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KIA 감독을 통해 본 정몽구 회장의 ‘뚝심 리더십’
선동열 KIA 감독을 통해 본 정몽구 회장의 ‘뚝심 리더십’
  • 이진우 기자
  • 입력 2011-10-24 16:00
  • 승인 2011.10.24 16:00
  • 호수 912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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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조명 MK리더십
‘뚝심의 리더십’으로 통하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리더십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흔히 ‘창업보다는 수성이 어렵다’고 회자된다. 선대가 이룬 눈부신 업적을 후대에서 이어가지 못하고 망가뜨린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선대의 성과를 후대가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그만큼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의 선봉에 있을 때 옛 현대그룹은 언제나 재계 1위 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 이후 소위 ‘왕자의 난’을 겪으면서 그룹이 여러 개로 분할돼 결국 삼성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절치부심한 지난 10년의 세월 동안 아들 정 회장은 눈부신 성장가도를 달려와 삼성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또한 범 현대家의 적통으로서의 사명인 ‘명가 재건’의 과업을 우직하게 실천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이 결단의 승부사인 정 회장의 ‘뚝심 리더십’에 대해 집중 조명해본다.

KIA타이거즈 구단은 지난 18일 조범현 감독을 경질하고 선동열 전 삼성라이온즈 감독을 전격적으로 영입했다. 이번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에서 KIA가 SK에 1차전 승리 후 24이닝 연속 무득점을 기록하며 3연패로 탈락한 것에 대한 책임인사라는 것이 야구계의 중론이다.

이후 새로 선임된 선 감독은 1985년 해태타이거즈(現 KIA타이거즈)에 입단해 국보급 투수로 불리며 1986년부터 1989년까지 해태가 4차례 연속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할 당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프랜차이즈 스타다. 그야말로 1980년대 해태는 프로야구계의 제왕이었다. 그 당시 현대그룹이 재계의 제왕이었던 모습과 흡사하다. 정 명예회장이 생존해 있던 시기이기도 하다.

정 명예회장의 경영방식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정신이다. 또한 창업정신으로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이 기본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실과 신용, 긍정적 사고, 명확한 비전, 지칠 줄 모르는 승부정신 등을 ‘정주영 리더십’의 5가지 덕목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조능력, 부족한 상황에서도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강한 도전정신과 무서운 실천력, 신속·정확한 결단력 등도 주목된다. 따라서 정 명예회장을 ‘집념의 승부사’라고 묘사하기도 한다.

선 감독 역시 ‘타고난 승부사’로 정평이 나있다. 0점대 방어율, 다승왕, 승률 1위는 언제나 그의 차지였다. 은퇴 이후엔 삼성라이온즈의 감독으로 재임기간 동안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선 감독이 떠난 해태는 1990년대 들어와 내리막길을 걷다가 모기업의 부도로 지난 2001년 7월 KIA에 팔렸다. 해태를 인수한 KIA는 전력강화를 위한 막대한 투자를 지속하면서 ‘명가 재건’을 이루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으나 2009년 겨우 한 차례 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올해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자 KIA는 과거 ‘해태의 전설’이었던 선 감독을 영입해 팀을 정비함과 아울러 ‘명가 재건’의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KIA는 선 감독에 이어 이순철 전 LG트윈스 감독까지 영입해 명실공히 프랜차이즈 출신 코칭스태프로 구단을 꾸리게 됐다. 선 감독은 “선수들의 투지를 강화시키면서 기술적인 부분을 배양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이기고 지고를 떠나 9회말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주영 ‘창업정신’ 현대차그룹 계승하나

이 발언은 현대차그룹의 현 상황을 정리하는 멘트이기도 하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현대차그룹의 약진이 놀랍다. 자동차전문그룹으로 계열 분리한 이후 지난 10년 동안 현대차그룹은 눈부신 성장세를 구가해 왔다.

올 상반기 현대차그룹의 9개 상장사 순이익은 9조1679억 원으로 삼성그룹 13개 상장사 이익 8조1036억 원보다 많았다. 그룹 출범 이후 처음이다. 3분기에도 순이익에서는 삼성을 앞설 것으로 재계는 전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2020년에는 도요타를 넘어 세계 1위에 오른다”는 기대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비록 고환율과 세계 자동차시장의 개편 등의 영향도 있었지만 정 회장의 강한 ‘뚝심 리더십’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 회장의 리더십은 ‘품질 지상주의’와 ‘현장 경영’을 중시하는 그의 경영철학에서 엿볼 수 있다.

현대정공에서 갤로퍼를 최고의 품질로 생산해 쌍용차의 코란도를 제쳤던 일화는 그 자체로 전설이었다. 2003년에 오피러스 수출을 앞두었으나 남양연구소에서 미세한 소음을 확인한 정 회장은 수출계획을 늦추고 저소음 엔진을 장착하도록 독려한 일화도 유명하다.

지난 6월 말 사상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달성하자 현지 임직원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한 앨라배마와 조지아 공장에서 정 회장은 “품질을 더욱 중시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정 회장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현대자동차서비스 시절 그는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하고 일과가 끝나면 구내매점에서 어울려 소주잔을 기울였다. 이러한 ‘스킨십 경영’은 정 회장으로 하여금 회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게 했다. 그는 지금도 수시로 현장을 방문한다.

현대제철이 고로 건설에 착공했을 때는 한 달에 수차례 현지를 방문해 공사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오너가 현장을 중시하니 조직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팀워크 경영’도 빼놓을 수 없다. 정 회장은 학창시절 럭비를 했던 경험으로 기업경영에서도 팀워크를 중시한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은 튀는 CEO보다 화합을 이끄는 CEO를 중시한다”며 “가끔 럭비공 인사로 구설수에 오르지만 대부분 팀워크나 조직의 안정을 해치는 사람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고 전했다.

정 회장의 ‘럭비공 인사’의 핵심은 강력한 충성도를 확보하는 카리스마다. 전직 현대기아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실세라고 해서 거들먹거리다간 언제 날아갈지 알 수 없는 분위기”라며 “그러다 보니 좋은 의미에서 정 회장을 향한 충성경쟁이 매우 강하다”고 귀띔했다.

정 회장이 범 현대家의 적통으로서 옛 현대그룹의 창업정신을 계승해 ‘명가 재건’의 과업을 완수할 지 ‘뚝심 리더십’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진우 기자] voreolee@ilyoseoul.co.kr

이진우 기자 voreole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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