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특혜 나눠먹기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29일 KB금융지주 창립 3주년 기념식에서 “아시아 등 신흥 전략시장 내 전진기지 구축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접근해 최종적으로는 현지 은행을 인수, 해외 금융시장을 개척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이번 현지 은행 인수에도 ‘MB순혈맨’이 개입돼 있다면 이는 ‘MB맨과 MB순혈맨의 만남’이 아닌가”라는 일침을 가하고 있다. 2011년도 국정감사에서 KB국민은행의 캄보디아 진출 배경에 ‘MB순혈맨’이 있었다는 논란 때문이다. 그 현황을 알아본다. 우제창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민주당)은 지난달 20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캄보디아에 설립된 KB캄보디아은행의 정권 핵심 측근 기업에 대한 특혜와 그에 따른 대가 제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국민은행이 지분 51%를 매입해 국민은행 자회사로 편입한 KB캄보디아은행의 전신은 경안전선과 대한전선, 포스코건설이 캄보디아에 합작해 설립한 크메르유니온은행(Khmer Union Bank, 이하 KUB)이다. 국민은행은 KUB 지분 51%에 해당하는 13만2600주를 762만 6000달러에 매입한 후 명칭을 변경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또한 KB국민은행이 KUB 인수를 추진했던 시점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돼 해외투자를 자제하던 시기이며 특히 KB국민은행은 카자흐스탄 BBC(Bank Center Credit)의 무리한 인수에 따른 4000억여 원의 손실이 발생했던 때라는 것이 우 의원의 설명이다.
우 의원은 “(KUB 설립사 중 한 곳인) 경안전선의 김명일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과 긴밀한 관계”라면서 “이상득 의원이 훈센 캄보디아 총리와 극비리에 골프 회동을 하는 과정에서 김명일 회장이 이상득 의원에게 KB국민은행의 KUB 인수가 조속히 처리되도록 청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KB국민은행이 ‘MB순혈맨’인 이상득 의원의 입김에 무리한 캄보디아 진출을 강행했다는 것”이 아니겠냐며 “KB금융지주는 ‘MB맨’인 어윤대 회장 취임 이전에도 ‘MB순혈맨’ 밀어주기로 혜택을 나눠먹으려 한 것이냐”는 의혹의 눈초리가 거세다.
[일요서울 907호 -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두 번 실패는 없다”…연임 위해 GO?]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어 회장의 아킬레스건은 어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MB)의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2년 후배인 최측근으로서 KB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된, 이른바 ‘청와대 내정설’이라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때문에 어 회장이 지난 1년 3개월 동안 사상 최대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해도 따라붙는 꼬리표는 ‘관치금융의 정점’, ‘정치권 방패막이 CEO’ 등이었다.
어 회장은 일명 ‘MB 4대 천왕’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부단한 노력을 펼쳤다. 지난해 말에는 3200여 명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조직을 정리했고 성과향상추진본부 등 새로운 제도들을 시행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은 노조의 극심한 반감을 샀고 ‘독선경영’이라는 꼬리표를 추가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KB금융지주는 ‘MB’의 그늘 아래 있다는 의혹을 어 회장에게만 국한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며 “만약 ‘MB맨’이라 하더라도 실력이 좋으면 그만이 아니겠느냐”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특히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어 회장이 ‘MB맨’이라는 시각에 대해 “예전부터 학연뿐 아니라 경영학과 교수와 기업 CEO라는 인연이 있었다”면서 “지금 (금융권에) 낙하산 아닌 사람이 어디 있느냐. 실력으로 평가해 달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국정감사에서 거론된 캄보디아 진출에 따른 특혜 논란이 불거지면서 금융권 관계자들은 “KB금융지주가 ‘MB맨’을 밀어주는 것은 어윤대 회장 취임 이전이나 이후나 변함없다는 것”이라는 비아냥을 쏟아내고 있다.
우 의원 역시 “KB캄보디아은행 상장 이후 주식매매에 따른 시세차익 취득 등 정권 핵심과 가까운 기업이 해외진출의 교두보를 만들면 국내 공기업과 금융회사들을 동원해 협력 사업을 추진하게 하고 그에 따른 이익을 나눠 갖는 방식”을 지적하며 “겉으로는 협력 기업들이 상호 ‘윈-윈’하는 것으로 포장하고 있으나 이는 공기업과 금융회사의 위상과 신인도를 이용한 투자유인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 상황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dailypot.co.kr
김나영 기자 nykim@dailypot.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