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복지부 선수에 분열되나
제약사, 복지부 선수에 분열되나
  • 전수영 기자
  • 입력 2011-10-24 14:05
  • 승인 2011.10.24 14:05
  • 호수 912
  • 4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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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매출 호조에도 웃지 못하는 제약사
상위 국내 제약사들의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성장을 보였다. 정부당국의 리베이트 단속과 약가인하 압박에도 불구하고 상위 제약사들의 실적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며 탄탄한 입지를 보였다. 하지만 당장 3분기 매출이 올랐다고 해서 결코 좋아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공통된 의견. 아직까지 약가인하가 본격적으로 시행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올해 매출을 내년에도 유지하기란 힘들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자칫 매출을 감소를 최소 폭으로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과 함께 신약개발에 대한 비용마저 줄일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당국의 약가인하 의지는 여전하고 해외진출을 하는 제약사에게 1000억 원의 금융지원이라는 당근마저 제시하며 제약업계 달래기에 나섰다. 코앞으로 약가인하를 둘러싼 정부당국과 제약사의 줄다리기를 살펴본다.

동아제약, 녹십자, 종근당 등 국내 상위 10개 제약사들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평균 8.4%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국내 상위 10개 제약사들의 4분기 매출액은 1조416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1,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극복하며 다시 안정세를 탈 것으로 예상됐다.

증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녹십자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매출인 1920억 원보다 18.8%~28.1% 성장한 2281억 원~2460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

동아제약도 지난해 2121억 원에서 11.1%~13.8% 성장한 2356억 원~2413억 원이 예상된다.

유한양행 또한 지난해 대비 13.6% 증가한 1578억 원이 예상돼 상위 업체들의 3분기 실적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상위 제약사들의 매출 실적 향상은 타사와의 공동 판촉(co-promotion)을 강화하며 안간힘을 썼던 영향으로 분석된다. 자사제품만으로 매출을 견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제약사들이 타사 제품 판매를 책임지면서 매출 다변화를 꾀한 것이다.

동아제약의 경우 GSK의 폴리덴트 정, 센소다인, 폴리덴트 접착크림, 브리드라이트 등 4개 제품에 대한 약국 판매를 책임지고 있다. 녹십자는 LG생명과학의 성장호르몬제제인 유트로핀,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아타칸 등의 판매를 맡고 있다.


매출 성장세, 올해까지가 마지막?

상위 제약사들의 매출이 호전되기는 했지만 이는 폭풍전야의 고요함이라는 것인 업계 공통의 의견이다. 내년부터 약가인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올해와 같은 매출 향상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하나같이 얘기한다.

당장 약가인하가 진행되면 새 약가산정방식에 따라 특허만료 의약품 약가는 기존 80%에서 70%로 하향 조정된다. 복제의약품 단가 또한 68%에서 59.5%로 8.5% 내려간다. 거기에 특허만료 1년 후 동일 성분 의약품은 최대 53.55%까지 약가가 인하되기 때문에 제약사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결국 올해와 같은 양이 판매될 경우 거의 10% 정도의 매출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미 내년에 회사마다 어려움이 예상돼 불필요한 모든 비용을 최소화하고 더 나아가 연구개발비를 축소하고 인력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에 대해 I사는 “인력감축 문제는 전혀 거론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고, J사의 경우도 “업계에 그런 얘기가 돌고 있지만 정확한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에 전체 제약업계의 예상 손실 규모는 3조 원으로 추산되고 있어 개별 제약사들은 내부적으로 고민을 하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어느 회사도 뚜렷한 자구책을 마련하지 내놓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자칫 먼저 자구책을 내놓을 경우 직원들의 큰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한 회사가 먼저 자구책을 내놓으면 뒤이어 자구책 방안을 발표하려고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내년 매출 감소는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살아남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신약을 개발할 경우 약가인하 대상에서 빠질 뿐만 아니라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투자는 실로 상상을 초월해 그 비용만 해도 수천억 원에 달하며 개발 기간도 길다.


신약 개발이 돌파구... R&D 비용 축소할 판

결국 제약사에서 꾸준한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수익이 낮아지면 투자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진행하던 개발마저도 보류 또는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를 수 있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먹고 살기도 빠듯한 상황이지만 신약 개발비용을 줄일 수는 없는 상황이라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제약사의 고통이 길어질수록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약개발 강국의 꿈은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 1000억 원 지원책 마련…제약업계 일순간 ‘잠잠’

이런 제약업계의 하소연에 정부는 제약업계에 당근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HT)산업의 글로벌 진출 역량 강화를 위해 해외진출을 원하는 국내 제약사에 최대 1000억 원까지 금융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수출입은행은 19일 보건의료산업 해외진출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의 주요 내용은 신약·바이오 시밀러를 개발·수출하고자 하는 제약회사의 기술개발자금 지원이다.

일정 신용등급 이상의 제약사는 수출목적의 해외 임상 3기 추진 시 기업규모와 무관하게 향후 소요자금의 90% 범위 내에서 최대 1000억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계획이 알려지자 제약사들은 이를 반겼다. 특히 국내 상위권 제약사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사정으로 인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보건당국의 계획은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의 계획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국내 상위권 제약사 관계자는 “우선 정부의 발표를 환영한다”면서도 “하지만 다른 산업과의 지원 형평성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으면 타 부처에서 협력을 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복지부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상위권 제약사의 경우에는 정부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기술개발 여력이 크지 않은 제약사의 경우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한계도 있어 결국 글로벌 경쟁력이 높지 않은 제약사의 경우 정부지원마저도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보건당국의 이런 발표가 있자 그동안 약가인하로 한 목소리를 냈던 제약업계가 일순간에 조용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돼 약가인하 정책 반대 여론을 주도했던 상위권 제약사들의 경우 정부와 계속해서 대립각을 세울 경우 지원을 받을 때 곤혹스러울 수가 있다는 판단 하에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일부 약에 대해서는 생산중단도 할 수 있다는 초강수를 뒀던 제약업계가 정부의 지원책을 놓고 조금씩 다른 의견을 보일 수 있어 주도권을 보건당국에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제약업계, 서명운동 나서

그동안 제약업계는 정부의 약가인하에 맞서 총궐기대회, 생산중단, 1일 폐업 등 강력한 대응방안을 두고 논의를 하다 결국 그 수위를 낮춰 100만 명 서명운동을 우선적으로 실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곧바로 강력한 대응을 할 경우 국민에게 비춰지는 모습이 결코 자신들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해 약가인하의 문제점을 제대로 알려나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부의 지원책은 지원책으로 접어두고 약가인하에 대한 목소리를 국민에게 그대로 전달해 공감대를 형성한 후 그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채찍과 당근에 대해 제약업계가 어떻게 국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지에 제약업계의 사활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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