라인 돈 장사’들이 성업 중이란 얘기다.
이 같은 ‘인터넷 전문은행’이 국내에도 곧 들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새 정부가 이명박 당선인의 공약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추진을 적극 지원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뱅킹이 일반화된 분위기여서 컴퓨터상으로만 영업하는 은행들의 인식과 신뢰도가 일반은행들보다 뒤지지 않는 등 환경도 무르익어 실현될 확률이 높다.
더욱이 인터넷 전문은행은 점포유지비용이 크게 들지 않아 예금이자는 높이고 대출이자는 낮춰 고객들에게 보다 높은 이익을 돌려줄 수 있는 강점을 갖고 있다.
세계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은 1995년 10월 영업을 시작한 미국의 시큐리티 퍼스트 네트워크뱅크(SFNB)다. 이어 영국의 보험그룹 푸르덴셜이 1998년 에그뱅크를 세웠다. 일본에서도 2000년 미쓰이 스미토모은행과 일본생명 등이 공동출자한 재팬넷뱅크가 등장했고 2001년엔 소니가 출자한 소니뱅크가 영업을 시작했다.
물론 시험적인 분야인 만큼 시행착오도 적잖았다. SFNB는 고객확보에 실패해 RBC센츄라은행에 인수됐고, 비교적 성공적이란 평을 받았던 에그뱅크도 올해 초 씨티그룹에 팔렸다. 하지만 에그뱅크를 비롯해 1996년 출범한 미국 넷(net)뱅크 등 흑자를 남기는 곳도 많아 그 가능성은 충분히 인정받았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인터넷 전문은행의 역사가 10년을 넘겼지만 국내에선 아직 1호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인터넷 강국의 면모와도 상당히 동떨어진 현상이다.
물론 시도는 있었다. 2001~2002년 ㈜브이뱅크컨설팅이 롯데, SK, 코오롱, 이네트 등 대기업과 벤처기업 23개사의 공동출자로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그 때 “전국 단위의 은행을 지향하면서도 지점은 전혀 없고 인력도 100여명 안팎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결국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 물거품이 됐다.
현행법상 은행과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는 기준엔 전혀 차이가 없다.
따라서 인터넷 전문은행을 만들려고 해도 최저자본금이 1,000억원 이상이어야 하며, 재벌그룹의 은행소유를 막기 위해 유지돼온 금산분리원칙도 그대로 적용된다. 은행설립기준을 고스란히 적용 받아야 하는 현실이 오히려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의 발목을 잡는 셈이다.
더욱 큰 장애물은 금융실명법이다. 고객이 계좌를 만들려면 신분증사본 제출 등 직접 본인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인터넷 전문은행으로선 이 부분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한때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꾀했던 브이뱅크컨설팅은 계좌개설만 다른 은행의 점포를 빌려서 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따라서 국내 1호 인터넷 전문은행이 등장하기 위해선 설립자본금 기준을 낮추고, 전자공인인증서 만으로 계좌개설이 가능토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성유창 편집위원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