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종합금융증권(사장 유준열, 이하 동양종금)의 움직임이 바쁘다. 동양종금은 종합금융업 겸영 인가 기간이 끝나는 이달 말 이후 사명에서 종합금융을 없애고 다음 달 1일부터는 ‘동양증권’이 돼야 하는 처지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이는 이 변화가 동양종금의 입장에서는 큰 폭탄이 될 수도 있다. 종합금융업(종금업) 라이선스 소지 여부 때문이다. 따라서 동양그룹의 주인인 현재현 회장의 한숨은 더욱 깊어갈 전망이다. 그 현황을 알아봤다.
동양종금의 종금업 라이선스는 1인당 5000만 원 한도 내에서 원금이 보장되는 종금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는 동양종금으로 하여금 다른 증권사들을 제치고 CMA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게 했다.
종금업 라이선스의 만료는 예금자보호 상품인 종금형 CMA 상품의 판매가 불가능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CMA의 경우 증권사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지급해 그 자체로서는 수익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0.1%라도 이율이 높은 CMA 계좌를 첫발로 하여 주식을 매매하고 펀드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CMA는 교차 판매 비율을 끌어올리고 고객 기반을 돈독히 유지할 수 있는 발판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게다가 동양종금은 종금업 라이선스를 활용한 원금보장형 CMA를 내세워 초기 CMA 시장을 장악했고 다수의 고객들을 확보했다.
그렇지만 이제 동양종금의 종금형 CMA를 이용해 온 고객들은 이달 말까지 수탁금을 출금하거나 RP(환매조건부채권), MMW(머니마켓랩), MMF(머니마켓펀드)형 등 다른 상품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또한 종금업 라이선스의 만료는 고수익을 창출하는 기업 여신 서비스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동양종금은 기업 여신 부문에서도 종금업에 기반한 발행어음과 수신기능을 활용함으로써 비교적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기업대출 등을 운용하여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이제 동양종금은 종금업 라이선스 만료와 함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 등 기존의 종금 여신을 모두 정리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이 경우 수익 감소는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충당금 등 비용 증가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렇게 동양종금의 대표적인 자산관리상품이었던 종금형 CMA의 판매가 당장 다음 달부터 불가능해짐에 따라 동양종금의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동양종금의 종금업 라이선스에 버금가는 차입선과 구조 다변화가 있지 않다면 수익 창출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유준열 사장은 “기존 동양종금의 강점이었던 종금형 CMA의 대안으로 퇴직연금을 육성하겠다”는 뜻과 “증권사 대형화보다는 젊은 고객층에 대한 자산관리 체계를 바탕으로 내실을 다지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마지막 남은 금융산업 “동양종금, 너마저?”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동양종금이 동양그룹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본지 [일요서울 제912호 - 현재현 회장, 동양생명 팔고 지주사 강화해도 한숨...왜?]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동양그룹의 지주회사격이던 동양메이저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총부채 1조4300억 원으로 총자산 1조4002억 원을 넘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동양그룹은 자본잠식을 거듭하는 동양메이저를 살리기 위해 같은 달 동양생명 2대 주주였던 보고펀드에게 동양생명 지분 46.5%를 매각했고 보고펀드는 총 57%를 보유한 1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렇게 동양그룹의 알짜배기 금융사였던 동양생명의 주인이 사모펀드(PEF)로 변경된 것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동양생명은 동양그룹의 수익창출 역할을 하던 캐시 카우(Cash Cow)였는데 이것이 현 회장의 품 바깥으로 빠져나갔다”고 말했을 정도다.
때문에 유 사장의 발언에 힘이 실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아울러 그룹 회장인 현 회장의 금융종합그룹 도약의 꿈도 잠시 미뤄야 할 상황이다.
지난 1962년 ‘일국증권’으로 시작한 동양종금은 1985년 동양그룹에 편입되면서 ‘동양증권’으로 거듭났다가 지난 2001년 ‘동양현대종합금융사’를 흡수합병하면서 종금업 라이선스를 획득했고 지금의 ‘동양종합금융증권’으로 사명이 변경됐다.
기본적으로 증권사가 종금사를 합병해 얻은 라이선스의 유효 기간은 10년이다. 그동안 동양종금은 지난 2005년, 2010년에는 동양오리온투자증권과 동양선물을 각각 흡수합병했고 동양그룹 내에서 동양생명과 함께 수익 창출을 담당하는 ‘캐시 카우’ 역할을 해 왔다.
이제 남은 마지막 캐시 카우인 동양종금이 ‘종금’ 간판을 떼고 ‘증권’ 간판만으로 승부하는 것은 분명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도사리고 있는 일이다. 또한 이러한 동양종금마저 타 지주사 등으로 매각된다면 향후 동양그룹의 수익원은 매우 불투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회장 어윤대)와 골드만삭스 등 국내 금융지주사와 외국계 금융사가 동양종금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7월 당시 비은행부문 강화 차원에서 동양종금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증권가의 풍문에서 아직까지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또한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은 동양종금과 자산관리 분야에서 이미 협력 중이며 내부적으로 동양종금 인수에 대해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종금 관계자는 “이렇다할 풍문은 계속 있어왔으나 내부적으로 확실하게 결정된 사항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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