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패싱’ 현주소… 文 대구 달래기에도 지역 “TK 패싱 넘어 TK 말살”
‘TK 패싱’ 현주소… 文 대구 달래기에도 지역 “TK 패싱 넘어 TK 말살”
  • 고정현 기자
  • 입력 2019-03-29 15:26
  • 승인 2019.03.29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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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문재인 정부에 대한 TK 민심이 들끓고 있다. 문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가덕도신공항 발언에다 최근 있었던 ‘TK 패싱 개각’은 문 정부에 대한 TK의 민심 이반을 가속화시켰다. ‘TK소외·TK패싱·TK배제’ 문제를 TK 정치권과 지역 언론에서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도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홀대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TK 패싱’을 넘어 이제는 ‘TK 전멸’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이다. 설상가상으로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직접 나서 TK와 PK 간 ‘갈라치기’를 주도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TK를 지역구로 둔 자유한국당 21명 의원들의 분발이 요구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대구시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19년 세계물의 날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예산도 안 줘, 국책사업도 미적거려, 사람까지 차별해...이젠 편 가르기까지”
- PK 민심 재탈환 급선무... 당원들 4·3 보궐선거 총력 지원 독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보수의 심장’인 대구시의 칠성종합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의외’의 환대를 받았다. 문 대통령이 시장에 도착하기 전 상인과 시민들 50여 명이 ‘대통령님 칠성종합시장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문 대통령을 기다렸다.

TK ‘쇼통’ 들통나...
여전히 들끓는 TK 민심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의외의 환대에 대해 ‘쇼통’ 의혹이 제기됐다.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한 네티즌은 “대통령이 오니 갑자기 시장 상인들 아닌 다른 사람들이 몇십 명 오더니 문재인을 연호하기 시작했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민주당 대구 사람들이었다”고 주장했다.

‘과잉 경호’ 논란도 일었다. 대구가 ‘보수의 성지’로 불릴 정도로 ‘반문재인’ 정서가 강한 곳이라는 점에서 “가짜 보수 세력을 횃불로 불 태우겠다”고 했던 문 대통령의 발언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결국 현 정부와 TK 지역 간 ‘감정의 골’이 재확인된 셈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에 대한 TK 민심은 들끓고 있다. 문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가덕도신공항 발언이 도화선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13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부산스마트시티 혁신전략보고회에서 “만약 영남권 5개 광역단체의 생각이 다르다면, 부득이 총리실에서 검증 논의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김해신공항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수 있다’란 뜻을 밝힌 바 있다. 영남권 합의를 전제로 하지만 합의에 실패할 시 2차로 국무총리실 검증을 통해 합의와 관계없이 신공항 사업을 새롭게 추진할 수 있다는 논리다.

김해신공항 전면 재검토는 부산·울산·경남도에는 가덕도 신공항 유치의 희망을 살려주는 것이지만 대구·경북엔 2013년 4월부터 추진해 정책 결정을 목전에 둔 대구통합신공항 사업의 발목을 잡는 발언이다. 대구공항 이전 후보지 2곳 중 최종 한 곳 선정을 앞두고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는 위기를 맞은 것이다.

이에 한국당 대구·경북발전협의회 회장인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구을) 등 TK 지역 의원들은 문 대통령의 부산 방문 직후인 지난 2월 21일 영남권 신공항과 통합대구공항 이전에 대해 청와대에 공개질의했다.

하지만 공개질의 3주 후인 3월 12일 청와대는 ‘주무부처가 설명할 것’이란 내용의 팩스만 주 의원 앞으로 보냈다고 한다. 이에 주 의원이 강기정 수석에게 전화해 “정식 문서 형식을 갖춰 성실하게 답변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청와대는 지난달 15일 다시 ‘대통령 비서실’ 명의의 공문을 팩스를 통해 주 의원실에 보냈다. 이번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 정부 입장을 상세히 보고하도록 조치했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나아가 주 의원은 최근 있었던 ‘TK 패싱 개각’에 대해서도 우려를 드러냈다. 주 의원은 “TK 출신 대통령 재임 기간, 호남 인재에 대한 안배가 이뤄졌는데 지금은 국민통합과 지역 인사 균형발탁 기조가 아예 사라졌다”며 “현 정부가 ‘대구·경북은 뭘 해줘도 우리 편이 되지 않는다’는 편협한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8일 개각을 단행하면서 7명의 새 장관 후보 가운데 TK 출신 인사를 단 한 명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안동 출신이지만 지역 색채가 워낙 옅어 문재인 정부 내각에는 TK가 단 한 명도 없는 TK초토화라는 비난까지 나왔다.

곽대훈 한국당 대구시당위원장(달서갑)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그렇게 강조했던 탕평인사는 없고 코드인사만 난무하고 있다”며 “이번 인사로 지역의 정부창구가 사라져 지역의 목소리를 전달할 통로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고 했다.

강효상 한국당 의원(비례·달서병 당협위원장)도 “이번 장관 인사를 통해 현 정권이 TK 홀대 기조를 더욱 노골화했고 지역 차별을 시정할 의사가 없음도 명확히 했다”며 “국민통합을 바라는 모든 국민들과 연대해 이 정권이 TK 배제, TK 패싱을 포기할 때까지 강력히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남권 갈라치기,
與 총선 전략 일환

설상가상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의 TK-PK ‘갈라치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TK 정치권은 이구동성으로 “민주당 소속 부·울·경 광역단체장들이 내년 총선을 위해 영남 갈라치기에 앞장서고 있다”며 “국책사업이 순리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일체의 정치적 저의를 당장 거두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송언석 한국당 의원(김천)은 “김해공항 논의 때문에 대구공항 통합이전 작업에 차질을 빚어선 안 된다”며 “정해진 정책은 그대로 추진해야 하고 그 원리는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에서 공히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장석춘 한국당 경북도당위원장(구미을)은 “예산도 안 줘, 주요 국책사업 추진도 미적거려, 사람까지 차별하면 도대체 어쩌자는 것이냐”며 “가장 나쁜 정치가 편 가르기인데 현 정부가 가장 나쁜 정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TK 한국당 의원들은 일단 이번 4.3 보궐선거 압승을 첫 분열 차단책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보선에서 지난 지방선거에서 일정부분 빼앗긴 경남 민심을 빼앗아 올 경우 내년 총선도 영남권의 한국당 압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원들에게 총력 지원체제를 당부했다는 강 의원은 “대구보다 한국당 지지율이 높은 곳이 경남·부산으로 영남권 갈라치기는 정부여당의 총선 전략 중 하나로 보인다”면서 “TK 지역의 총력 지원으로 영남권은 하나임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정부여당의 꼼수에 쇄기를 박아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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