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입’이자 ‘청와대의 얼굴’이다. 국민은 이들을 대통령과 동일 선상에 놓고 본다. 정치판에서 ‘청와대 대변인 역임=탄탄대로 보장’이라는 기류가 있는 것도 이 같은 대변인 직의 무게감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역대 대변인들 대다수가 퇴임 후 ‘정치 낭인’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더욱이 재임 중 도덕성의 흠결로 ‘불명예 퇴진’을 한 경우엔 사실상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고 재기불능의 상태에 빠지고 만다. 윤창준 전 대변인과 김의겸 전 대변인이 대표적이다. 청와대 대변인 직이 ‘독이 든 성배’였던 셈이다. 이에 일요서울은 ‘청와대 대변인 흑역사’를 집중 조명해봤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사진=뉴시스]](/news/photo/201904/299202_217886_3012.jpg)
- 퇴임 후 선거서 줄줄이 낙선... ‘불명예 퇴진’시 ‘정치적 사망선고’
- ‘청와대의 얼굴’ 대변인 ‘삐끗’ 땐 대통령에 치명상... 文 정부서도 반복
역대 정부에서는 언론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들이 공보수석을 맡으면서 대변인을 겸임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통령의 오랜 동지이자 참모들이 대통령의 ‘입’으로 활약했다. ‘노무현의 필사’로 불리는 윤태영 전 대변인을 비롯해 송경희·김종민·김만수·정태호·윤승용·천호선 전 대변인 총 7명이다.
발언 왜곡·성추문·막말…
불명예 사임도
그러나 이들 중 퇴임 후 ‘금배지’를 단 인사는 아무도 없다. 정태호 전 대변인은 퇴임 후 국회의원 선거에 2번 나갔으나 모두 낙선했다. 2015년 4.29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지만 오신환 바른정당(현재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패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도전했으나 역시 오 의원에게 800여 표 차이로 무릎을 꿇었다. 정 대변인은 2020년 21대 총선 출마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호선 전 대변인은 2015년 7월까지 정의당 대표직을 맡았지만 7·28 재보궐선거와 19대 총선에서 서울 은평 을에 출마해 모두 낙선했다. 이후 7.30 재보궐 선거에선 경기 수원시 정에 출마했지만 또다시 낙선했다.
이명박 정부에선 대언론 대응 능력에 무게를 두고 언론인 출신 인물을 주로 기용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이동관 전 대변인을 비롯해 김은혜(MBC)·박선규(KBS) 전 대변인이 활약했다.
이동관 전 대변인은 일찌감치 대선 때부터 이명박 캠프에 들어가 공보분야에서 맹활약을 하며 대선 승리를 도운 핵심 일등공신이다. 그는 대변인을 거쳐 홍보수석 자리까지 꿰찼다.
하지만 이 전 대변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를 청와대에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해 아전인수격 해석으로 짜 맞춰 전달하거나, G20 유치 특별 기자회견 당시 기자들에게 세종시 관련 질문은 하지 못하도록 막기도 했다.
오죽하면 무엇이든 주무른다고 해서 ‘마사지 전문가’라는 호칭까지 얻었다. 설상가상으로 임기 내내 갖은 언론 외압 의혹에도 휩싸였다. 본인의 투기 의혹 기사 삭제 압력에서 시작해 봉은사 기자회견 외압 사건에 이르기까지 구설수가 끊이질 않았다.
퇴임 후엔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친이계의 지원을 받아 새누리당의 서울특별시 종로구 경선에 참여했으나 친박의 좌장인 홍사덕 전 의원에 밀려 탈락하였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새누리당의 서울특별시 서초구 을 선거구 경선에 참여하였으나 박성중 의원에 패배했다. 박선규 대변인 역시 퇴임 후 19대 총선과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으로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이명박 정부와 마찬가지로 언론인 출신인 윤창중·민경욱 전 대변인이 활약했다. 하지만 윤 전 대변인은 ‘성추문’이라는 최악의 오명을 쓰고 3개월 만에 전격 경질됐다. 당시 청와대는 해당 사건을 36시간 동안 쉬쉬하다가 윤 전 대변인을 먼저 귀국시켰다. 이후 사태가 커지자 3개월 만에 경질을 발표했지만,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이를 은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뒤를 이은 민 전 대변인 역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부적절한 언행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컵라면을 먹은 데 대해 민 전 대변인은 “라면에 계란을 넣어 먹은 것도 아니고, 끓여서 먹은 것도 아니다”라며 서 장관의 행동을 두둔했다. 다만 민 전 대변인은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으로 인천 연수구 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민 전 대변인은 현재 자유한국당 대변인을 역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선 ‘안희정의 입’ 박수현 전 대변인이 2017년 5월 초 초대 대변인에 임명됐다. 이후 반년 간 청와대 대변인으로 활동하다가 2018년 1월 22일 충남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불륜 의혹에 휩싸이면서 충남지사 경선에서 자진 사퇴했다.
박 전 대변인 후임에는 김의겸 전 대변인이 발탁됐다. 김 전 대변인은 2016~2017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특종 보도한 진보성향 매체의 중견 언론인 출신이다. 하지만 김 전 대변인은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이면서 취임 13개월 만인 지난달 29일 사퇴했다.
김의겸의 ‘실패’
후임은 누구?
한편 청와대는 사임한 김 전 대변인 후임으로 내부 인사 발탁과 외부인사 영입을 놓고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오랜 기간 문재인 대통령을 곁에서 보좌하며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내부 인사 발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비서관이 전보 이동할 경우 외부인사 영입에 비해 신원조회 등 보안검사를 포함한 검증이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먼저 조용우 국정기록비서관과 오종식 연설기획비서관, 유민영 홍보기획비서관이 하마평에 올랐다. 조 비서관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 초기 핵심 캠프인 '광흥창팀' 출신이다. 선대위에서 공보실장도 맡았다.
오종식 연설기획비서관은 민주통합당 대변인과 민주당 전략홍보본부 부본부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지내다 올해 1월 승진했으며, 문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김태년 의원실에서 보좌관을 지냈고 역시 ‘광흥창팀’ 멤버다.
유민영 홍보기획비서관은 지난해 8월 청와대 직제개편을 통해 입성했으며 참여정부 말기에 춘추관장을 지냈다.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비서관 출신으로 뒤늦게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 합류했지만 홍보기획업무에 탁월한 성과를 내며 신임을 받고 있다. 다만 현재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대변인 역할까지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는 판단에 후임 대변인 인선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기류가 읽힌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