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현 회장, 동양생명 팔고 지주사 강화해도 한숨… 왜?
현재현 회장, 동양생명 팔고 지주사 강화해도 한숨… 왜?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1-10-24 15:51
  • 승인 2011.10.24 15:51
  • 호수 912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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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동양그룹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한숨이 깊다. 생보업계 순위 7위에 생보사 최초로 상장되고 동양그룹의 ‘캐시 카우’ 역할을 해온 동양생명(대표이사 박중진)이 말썽이기 때문이다. 동양생명은 지난 5년 간 고객들의 보험금을 받아 외화유가증권에 투자한 후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또한 자사 보험상품의 약관을 잘못 적용해 고객들에게 보험금을 적게 지급하고, 중고차 구입자금 대출 역시 부적절하게 위탁 운영했다. 현 회장은 급한 대로 동양메이저를 살리기 위해 동양생명을 잠시 사모펀드에게 팔았고 콜옵션 계약으로 인해 내후년에나 다시 품에 안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동양생명이 잦은 구설에 오름에 따라 이와 관련한 동양그룹의 행보가 주목된다.

금융감독원(원장 권혁세)은 “동양생명에 대해 종합검사를 실시한 결과 손절매 기준 미운용으로 투자 손실 초래를 비롯해 대출 모집업무 위탁 관련 내부통제 부적정, 보험금 지급 업무 부적정 등 법규 위반사항이 적발됐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지난 2006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외화유가증권에 투자하면서 외국환 위험 관리 기준을 두지 않고 3000만 달러 상당의 외화유가증권에 대한 손절매를 실시하지 않아 지난해 말 기준 1300만 달러의 추가 손실을 일으켰다.

동양생명은 지난 2007년 5월부터 지난 2월까지 자사 보험상품의 수술보장특약 중 자궁소파술과 관련, 약관에 명시된 2종 수술로 적용해야 함에도 1종 수술로 적용해 보험금을 과소 지급하기도 했다. 이로써 동양생명은 741명에게 2억2200만 원의 보험금을 덜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동양생명은 지난 2006년 4월부터 지난 3월까지 508곳에 이르는 대부업체에 대출 모집을 위탁해 대출 업무를 취급하면서 자체 위탁 운영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위탁 사실을 숨기며 부적절하게 운영했다. 동양생명이 취급한 대출은 중고차 구입자금 대출이며 금리는 22% 수준에 현재 대출잔액은 5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원회를 통해 박중진 대표이사에게는 주의 조치를 내렸으며 관련 임직원 1명과 8명에게 각각 견책과 주의 조치 등을 취했다.


현 회장 ‘품 밖의 자식’ 안타까운 동양생명

현재 동양생명의 주인은 현 회장이 아닌 사모펀드(PEF)인 보고펀드다. 하지만 동양생명의 경영진은 동양생명의 주인이 바뀌기 전과 변함없다.

동양그룹은 자본잠식을 거듭하는 동양메이저를 살리기 위해 지난해 9월 동양생명 2대 주주였던 보고펀드에게 동양생명 지분 46.5%를 매각했고 보고펀드는 총 57%를 보유한 1대 주주로 올라섰다.

본래 동양그룹은 동양메이저가 지주 역할을 하는 그룹 청사진을 꿈꿔왔다. 하지만 동양메이저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총부채 1조4300억 원으로 총자산 1조4002억 원을 넘어선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었다.

때문에 동양그룹은 동양메이저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9000억 원에 이르는 동양생명 지분을 매각하고 2400억 원에 달하는 동양메이저의 부동산과 주식을 매각하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펼쳤다.

동양그룹의 알짜배기 금융사였던 동양생명의 주인이 사모펀드로 변경되는 수모를 겪은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 에서는 “동양생명은 동양그룹의 수익창출 역할을 하던 캐시 카우(Cash Cow)였는데 이것이 현 회장의 품 바깥으로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또한 PEF 업계에서는 “보고펀드는 환매 콜옵션 계약으로 3년 후 동양그룹에 지분을 되팔 수 있다”면서 “때문에 향후 투자자금 회수에 대한 안전장치가 있는 보고펀드로서는 밑질 것이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도이치뱅크는 “동양메이저, 동양레저, 동양캐피탈 등 3개사가 계속 손실을 낸다면 그룹 소유주가 바뀌고 자산 매각이 진행될 것”이라며 “동양생명 환매 콜옵션도 포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논평했다.

결국 지난 6월 동양메이저와 동양매직의 합병설이 나왔고 지난달 1일 동양메이저와 동양매직이 합병해 ㈜동양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고질적인 그룹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아직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한편 현 회장의 주식담보대출 비율은 97%에 달해 업계의 놀라움을 사고 있다. 현 회장은 지난 2007년부터 이달까지 동양 보유 주식 801만 3201주 중 777만421주를 질권설정한 169억 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그룹에서) 동양생명을 다시 인수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면서 “(그룹의) 재무구조개선은 계속해서 해나가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현 회장의 주식담보대출 비율과 관련해서는 “금액은 크지 않은데 주가가 떨어졌기 때문에 비율이 높아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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