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 기업은행, CJ와 제일저축銀에 놀아난 편법대출 ‘구설수’
IBK 기업은행, CJ와 제일저축銀에 놀아난 편법대출 ‘구설수’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1-10-24 16:03
  • 승인 2011.10.24 16:03
  • 호수 912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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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의 역할 논란

IBK기업은행(행장 조준희)은 한국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과 함께 몇 개 되지 않는 국책은행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러한 기업은행이 민영화를 앞두고 평탄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본지 [일요서울 제911호 - 기업은행, 국책은행 간판으로 편법경영 ‘구설수’]에서 보도한 것과 같이 최근 기업은행에는 중소기업 대출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주력하지 않고 개인금융을 확장시켜 순이익을 늘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관행적인 ‘꺾기’ 행태는 물론 높은 예대마진율과 지나친 골프회원권 보유 등의 문제가 쉴 새 없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기업은행이 대기업인 CJ의 계열사를 통해 협력업체들에게 편법대출을 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기업은행은 영업정지된 제일저축은행 대주주 아들에게 비정상적인 대출을 했다는 구설에도 올랐다. 그 현황을 알아본다.

IBK기업은행이 중소기업대출을 주력으로 세워진 국책은행임에도 불구하고 편법적 대출을 해준 정황이 포착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6월부터 CJ E&M(대표이사 하대중)이 추천한 CJ E&M의 협력업체에게 총 100억 원 한도 내에서 시중 대출금리보다 3%포인트가 낮은 저금리로 대출해 줬다.

CJ E&M은 CJ 계열사로 tvN, Mnet, OCN, 채널CGV, 온스타일 등의 방송 채널을 비롯해 영화, 공연, 음악, 게임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기업은행이 CJ E&M의 협력업체에게 제공하는 ‘CJ E&M 협력기업 대출’은 기업은행 자금 50억 원과 CJ E&M이 예치한 50억 원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CJ E&M은 계약기간 후 예치금 전액을 돌려받는다. 대출 수혜는 CJ E&M이 추천하는 업체로만 한정되어 있으며 만약 대출받은 업체가 원금이나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더라도 CJ E&M은 일체의 보증을 비롯한 책임 소재가 없다.

결국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책은행이 특정 대기업의 협력업체에게 파격적인 저금리로 편법적인 대출을 한다는 비판이 일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게다가 특정 대기업이 추천하는 중소기업 대출은 결국 해당 대기업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마련이기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기업은행이 CJ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것이냐”라는 비아냥까지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문화계 관계자 역시 “기업은행이 CJ에게는 편법지원을 하고 CJ의 협력업체들에게는 편법대출을 하는 셈이다”라며 “문화업계의 특성상 투자를 받거나 대출을 받아 콘텐츠를 생성하는 구조에서 이러한 기업은행의 대출은 CJ 협력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들에게 커다란 박탈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실 저축은행 회장 아들 대출도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기업은행이 부실 저축은행의 회장 아들에게 거액을 대출해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은행과 우리은행(행장 이순우)이 최근 영업정지된 제일저축은행의 유동천 회장 겸 대주주의 아들에게 주식을 담보로 거액을 대출해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0년부터 3차례에 걸쳐 유 회장의 아들과 제일저축은행 주식 175만주를 담보로 한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2008년 유 회장의 아들과 제일저축은행 주식 200만주를 담보로 한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 유 회장의 보유지분은 총 478만주로 두 건의 대출에 담보로 제공된 주식은 78%인 375만주다.

특히 기업은행의 마지막 대출 시점은 지난 2월 저축은행의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을 때다. 이미 우리은행에서 유 회장의 지분 중 42%를 담보로 잡고 있는 상태에서 또 다시 36.7%에 달하는 담보를 설정했을 뿐만 아니라 제일저축은행의 부실이 가려진 채 승인된 대출은 다소 문제가 있다는 것이 타 은행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초기에는 두 은행 모두 “대출을 해준 것은 맞지만 예전 일이고 상황이 종료된 것으로 안다”, “고객 금융정보 보호를 위해 대출 등 거래내역을 자세히 밝힐 수 없다”면서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허술한 심사로 인한 대외 이미지 하락 때문이라는 것이 금융권의 중론이다.

한편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제일저축은행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기 직전과 직후 각각 대출금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저축은행의 주가는 지난 8월 1일 3245원에서 정리매매 3일째인 지난 7일 50원으로 더 이상 내려갈 바닥이 없는 상태였다. 21일 현재는 정리매매 후 상장폐지된 상태다.

본래 주식담보대출의 경우 주식의 가치가 하락하면 전적으로 대출해 준 은행 측의 리스크가 되어 버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유동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빚을 갚았다는 것은 비정상적인 상환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는 정황상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제일저축은행 대주주의 비자금을 예치한 상태에서 대출금 상환 압박을 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제일저축은행 대주주가 기업은행 등에 개인 비자금을 예치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출금 상환 과정과 이면계약설 정황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CJ E&M 대출과 관련, “다른 대기업들과도 비슷한 제도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어 CJ에만 국한된 사례는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제일저축은행 대출과 관련해서는 “오래전부터 (제일저축은행 대주주와) 거래가 있어 왔고, 대출 당시에는 별다른 문제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며 “비자금 예치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답변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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