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분권형 국정운영방침에 따라 외교안보통일분야를 총괄하고 있는 정 장관 입장에선 홍 내정자의 넓은 인맥 등 대미외교력이 (대권에)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홍 내정자 역시 차기를 꿈꾼다면 지지세력 확보차원에서 정 장관과의 교류는 손해볼 게 없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정치권관계자도 “대 북한·중국 업무와 관련해 정 장관이 큰 의욕을 갖고 열심히 공부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 분야에 대해 초보자나 다름없는 정 장관이 외교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들로부터 큰 인정을 받지 못한 점도 있다”고 지적한 뒤 “기존 외교전문가 집단에 속해있지 않던 홍 내정자가 앞으로 정 장관과 좋은 파트너 관계를 맺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이같은 분위기는 정 장관 진영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정 장관 측근인 당내 한 의원은 “홍 전회장이 주미대사로 활동할 경우 미국의 여론주도층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며 “정 장관에게도 매우 유리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은근히 기대감을 표시했다. 정 장관측은 홍 회장에 대해 사실상 경쟁자보다 동반자라고 해석하는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여권 내 역학구도가 정 장관이 홍 내정자에게 손을 뻗게끔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론을 둘러싸고 국보법 폐지에 미온적인 당권파가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당내 분위기는 정 장관에게 큰 장애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청와대가 최근 코드보다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결국 실용주의 노선에 부합하는 행보를 취해온 홍 내정자에 대한 정 장관측의 기대감이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정치권의 권력구조개편과 관련한 논의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동안은 권력구조개편에 관한 논의가 정치권에선 물밑에서 진행돼왔지만 최근엔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실제 열린우리당의 싱크탱크인 열린정책연구원이 지난 19일 공개적으로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 또는 내각제 등으로 바꾸는 권력구조 개편 문제를 올해의 15개 중점연구과제 중 하나로 선정해 당 지도부에 보고했다. 연구원은 또 계획서에서 “현행 대통령 선거제도인 5년 단임제에 대해 여야가 공히 일련의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 2006년 지방선거를 전후로 정치 쟁점으로 부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도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사실상 대통령 중임제 개헌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같은 중임제안이 통과될 경우 두 사람의 연대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2007년 대선이 중임제로 치러질 가능성이 있어 두 사람의 관계는 더 주목받고 있다”며 “‘정동영-대통령, 홍석현-부통령(개헌 전제시) 카드가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두 사람이 손을 잡을 경우 정 장관이 취약한 중도 보수세력을 끌어안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인철 chle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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