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 회장의 ‘상생 리더십’ 독수리처럼 날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리더십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그간 비쳐졌던 김 회장의 이미지는 불도저식의 우직한 카리스마 리더십을 보여 왔다. 어떤 상대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한 대 맞으면 두 세대 이상으로 맞받아쳐 상대를 쓰러뜨리는 ‘복싱 정신’을 경영에서도 강조했다. 또한 신뢰와 의리를 강조한다. 한화그룹은 회장에서부터 말단 직원까지 의리와 신뢰로 똘똘 뭉치는 기업문화를 표방한다.
최근 들어 김 회장은 상생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5일 ‘공생발전 7대 종합 프로젝트’ 추진 내용을 발표하며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성과를 내기 위해 직원을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여타의 기업문화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 중심에 김 회장의 리더십이 존재한다. 이에 [일요서울]이 김 회장의 신뢰와 의리가 함께하는 ‘상생 리더십’을 살펴본다.
김 회장은 1981년 7월 선친 김종희 한국화약그룹(現 한화그룹) 회장이 타계하자 같은 해 8월 1일 만 29세의 젊은 나이로 회장에 올랐다. 지난 8월 1일 어찌 보면 의미가 깊을 수도 있는 취임 30주년을 화려한 기념행사도 없이 조용히 맞았다. 재임 기간으로만 보면 그룹 총수로서는 국내 최장수다.
또한 김 회장은 세간에 알려진 유명세에 비해 오해와 편견에 가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그의 사업가로서의 진정한 면모가 온실 속에서 키워진 것이 아니라, 젊은 시절에 총수 자리에 올라 막중한 책임감으로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체득한 것이라고 평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취임 30주년이 뜻 깊은 날이지만 관련 행사는 일체 준비하지 않았다”면서 “올해는 내실을 다지고 내년 10월 그룹 창립 60주년을 맞아 회사 재도약 발판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생발전 종합 프로젝트 추진
김 회장은 지난 5일 상생, 친환경, 복지 등을 공생발전 모델의 핵심테마로 나눠 ‘공생발전 7대 종합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우선 중소기업형 사업에서 철수하고 대기업형 핵심사업 위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기로 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한화S&C의 MRO 사업은 지난 9월 말 타 업체로 이관했다. 또한 합병과 청산 등의 방법을 통해 8개 계열사를 우선 축소하기로 했다.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위해서 동반성장펀드를 통한 자금지원, IT시스템 구축 지원, 사업기회 제공 확대에 나선다. 그리고 협력업체의 법무, 세무, 노무 등의 분야에 대한 컨설팅을 지원할 고충처리 전담조직을 신설해 협력업체의 경영을 지원할 예정이다.
친환경 사회공헌 사업으로 사회복지 시설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무상으로 지원하고 친환경 관련 사회적 기업에 대한 운영비와 개발비 등을 적극 지원한다.
그 외에도 사회복지 재단을 설립해 보다 체계적이고 확장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주요 계열사의 협력업체에게 원가절감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자금을 지원한 후 사전약정을 통해 성과를 공유하는 성과공유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김 회장은 또한 한화가 대기업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할 뿐만 아니라 내부 임직원에 대한 공생 프로그램도 검토하고 있다. 퇴직 후 노후 대책을 위한 연금 가입 등의 퇴직 프로그램을 검토해 내용이 확정되는 대로 시행할 계획이다.
야구장에서 팬들과 호흡
김 회장이 2003년 이후 8년여 만인 지난 8월 7일 야구장을 직접 찾은 것도, ‘상생 리더십’의 일환이다.
김 회장은 최근 2~3년 동안 하위권을 맴돌며 침체되어 있는 한화이글스 야구단의 선수들을 격려하고, 팬들에게는 구단주로서 한화야구를 부흥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알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회장은 부인 서영민 여사, 장남 김동관 차장 등과 함께 같은 날 한화와 LG와의 야구 경기를 관람했다. 한화가 11-4로 이기자, 김 회장은 직접 경기장으로 내려가 한대화 감독과 선수들을 격려했다.
또 한화 팬들이 “김태균을 잡아 달라”고 외치자, 김 회장은 “김태균을 잡아 오겠다”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김태균 선수가 김 회장이 재단 이사장으로 있는 천안북일고 출신이기 때문에 아마도 김 회장이 직접 나서면 쉽게 영입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게 팬들의 바램이었다.
특히 김 회장이 이번 야구장 방문에서 특유의 쇼맨십으로 관중과 호흡하는 ‘상생 리더십’을 보여줌으로써 한화 팬들은 물론 그룹의 임직원들에게도 큰 활력을 선사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한화이글스는 이러한 김 회장의 격려에 힘을 받은 듯 선전을 거듭하며 최종순위 6위를 차지해 팬들로 하여금 내년 시즌에는 충분히 기대해 볼만하게 했다.
한편 김 회장은 지난 6월 17일부터 21일간 동남아 5개국을 순방하며, 동남아 시장의 사업가능성과 진출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상생 리더십’을 보여 주며 새로운 카리스마를 선보이는 김 회장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진우 기자] voreolee@dailypot.co.kr
이진우 기자 voreolee@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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