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국민분노시대 <3> 대한민국이 끓는다
기획특집 국민분노시대 <3> 대한민국이 끓는다
  • 이진우 기자
  • 입력 2011-10-04 14:55
  • 승인 2011.10.04 14:55
  • 호수 909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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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 주택난에 서민은 어디로 가나
대한민국이 분노하고 있다. 올해 들어 치솟는 물가가 서민들의 생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전세난으로 대변되는 주택난이 심화돼 국민들의 삶이 고단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달 초 시작된 ‘안철수 현상’이 전국을 달구며, 그 기세가 지금까지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난달 2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검토 의사를 밝힌 지 5일 만에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의 단일화로 뜻을 접었다. 하지만 안 원장은 오히려 내년 대선에서 유력한 대권후보로 거론되면서 그동안 ‘대세론’을 토대로 4년 넘게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아성마저 단번에 무너뜨렸다. 이러한 ‘안철수 현상’은 물가고와 주택난 및 경제위기를 초래한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이며, 국민을 생각하지 않고 당리당략에 편향된 기존 정당정치를 향한 국민들의 분노의 표출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한민국 현실을 살펴보면 20대 다수는 취직 걱정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30대는 실질소득의 감소와 가계부채에 짓눌리고 주거문제로 신음한다. 40대는 자녀 교육문제가 최대의 고민거리다. 50·60대의 경우는 노후에 대한 걱정과 건강 문제 및 자녀의 사회진출의 장벽 등으로 인해 말년이 편치 않다.

이러한 현실로 인해 세대 간에 차이가 없을 정도로 모든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빈곤층뿐만 아니라 부유층과 기득권층도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분노는 이제 한국인에게는 일반적인 정서가 돼버렸으며 대한민국 구조를 뿌리 채 흔들고 있다.


물가 안정 실패한 한국은행 대책 없어

지난달 27일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의 물가 대책을 추궁했다. 최근 경제위기와 관련해서는 통화스와프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물가와 가계부채, 그리고 최근의 환율 급등과 관련해 쓴소리가 이어졌다. 특히 물가 상승에 따른 서민 생활의 어려움이 도마에 올랐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최근 석 달 연속 기준금리를 3.25%로 동결하면서 물가가 5% 넘게 치솟은 것에 대해 “결국 금리 인상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7월 4.7%, 8월 5.3% 물가가 이렇게 많이 오른 적이 내가 기억하는 한 없었다”고 말했다. 오제세 민주당 의원 또한 “이렇게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는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할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최근 환율 급등과 관련해서는 외환보유액이 적정한지 여부를 놓고 설전이 치열했다. 그러면서 지난 8월 말 기준 3122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에 대해 적지는 않지만, 우리 경제가 외부 충격에 취약한 소규모 개방경제임을 감안해 제2, 제3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박 전 한나라당 대표는 “통화스와프는 일종의 보험과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외화 유동성의 확보는 문제가 이미 발생한 후에 추진하는 것보다 사전에 마련하는 것이 쉽고 바람직하지 않은가”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상대국이 있기 때문에 통화스와프는 매우 민감한 사항이다. 한국만 요구하면 뭔가 다급한 것이 있는 것처럼 외부에 비춰지는 부작용이 있다. 필요하면 나중에 협의할 것이다”라며 신중론에 무게를 뒀다.


전세난으로 주거 불안정 심화

또한, 최근 들어 심화되고 있는 전세난 등 주거 문제가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전세난으로 20~30대가 전세에서 월세로 전락하는 등 주거 불안정이 심화되며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져가고 있다.

안홍준 한나라당 의원은 통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아파트 거주 가구의 연령별, 점유형태별 현황’ 자료를 토대로 경제적 여력이 가장 불안한 20대와 30대의 경우 자기 집과 전세 비율은 감소한 반면 월세비율은 꾸준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20대의 경우 전세 비중은 2000년 50.4%에서 2010년 36.6%로 13.8%포인트 줄어든 반면 보증부 월세는 같은 기간 14.5%에서 23.1%로 8.6%포인트 늘었다. 자가 거주 비율은 이 기간 27.8%에서 30.4%로 2.6%포인트 상승했다.

30대에서는 같은 기간 자가 소유 비중이 3.4%포인트, 전세 비중은 2.2%포인트 각각 줄었으나 보증부 월세는 4.8%포인트 높아졌다.

40~50대 장년층은 자가 거주 비중은 줄었으며 전세 거주자가 늘었다. 지난해 자가 거주 비율은 40대가 65.5%, 50대가 73.8%로 2000년에 비해 각각 5.6%포인트, 1.3%포인트씩 줄었다.

강남구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경기침체로 건설경기가 둔화돼 주택공급이 원활치 못한데 이어 (집값 상승 기대심리 저하에 따른) 매매 수요 감소와 그 여파로 전세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셋값이 폭등하고 있는 추세다”하면서 “따라서 전세에 대한 부담으로 월세 수요가 증가하면서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예산정책처(처장 주영진)는 지난달 27일 ‘자영업자 현황 및 정책방향’ 보고서를 통해 IMF 외환위기와 달리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는 자영업자의 감소가 임금근로자에 비해 컸으며, 특히 30~40대 남성 자영업자의 감소가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자영업자 지원정책과 관련해 “금융정책을 통해 디자인, 컨설팅, 사회복지서비스업 등 신성장 업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자영업자가 임금근로자로 전환될 수 있도록 20~30대 자영업자를 위한 교육훈련을 확대할 것”이라며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자영업을 위한 사회보험제도를 보완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제시했다.

[이진우 기자] voreolee@dailypot.co.kr

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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