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탐구] 이건희 회장의 위기탈출 리더십
[집중탐구] 이건희 회장의 위기탈출 리더십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1-10-31 16:36
  • 승인 2011.10.31 16:36
  • 호수 913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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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십 부활 통한 스피드 책임경영
삼성이 변화고 있다. ‘믿지 않으면 쓰지 않고, 한 번 믿으면 끝까지 간다’는 인재중시론에서 ‘수시 파격 인사’로 변하고 있다. 올해에만 3명의 사장이 교체됐다. 특히 오너 일가의 주치의였던 이종철 삼성 의료 원장의 경질은 삼성 내부에서도 큰 충격이었다는 후문이다. 더욱이 후임으로 비 의료계출신인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이 선임돼 향후 윤 사장의 경영행보도 주목받는다. 일각에선 ‘이건희식 비영리기관도 경영이다’는 새로운 리더십이 발휘되지 않을까 하는 분석도 있다. 이 모든 일이 이 회장이 최근 6개월간 출근경영을 하면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파격인사’에 따른 삼성 내·외부의 변화를 알아본다.

삼성이 또 다시 갑작스런 인사를 단행했다. 수시인사로 유명한 현대차그룹과 달리 삼성은 과거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으면 연말 사장단 인사를 고수해왔다. 하지만 지난 4월 16일 이 회장의 출근경영 이후 강도 높은 경영진단을 벌이면서 비리나 결격사유가 발견된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즉각 교체하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달 25일 삼성의료원의 경영진단을 보고받고 주치의이자 최고경영자인 이 원장을 전격 경질하고 후임으로 윤 삼성석유화학 사장을 삼성서울병원 사장으로 급파했다고 26일 밝혔다.

내부 진단 결과 경영상 심각한 결함들이 발견되자 혁신을 위해 윤 사장을 긴급 투입한 것이다.

실제 삼성그룹 경영진단팀은 지난 6월 22일부터 2개월 동안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전면적인 경영 감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경영과 신사업육성 등에 있어서 상당한 문제점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삼성서울병원 개원 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경영 진단을 실시한 결과 삼성서울병원의 재도약과 혁신을 이끌 경영인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중량감 있는 윤 사장이 혁신을 주도하고 사업 추진에서 계열사 간 연결과 조정 역할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7월에도 투자판단 실패 등의 책임을 물어 삼성전자의 LCD 수장을 바꿨다. 아울러 삼성전자 내부에 디바이스 솔루션(DS) 사업총괄을 신설하고 세트 부문과 부품 부문을 분리하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또 6월에는 삼성테크윈에 대한 경영진단을 실시한 뒤 내부 비리가 포착되자 바로 대표이사를 물러나게 했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바뀐 인사 스타일에 대해 특유의 위기의식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이 회장이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방식으로는 안 된다"며 “더 정신차리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앞을 보고 뛰어야 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신수종사업 ‘모색’

또한 사장단에 대한 경고 메세지라는 분석도 있다. 삼성의 기업문화는 예전부터 ‘1등 주의'를 지향하는 문화였다. 일부 사업에서는 ‘1등'을 고수하는 사업도 있다. 그런데 오랜 시간 1위 자리를 고수하다보면 매너리즘 또는 무사안일주의에 빠질 수 있기에 이 회장이 직접 채찍을 들었다는 것이다.

한 전문컨설팅사는 “1등을 오래하다보면 경쟁력을 잃는 경우가 생기고, 추격하는 2등에게 밀리는 기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며 “1등 기업에 부정부패가 팽배한 것도 자만심의 결과다"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이 회장이 성과주의식 혁식을 모색하기 위해 수시 인사를 단행했다는 설명이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2009년 12월 단행된 특별사면으로 인해 경영 전반에 대한 운신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즉 경영권 편법승계나 비자금 조성 등 지난 10년간 이 회장의 발목을 잡았던 요인들이 사라지면서 본격적으로 ‘이건희식(式) 경영체제’ 정비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이 회장의 오너십 부활로 풀이되기도 한다.

특히 이 회장의 부활은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속전속결, 스피드 경영의 한 축으로 해석되고 있다. 애플과의 소송전에서도 밀리는 듯 했지만 현재는 우위를 점치고 있고, 계열사의 사업도 빠른 성장세로 변모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오너의 빠른 결단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 그래서 삼성이 유럽과 미국의 시장경제 악화상황에서도 위기해법을 제시하고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삼성 서울병원의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 또한 영리법인화에 따른 사전포석이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회장 오너십 부활에 대한 비판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 전문컨설팅사는 “오너경영을 다르게 표현하면 독단경영이다. 모든 것을 오너의 관점에 맞춰야 한다. 이 때문에 내부 직원들은 오너의 입맛에 맞는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무수히 움직여야 하고, 때론 살아남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전했다.

이 회장도 과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어 잠시 회사를 떠났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삼성특검과 경영권 불법 승계, 김용철 삼성 전 법무팀장의 비리 고발 등으로 회사를 떠났었다.

이는 오너 경영 시 책임경영이 뒤따라야 하는데 그렇치 못한 경우가 국내 경제계에선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오너가 책임을 지고 회사 경영에서 떠났다가 돌아온 사례도 빈번해 일부시민단체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대표적 기업이 삼성, 현대차그룹, SK 등이다.

때문에 삼성 외부에서는 이 회장의 오너십 부활이 이 회장체제의 기강확립은 될 수 있지만, 위축된 전문경영인들이 짜내기식 실적을 내야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 오너십 부활이 향후 한국경제의 새로운 이정표 제시와 더불어 삼성의 글로벌 경영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줄지 국민적 기대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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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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