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강을 하고 있는 강명도 교수 [뉴시스]](/news/photo/201903/298186_216897_5659.jpg)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김한솔의 거취를 놓고 여러 의견이 오고가는 가운데 이와 연관된 조직으로 알려진 ‘자유조선’을 향한 관심도 높아지는 형국이다. 일요서울은 북한 반체제·반독재단체 자유조선과 그 안에서 김한솔의 역할을 묻기 위해 강명도 경기대학교 교수와 유선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 교수는 북한에 있을 당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무력부 보위대학 보위전문 연구실장 등을 지낸 고위층 인물이며, 1994년 대한민국으로 월남했다. 다음은 강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김한솔은 ‘자유조선’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김정남 피살 이후 마카오에 있던 김한솔은 위험에 처해 있었다. 김정남도 망명 직전에 암살된 것이다. (당시 김정남은) 망명을 안 하려던 것이 아니라, 망명하기 위해 이곳저곳과 타진했으나 받아주겠다는 곳이 없어 망설이던 중이었다. 김정남은 이 과정에서 피살됐다.
하지만 김한솔은 다르다. 아버지(김정남)가 피살됐기 때문에 ‘북한에 의한 희생자’다. 이때는 민주국가 등 국제 사회가 보호해 줘야 하고, 정치적 망명이 가능해진다.
(김한솔 피신) 이후 천리마 민방위(현 자유조선)가 최초로 온라인에 게시물을 올릴 때 ‘김한솔을 안전한 국가에 안내했고, 안전한 곳에 우리가 보호하고 있다’며 ‘관련 4개국(네덜란드·중국·미국 정부와 한 무명의 정부)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국가를 움직이는 것은 일반 시민단체나 반북단체 등은 할 수 없다. (현재 국내에) 탈북단체가 많지만, 실상 국제사회에서는 큰 영향력을 갖지 못한다. 또 여러 나라에 감사한다는 것은 여러 국가가 나서서 도와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정부나 정부 기관에 있다 나온 사람일 경우에만 가능해 의문스러웠던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 에이드리안 홍 창이 나오면서 이 단체에 대한 윤곽이 잡혔다.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이런 활동을 하면 국제사회의 호응을 얻지 못하지만, 멕시코 국적을 가진 미국 거주자가 할 경우엔 호응을 얻을 수 있다.
에이드리안 홍은 그전부터 비밀리에 반북활동이나 북한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행동에 나섰다가, 김한솔이 부각되니 자신의 조직을 동원해 그를 보호하는 데 자신의 인맥(예일대 등)을 동원한 것 같다.
북한은 지금 혈통을 중시하는 왕조국가다. 따지고 보면 김한솔은 김 국방위원장보다 더 ‘적통자’다. 맏아들에 맏손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김한솔을 내세워 망명정부 수반을 만들고, ‘우리는 자유조선을 만들겠다.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를 향한 국가를 만들겠다’는 슬로건을 걸고 망명정부를 수립한 것 같다.
-‘김한솔’을 해외망명정부의 지도자로 내세운다면 ‘김씨 일가’의 연장이 되는 것이 아닌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을 흔들 수 있는 게 김한솔이다. 김한솔이 무슨 힘이 있느냐고 할 수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에서 ‘백두혈통만이 최고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못박아버렸다.
옛날 이씨 왕조나 고려 왕조 당시에도 적자가 있다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해 쿠데타를 일으키지 않았나. 쿠데타를 일으킬 당시 항상 ‘현재 왕보다 적통성이 있는 인물이 누구일까’를 찾았다. 이와 똑같은 이치다.
(외부에서 볼 때는 김한솔이) 아무 것도 없다고 할 수 있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다르다. 또 김일성의 증손자고, 김정일의 손자다. (만약 김한솔이) ‘나는 북한인민들에게 독재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자유와 해방을 주겠다’는 슬로건도 유효하다. 한마디로 북한 내부를 흔들고 와해시키겠다는 의도다.
-북한 내부로부터의 정권교체 실현 여부는.
▲북한은 쿠데타가 아니면 (정권교체가) 안 된다. (이들이) 김한솔을 내세워 쿠데타를 일으킨다는 표현이 맞는 말이다.
-자유조선이 내건 망명정부의 실현 여부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 체제를 무너뜨리고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망명정부이다. 이들의 힘이 커지면 한국이나 미국보다 김 국방위원장에게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다만 이 조직이 자금력을 갖추고, 세력을 키우고, 국제 역량도 갖췄을 때의 이야기이다.
상해임시정부도 추인은 못 받았으나 요인들의 투쟁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여파는 있었다. 해외망명정부를 만들어 괜찮은 사람들이 집결하게 된다면 북한 고위층의 망명도 가능하다. (이들은) 이런 것을 목표로 하는 것 같다.
-자유조선과 미국 FBI 간의 연관은.
▲개입 안 됐다고 보지 않는다. (미국 FBI가) 개입해서 (이들을) 사주한 것이 아니라, (이들이) FBI나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접촉해 자료를 건네주려 하는 시도는 있었을 것이다. 미국도 실질적으로 북한과 관련된 정보를 손에 넣으려고 한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