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장의 <삼성> ‘外(외)’사랑, 순혈 동부맨 뿔났다
동부그룹(회장 김준기)에 또 다시 ‘이상 기온’이 감지되고 있다. 한동안 주춤했던 삼성맨 영입이 또 다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부그룹은 지난 2001년부터 김 회장의 지시로 삼성 출신을 대거 영입했다. 때문에 그룹 내부적으로 삼성 출신과 순혈 동부맨과의 마찰이 빈번했다. 주변에선 “삼성맨은 필드에서 골프를 치고, 동부 맨은 스크린에서 골프를 친다”는 비아냥거림 소리도 나왔었다. 당시 삼성맨을 영입할 경우 직급을 상승시켜주는 특전을 줬기 때문에 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주력계열사인 동부화재의 삼성출신 수장인 김순환 부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삼성 천하는 막이 내리는 듯 했다. 하지만 최근 또 다시 삼성맨 수혈이 시작돼 이목이 집중된다. 또 다시 순혈동부맨과의 마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지난 2007년 8월 21일 유명 포털사이트를 장식한 신문 기사가 있었다.
‘삼성맨들, 동부로~ 동부로’, ‘또 삼성맨이야(사진 참조)’등. 기사의 형식과 제목만 다를 뿐 대부분의 내용은 유사했다.
동부그룹이 수혈하는 삼성 출신 임원이 순혈 동부맨보다 많다는 내용이었다. 그것도 김 회장의 지시에 따른 삼성맨의 영입이었다는 점이 부각되는 기사였다.
김 회장은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시스템 경영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믿었고, 이러한 시스템을 잘 알고 있는 삼성인재가 필요하다고 직감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삼성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삼성 출신 CEO급 인사들의 영입을 독려했고, 그 결과 동부그룹 주력 계열사 대표의 절반 이상을 삼성 출신으로 대거 포진시켰다.
당시 모 언론에 따르면 “2001년부터 김 회장의 지시로 삼성맨의 영입이 시작됐다”며 “2007년 8월 21일 현재 동부그룹 전체계열사 임원 250명 가운데 절반이 삼성출신으로 채워진 상태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동부는 순혈 동부맨보다 이방인이 회사를 대거 잠식한 회사라는 꼬리표를 달아야 했다. 당시 동부그룹의 별칭이 ‘꼬마 삼성'이기도 했다.
그 결과 그룹 내부에서는 직원들 간의 기업 문화적 차이로 마찰이 빈번했다. 삼성파와 동부파의 대결양상 구도가 그려지기도 했다. 당시 그룹 내에서 제일 많이 회자된 말 중 하나가 ‘굴러온 돌(삼성맨)이 박힌 돌(동부맨)을 빼내고 있다’는 말이었을 정도다.
실제 주력 계열사인 동부화재를 잠식한 인물이 삼성 출신인 김순환 부회장이었고, 김 부회장 집권 당시 삼성맨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것은 동종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했다.
삼성맨 영입…내부 불신 ‘전초전’
하지만 2007년 이후 동부그룹 내 삼성출신 임원의 숫자는 조금씩 줄어들었다. 글로벌 경기 악화와 실적 부진 등으로 옷을 벗는 임원도 있었고, 그룹 내부적으로 삼성 출신들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면서 영입을 자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또한 김 부회장이 불미스러운일로 동부화재에서 물러나면서 권력구도 변화가 이뤄졌다.
김 부회장의 후임으로 ‘삼성맨’ 인사가 아닌 ‘토종 동부맨’ 김정남 대표가 선임된 것. 김 부회장은 실손의료보험 불완전 판매로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거기다 김 부회장을 마지막으로 주력 계열사 대표 자리에 포진됐던 8명(㈜동부의 부회장과 사장, 동부건설·동부한농·동부아남반도체(현 동부일렉트로닉스)·동부정보기술 대표)의 삼성 출신 인사가 퇴진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다시 순혈 동부맨의 시대가 도래한 것. 하지만 최근 또 다시 동부의 삼성맨 영입 러시가 포착되고 있어 과거 파벌 대립 양상이 다시금 전개될 위기에 놓였다.
동부그룹의 LED조명 계열사인 동부라이텍은 지난달 21일 신옥순 부사장(최고마케팅 책임자, CMO)과 김역현 상무(기술연구소장)를 신규 영입했다고 밝혔다. 신 부사장은 삼성물산에서 해외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하고, 상사부문의 독일지사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마찬가지로 김 상무 역시 삼성종합기술원 출신이다.
때문에 순혈 동부맨과 삼성출신 사이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퇴직 임원은 “그룹 내 삼성출신에 대한 불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또 다시 불거진 것은 과거부터 지속된 불만에 대한 폭발현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동부그룹은 현재 상당한 ‘삼성 착시’ 현상에 쌓여 있다고 한다. 그룹 전통은 완전히 무시한 채 ‘삼성 좇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삼성 스타일이 강조되다 보니 ‘동부스러움’은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
그는 “동부그룹의 경우 지난 1960년대 건설업으로 시작해 차분히 성장해왔다. 삼성과 같은 초일류 기업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문화와 장점이 있다”면서 “그룹이 본격적인 삼성화에 몰두하면서 이 같은 문화가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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