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김승유-론스타, ‘이면 계약’으로 외환은행 흔드나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외환은행 인수 관련 고민이 깊다. 김 회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자본시장연구원 개원기념 국제컨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시장이 크게 변했고 모든 것은 시장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라며 “(외환은행의) 내재적 가치는 분명히 있지만 이는 시장 가치와 함께 간다”면서 “(론스타와의) 계약이 재연장되기보다는 재계약 수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회장의 심적 변화는 최근 유럽발 금융불안으로 하락한 외환은행의 주가와 인수 계약가의 괴리만이 아니라 말 못할 속사정이 따로 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 내막을 알아본다.
현재 외환은행의 대주주는 론스타다. 하지만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최종 판결이 6일 내려진다. 아무래도 유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만약 유죄로 판명난다면 론스타는 양벌규정과 은행법에 의거해 대주주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양벌규정은 법인에 고용된 임직원이 한 위법 행위를 행위자뿐 아니라 법인까지 동시 처벌하는 규정이다. 또한 은행법에서는 은행 대주주가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과 금융관련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론스타는 주가조작 유죄 판결 시 대주주 자격 유지를 위해 양벌규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할 계획이다. 양벌규정이 위헌으로 판결되면 론스타는 대주주 자격을 유지하지만 합헌으로 판결되면 론스타는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할 수 없다.
따라서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석동)는 론스타가 현재 보유 중인 지분 51.02% 중 10%를 초과하는 초과분 41.02%에 대해 6개월 내 강제 처분하도록 명령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법적인 처분 절차에 대한 내용은 따로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하나금융지주와의 계약도 매각 방식의 하나로 인정될지의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지금까지 론스타의 ‘먹튀’ 행태를 고려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배제한 징벌적 성격의 강제 분산매각 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자금난이라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승부를 펼쳤기 때문에 이러한 여론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나금융지주와 론스타의 ‘수상한 거래’
하나금융지주와 론스타의 주식매매계약(SPA) 기간 연장안은 다음달 30일에 효력이 상실된다. 그 전에 하나금융지주와 론스타가 다시 재연장 혹은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외환은행 지분은 자유로운 상태로 매각 시장에 풀리게 된다.
본지 [일요서울 제897호 - 김승유-론스타, ‘단물 빼먹기’로 외환은행 울리나]에서 보도한 것과 같이 하나금융지주와 론스타는 지난 7월 1조5천억 원의 대출, 1조 원의 배당, 5천억 원의 배당금 확보를 동시에 이뤘고 이후 1주일 만에 외환은행 인수 계약 연장안을 타결한 바 있다.
결국 계약 연장을 위해 하나금융지주는 ‘묻지 마’ 배당으로 론스타가 외환은행 자산을 빼내가는 것을 도와주고, 이례적인 거액 대출로 론스타가 한시라도 빨리 수익을 정리하고 떠나는 ‘먹튀’를 장려한 셈이었다.
특히 하나금융지주는 같은 달 1일 외환은행 주식 51.02%를 담보로 잡고 론스타에게 1조5천억 원을 대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여신 담보대출 형식을 띠고 있지만 사실은 하나금융지주가 약정된 외환은행 매매금액의 32%를 론스타에게 선지급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관계자는 “자금 용도나 상환 가능성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불확실한 ‘먹튀’ 사모펀드에게 하나금융지주 자본금의 15%에 달하는 거액을 대출해 준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당시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론스타에게 6.7%의 이율로 대출해준 것은 유상증자로 마련한 평균 금리 4.64%의 자금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2.06%포인트의 수익을 보는 셈”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권 관계자들은 “처음 외환은행 인수 의지를 표명할 때부터 끊임없는 자금 부족 논란에 시달려 온 하나금융지주가 단순히 대출 마진을 위해 론스타에게 거액을 빌려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승유 회장, 이면 계약 의혹에 후계자 부재까지
일각에서는 김 회장과 론스타 간 대출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을 뿐 아니라 공식 계약서 이외에도 숨겨진 계약서가 존재한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면 계약에는 공식 계약과 별개로 외환은행 인수를 성사시키기 위한 ‘당근’ 조항들이 삽입됐다”는 것이다.
[1] 모 재벌총수는 지급 보증서다가 비자금 폭로됐나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 회장과 모 재벌총수는 채권단 등 악연으로 만났지만 지금은 더없이 친한 동반 관계인데 이 재벌총수가 이면 계약의 지급 보증인이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외환은행의 주가가 하락한 데에 따른 이면 계약상의 손실은 급한 대로 모 재벌총수의 비자금으로 막는다고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내부 단속을 허술히 해 이 재벌총수의 비자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라 신문 지면상에 오르내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2] 연임하더라도 곧 정년 “후계자 정하기 힘들어, 왜?”
재미있게도 이 의혹은 김 회장의 연임이 불투명함에도 아직 후계자가 없는 정황과 아귀가 들어맞는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김 회장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세 번이나 연임을 했지만 곧 다가올 정년에 대비해 후계자를 지정해야 하는데 이렇다 할 적임자를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세간에 회자되는 모 재벌총수가 비자금으로 막아준 손실을 언젠가는 갚아야 하는데, 만약 후계자를 잘못 지정했다가는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회삿돈으로 갚을 수 있는 빚을 자칫하면 김 회장의 사재를 털어 갚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3]'백기사'에 '보은'설까지 무거운 김 회장의 어깨
한편 모 재벌총수의 그룹 계열사 부실 사태 때 김 회장이 이미 ‘백기사’ 역할을 했으므로 모 재벌총수 역시 당시의 빚을 갚는 ‘보은’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 중 총수 직권 유동성이 수조 원대에 달하는 그룹은 흔치 않기 때문에 지극히 ‘필요’에 의해 발생했고 ‘보은’일지라도 되갚아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이에 내부에서는 “김 회장의 후계자 선정은 복잡한 사정이 있는 만큼 장고 끝 악수를 두더라도 일단은 심사숙고가 당연지사”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진실은 저 너머에… 관계자들은 ‘벌벌’ 떨어
업계에서는 김 회장과 론스타의 재계약이 이뤄진다면 가격 조정과 함께 숨겨진 이면 계약상의 조건도 재계약에 포함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비치고 있다.
이와 관련, 언급된 재벌총수의 그룹 관계자는 “그걸 확인하려면 (제가) 사표부터 써야 한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그룹 관계자는 “확인해주면 (저는) 잘린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여의도에서는 거의 기정사실화한 분위기다”라면서 “이미 모 그룹 사태 때부터 어떤 식으로든 보은이 예상됐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재계약과 관련해서는 “아직 논의하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재연장이든 재계약이든 인수를 성사시켜 최종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답변했다.
또한 후계자와 관련해서는 “전혀 모르겠다”면서 “어느 기업이나 후계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뚜껑이 열려봐야 알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김나영 기자] nykim@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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