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 유동성 부족 “줄도산 도미노 우려”
한국 기업들 유동성 부족 “줄도산 도미노 우려”
  • 이진우 기자
  • 입력 2011-10-24 14:38
  • 승인 2011.10.24 14:38
  • 호수 912
  • 3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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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아나? 모르나?’
중소기업들 자금난에 이어 대기업들도 유동성 부족에 직면해 기업들의 부도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낳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나빠지면 투자여력이 위축돼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경기회복이 늦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의 매출 감소는 물론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나빠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기업들의 외부차입을 증가시켜 시중금리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또한 대기업의 자금사정 악화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어려워질 수 있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동반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예측한 83개 상장사의 올해 연간 잉여현금흐름(연결재무제표기준) 전망치(시장 컨센서스)가 지난 7월 말 74조4989억 원에서 지난 13일 현재 42조9902억 원으로 4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18.29% 늘었지만, 전 세계적인 경기악화로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17.9%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현금에서 투자에 들어가는 돈을 제외한다. 이는 차입금을 제외한 보유현금으로 영업활동 현금흐름과 투자활동 현금흐름을 합한 것이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경기악화로 기업들이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이 줄었는데 반해, 오히려 투자활동은 늘어나 잉여현금흐름이 크게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로 전환하면 해당 기업은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심각한 경영난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국내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앞선 지난 11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500개사를 대상으로 ‘기업 자금사정지수’를 조사한 결과, 올해 4·4분기 지수가 ‘92’로 기준치인 100에 못 미쳤다고 밝혔다. ‘기업 자금사정지수’는 기업의 자금흐름을 0~200으로 수치화한 뒤 100을 넘으면 전분기보다 해당 분기 자금사정이 좋아질 것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며 100 미만은 그 반대다.

이번 4·4분기 조사 결과는 지수 조사를 처음 시작한 2009년 3·4분기 이후 최저치다. 특히 대기업(99)보다 중소기업(90)의 자금사정이 좋지 않았다. 제조업(94)과 비제조업(89)의 자금사정에서도 차이가 많이 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악화된 이유가 최근 수출 여건이 나빠지고 있으며, 소비·투자 감소로 내수마저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금융·외환시장의 리스크가 증가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전했다.

기업들은 자금사정 악화의 직접적 원인으로 매출 감소(57.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제조원가 상승(29.2%)과 수익성 감소(13.7%)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게다가 기업들은 최근 금융권의 금리 부담이 높아진 것(81.2%)이 자금 압박의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까다로운 신규대출과 만기연장(15.2%), 매출채권 회수 부진(2.9%), 외환 변동성의 확대(0.7%)도 자금난의 원인 중 하나다.

권혁부 대한상의 금융세제팀장은 “기준금리가 올들어 3차례나 인상됐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는 등 불안한 경기 전망이 자금조달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기업 차입규모 늘리고 있어

한편 글로벌 경기침체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자, 앞으로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일부 대기업들의 경우에는 회사채 발행규모를 크게 늘리거나 단기차입 확대 등을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투자수요가 위축되고 있어 자금조달 여건이 기업에 점차 불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들이 위기관리 차원에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차입을 크게 늘리고 있으나 그 후유증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차입비율이 늘어나게 되면 기업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수 있고 자금조달 비용 또한 비싸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신용평가사 S&P는 최근 실적악화로 재무상태가 나빠진 LG전자의 장기채권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강등했다. 무디스도 LG전자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신용등급이 떨어지게 되면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한다.

최종원 동양종금증권 신용분석 연구원은 “현재 현대차를 제외하고는 대기업들의 자금상황이 모두 안 좋다. 덩달아 대기업에 납품하는 회사들의 자금 사정도 연이어 나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인덕 한국기업평가 평가기획실장은 “단기적으로 기업의 생사를 좌우하는 것은 유동성 위험 관리 능력이다. 만약 위기 확산 국면에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부도 또는 워크아웃을 겪거나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잉여현금흐름이 줄어 적자로 전환하면 기업은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을 통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이 경우 재무구조가 악화해 차입비용이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이진우 기자] voreolee@ilyoseoul.co.kr

이진우 기자 voreole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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