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73년, 국민기업 거듭나기…‘스마트 경영’ 시동

삼성(회장 이건희)이 변하고 있다. ‘소수 천재가 수십만 명을 먹여 살린다’던 인재 중시론에서 스마트 시대에 걸맞는 ‘즐기는 리더십’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업 이미지 광고에도 ‘스마트 삼성’ 문구를 사용하면서 소비자들과 융합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수원 팔달문시장 방문은 황태자 이미지를 벗고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는 모습을 보이며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삼성야구단의 즐기는 야구, 감독과 선수 간 격의 없는 소통의 ‘형제리더십’도 삼성이 새로운 색깔로 탈바꿈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때문에 이 사장의 ‘스마트 경영’을 통한 선구안리더십의 발휘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은 올해로 창립 73주년을 맞이한 국민기업이다. 창업주인 故 이병철 명예회장이 1938년 대구에서 ‘삼성상회'라는 간판을 내걸고, 삼성그룹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사업의 첫발을 내디뎠다. 故 이 명예회장은 이 두 번째 사업을 시작하기 전 사과, 밤 등의 청과물과 부친으로 받은 쌀 300석을 시장에서 유통시키면서 사세를 확장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청년 이병철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그 결과 삼성은 국민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발전을 거듭했고, 현재는 3남인 이건희 회장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경영에 매진하고 있으며, 창업 3세대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경영수업도 한창이다. 이 사장은 그동안 아버지인 이 회장의 그늘에 가려져 ‘그룹 황태자'로만 불릴 뿐 특별한 행보를 보이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세간에선 삼성의 차세대 주인 역할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도 있다. 특히 이 사장이 지난 8월 10일 삼성미소금융 수원지점과 팔달문 시장 방문은 포스트 삼성의 시발점은 물론 이 사장 개인으로서도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그의 할아버지이자 삼성의 창업주인 故 이 명예회장처럼 그의 첫 행보도 ‘시장 나들이'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시대는 변했고 파는 상품은 달라졌지만, 할아버지의 창업정신을 전승, 그 뜻을 기리고 빛내겠다는 내면의 다짐이 컷을 것이다. 더욱이 팔달문 시장은 10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시장이고, 주력사인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장이다. 때문에 어느 곳보다 삼성의 얼이 많이 깃든 곳으로 정평이 나 있어 이 사장의 행보 역시 주목받는다. 게다가 그동안 딱딱한 황태자 이미지를 벗어내는데도 큰 역할이 됐다.
이재용, 팔달문 시장서 할아버지 창업정신 새겨
이날 이 사장은 인근 도넛가게에 들려 1000원 짜리 찹쌀 도넛을 시식하는가 하면, 옥수수, 만두, 작은 화분, 여성 머리띠, 사과, 밑반찬, 풋고추 등을 사서 검은색 봉지에 넣어 들고 다니기도 했다.
또한 인근 시장 상인들과 악수를 나누면서 “요즘 경기가 어떤지”, “주차 문제는 잘 해결되는지”, “장사하는데 가장 큰 애로 사항은 무엇인지”등을 묻는가하면, 이 사장의 얼굴을 알아본 일부 상인들과는 사진촬영과 사인을 해주기도 했다. 그동안 기업 총수의 가족에게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었으며, 국민에게 한층 다가서는 현장경영의 모델이었다. 또한 이 사장이 시장을 찾은 이유가 할아버지의 창업 정신을 계승하기 위함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에서 만난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TV로만 바라보던 분, 그것도 정치인이 아닌 경제인이 와서 박수갈채를 받은 것은 처음 봤다”며 “삼성의 새 주인이 될 사람이 시장민심을 돌보기 위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 사장의 재래시장 방문에 대해 “국민들에게 한층 다가서는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며 황태자 이미지에서 친서민의 친숙한 이미지 변경의 성공이라고 전했다.
더욱이 스마트 시대는 즐기는 시대, 함께 소통하는 시대이기에 이 사장의 행보에도 좋은 영향이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재용 “재미 야구 고맙다”
이 같은 이 사장의 ‘스마트 경영’ 행보는 그의 야구 관전평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이 사장은 지난달 27일 삼성라이온즈와 두산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어 낸 류중일 감독에게 “재미있는 야구를 해줘서 너무 고맙다”며 “한국시리즈에서도 재미있는 야구를 해 달라”고 축하인사를 건넸다. 평소 자녀들을 데리고 야구장을 찾는 ‘야구광’인 이 사장은 이날은 TV로 경기를 지켜봤다.
이날 삼성 고위 인사들이 야구장에 대거 등장한 것도 삼성라이온즈의 야구 스타일 변화와도 관련이 깊다. 삼성라이온즈는 선동열 감독 시절인 2005년과 2006년 한국시리즈에서 연거푸 우승을 자치했지만, 투수력 위주의 ‘지키는 야구’에 치중한 나머지 팬들로부터 ‘재미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는 투수력에 막강한 공격력을 더해 ‘보는 재미’를 배가시켰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올해 야구단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악착같이 따라붙어 역전시키는 등 드라마틱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젊고 생동감 넘치는 조직을 만들자는 최근 그룹 분위기와 맞물려 그룹 수뇌부가 경기장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 사장의 후계승계 구도도 자연스레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으로 많다. 최근 방미중인 이건희 회장의 뒤를 따라 코닝사 회장 가족과의 동반 모임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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