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종 핸드폰 판매사기 극성
[단독] 신종 핸드폰 판매사기 극성
  • 이도영 기자
  • 입력 2019-03-29 18:13
  • 승인 2019.03.29 19:24
  • 호수 1300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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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대금 선입금 유도’ 꼬리 무는 피해자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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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핸드폰 단말기 가격 일부분을 선입금 시 2개월치 핸드폰 요금을 대납해주고 이후 단말기 가격까지 처리해주겠다는 신종 핸드폰 판매사기가 등장했다. 핸드폰을 저렴하게 구매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노렸다. 피의자로 지목된 A씨는 단말기 개통 후 나머지 요금을 처리해주지 않은 채 연락두절 상태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60명 이상, 피해금액 약 2000만 원 이상으로 파악됐다.

피해자 60명 이상, 피해금액 9000만 원 넘어

판매업체 대표 “우리도 속았다... 본인 확인하지 않은 것 반성”

일요서울은 지난 27일 인천 동구의 한 카페에서 피해자 B씨를 만나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들에게 자신이 법인 특판(특가판매)용으로 출시된 핸드폰을 관리하고 있다며 핸드폰을 저렴하게 구입할 의사가 있으면 본인을 통하면 된다고 소개했다.

동료·친구 등 지인 소개

이를 믿은 사람들이 회사 동료, 친구 등 지인을 소개해 피해자들이 더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B씨도 회사 직원, 가족, 친구들과 같이 A씨에게 핸드폰을 구매했다.

B씨는 “A씨가 핸드폰을 개통하기에 앞서 핸드폰 가격의 일부분을 선입금 해준다면 첫 달과 그 다음 달에 나오는 요금을 대납해주겠다”며 “핸드폰 단말기 가격도 본인이 대납해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A씨가 요구한 선입금 금액은 핸드폰 기종마다 다르다. 피해자 중 최대 60만 원까지 요구받은 사람도 있다”며 “선입금은 현금 혹은 기존에 사용하던 단말기를 반납하는 방식이다”라고 설명했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들의 요금 대납을 미루다 지난 3월 초쯤 연락이 두절됐다. 이후 피해자들은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을 만들어 피해상황과 대처법을 공유했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만 60명이 넘는다는 사실을 알게 돼 충격을 받았다. 현재 피해자들은 피해금액을 선입금 기준 약 2000만 원 이상, 단말기 대금 완납 조건 기준 약 9000만 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 개인 사기?

개통해 준 판매점도 의심스러워

피해자들은 이번 사건을 A씨의 단독범죄가 아니라고 여긴다. 처음에는 A씨 개인이 벌인 사기라고 생각했지만 피해자들 명단과 핸드폰을 개통한 판매점에 대한 정보를 취합한 후 ‘다올통신’이라는 이동통신 판매 대리점이 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A씨는 피해자들에게 신분증만 주면 본인이 핸드폰을 개통할 수 있다고 말했고 피해자들은 A씨만 믿고 신분증을 건네줬다.

A씨는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아니다. B씨에 따르면 핸드폰은 A씨가 ‘다올통신’에 방문해 신분증을 토대로 계약서를 대필로 작성해 개통하는 방식이었다. 피해자들은 이를 의심해 인천중부경찰서에 A씨와 해당업체를 고소했으며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이다.

다올통신은 A씨와의 관계는 인정하지만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다올통신 대표 C씨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A씨는 우리 매장 단골인 그의 아버지를 따라 중학생 때부터 봤으며, 이후에도 우리 매장을 지속적으로 이용한 고객이었다”라고 말했다.

핸드폰 개통 시 A씨가 가져온 신분증 명의자에게 확인 절차를 거쳤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A씨가 동료, 상사 친구 등 가까운 지인들을 직접적으로 데려오다 나중에는 신분증만 가져와서 개통했다”며 “우리도 처음에는 확인을 했지만 (A씨를 믿어) 이후에는 따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핸드폰 개통신청서 작성에 대해서는 “A씨가 말로는 고객들이 (자신과) 가까운 분들이라 본인에게 핸드폰 개통 신청을 위임했다고 (말해 개통신청서 작성 과정을) 간과한 부분이 있다”며 “(개통신청서에 신분증 명의자의) 서명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또한 C씨는 “A씨가 우리에게 자신이 법원에 취직했다는 등의 거짓말을 했다”며 “우리도 A씨를 형사 고소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다올통신은 A씨 고발 건과 별도로 피해자들이 자신들에게 이의 제기 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A씨가 피해자들에게 요구한 선입금액의 50%를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피해자들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경제 범죄를 전담하는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정확한 것은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핸드폰 개통신청서에 본인 명의의 서명이 들어가 있지 않으면 ‘사문서 위조’ 혹은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피해자는 사용한 적 없는 핸드폰 요금이 청구돼 통장에서 자동이체로 빠져나갔다고 호소했다. 이 역시 A씨와 해당 대리점이 개통시킨 회선임이 밝혀져 피해자들은 명의도용으로 인한 대포폰 개통도 의심하고 있다.

C씨는 이와 관련된 답변은 하지 않고 피했다. A씨에게도 사건 관련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를 했지만 핸드폰 전원을 꺼 놓은 상태다.

피해자들은 이동통신사도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판단해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통신부에 민원을 넣은 상태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6일 5G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이동통신 서비스와 단말장치를 판매하면서 불법지원금 지급을 약속한 후 종적을 감추는 소위 ‘먹튀’ 등 사기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위원회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할 때 반드시 ▲영업장(온·오프라인 매장)에 게시되어 있는 사전승낙서 등 판매자 정보를 확인하고 ▲휴대폰 가격이 과도하게 저렴하거나 ▲택배 등을 통해 신분증을 요구하거나 ▲음어 등을 통해 현금을 되돌려 주는 등의 혜택을 제시할 경우 약속된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계약체결에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도영 기자 ldy504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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