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회장식 ‘동반성장’의 불편한 진실

롯데그룹(회장 신격호)의 ‘통큰전략’이 수렁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롯데가 ‘통큰’을 강조할 때마다 일부 시민단체와 영세업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그룹의 주력계열사인 롯데마트가 ‘통큰치킨’을 이름만 살짝 바꿔 판매하고 있어 가금업계와의 갈등이 또 다시 재연될 전망이다. 실제 [일요서울]이 롯데마트 매장 인근에서 만난 가금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올챙이 시절 생각을 전혀 못하는 것 같다”며 “롯데는 껌, 과자 등 영세품목부터 시작해 오늘날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누구보다도 영세업자들의 고충을 잘 아는 신 회장의 통큰전략은 이해가 어렵다”며 강한 불신을 표출했다.
“누구를 위한 (통)큰 전략인지 모르겠다. 영세상인들의 목을 죄여 서민을 살린다는 것인데, 영세상인은 서민 아닌가” (영세업자 A씨)
“소비자 물가를 잡는다는 정부는 가만히 있고, 롯데는 영세상인 목 죄어 자기 배만 채우는 통큰 졸속전략을 지속하고 있다” (영체단체 회장 B씨)
최근 롯데마트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또한 마트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표어 중 하나는 “영세상인 죽어난다”와 “롯데마트 올챙이 시절 생각하라”다.
롯데마트가 최근 들어 지속하고 있는 ‘통큰전략’에 대한 영세상인들과 일부 단체들의 불편한 속내가 그대로 표현된 글귀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29일부터 전국 88개 점포에서 ‘가격을 확 낮춘 양념치킨’을 선보이고 있다. ‘가격을 확 낮춘 양념치킨’은 가격이 900g 기준 6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판매 1주일 만에 중단된 통큰 치킨보다 1000원 비싸지만 양념이 가격에 포함돼 있어 양념을 2000원에 별도로 팔았던 당시와 비교하면 오히려 가격이 싼 편이다. 이름만 ‘통큰’대신 ‘가격을 확 낮춘 양념’으로 썼을 뿐 사실상 ‘통큰치킨’ 이다.
게다가 지난해 출시되었던 ‘통큰치킨’은 대형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이면서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치킨프랜차이즈업계, 한국 가금산업발전협의회 등이 반발해 청와대와 국회에서까지 지적돼 일주일 만에 판매가 중단된 제품이다. 하지만 최근 롯데마트에서 또 다시 이름만 바꿔 재판매하고 있어 롯데에 대한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 영세상인은 “롯데가 하면 다르다는 말이 있던데 이번에 실감했다”며 “롯데는 정부의 정책도 우습게 생각하는 거 같다. 이번 통큰전략도 정부를 우롱하는 느낌이 든다”고 질책했다.
두부 제품도 마찬가지다. 롯데마트에선 ‘통큰두부' 1㎏ 기준 1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일반 재래시장에서 500g 1모에 800~1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절반 가격이다.
마트에서 만난 소비자 김모씨는 “원가절감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싼 가격에 판매하는 것은 좋지만, 이로 인해 선의의 피해업체가 생기는 듯 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한 상품이 많이 진열되어 있지 않아 낚시성 전략이라는 지적과 상품 품질에 대한 불만도 끊임없다.
취재진이 찾은 롯데마트 한 매장에는 오후 6시께 ‘6000원 양념치킨’ 판매 테이블은 텅 비어 있었다. 이 매장은 하루 250마리만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의 하루 평균 이용객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물량이고, 실제 ‘6000원 양념치킨’을 사러 왔다가 다른 제품을 사게끔 하는 마케팅 ‘꼼수’라는 지적이다.
매장에 ‘6000원 양념치킨’을 사러 왔다는 한 여성은 “치킨을 사러 왔다가 품절돼 되려 다른 먹을거리를 고르는 통에 생각보다 더 많은 지출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는 실제 일반점포에서 1만2000원에 판매하는 치킨을 롯데마트에선 5000원에 판매함에 따라 많은 소비자들이 몰리지만 실제 판매수량이 적어 다른 대처 상품을 사고 돌아서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
상품 품질도 마찬가지다. ‘6000원 양념치킨’에 사용된 생닭이 ‘냉동육’이라는 것이다. 전단에서는 이 사실이 알려져 있지만 매장에서는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의 눈을 속이는 얄팍한 상술이라는 지적이다.
한 영세상인은 “일부 업체의 거품가격 인상이 문제지만, 대기기업의 중소업체 품목 진출로 인한 피해는 영세상인들의 생계유지의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문제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측은 ‘통큰치킨’과 관련 “중소 양계농가를 돕기 위한 차원으로 계육협회와 공동으로 10만 마리를 한정으로 판매하는 것”이라며 “이름을 바꾼 ‘양념치킨’은 이전부터 계속 판매해왔던 것이고 마케팅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행사”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가금산업발전협의회 관계자는 “6000원 양념치킨은 냉동육이라고 해도 통큰치킨 행사와 같은 것이다. FTA를 앞두고 관세가 철폐돼 들어오는 값싼 수입냉동육의 시험판매대라고 생각한다”며 “이른 시일 내로 국회 앞에서 열리는 한농연 등 농축산 관련 36개 단체의 FTA집회에서 롯데마트 측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할 예정이다”며 분개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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