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지적 속 국민 편의 어떻게 하나?
부작용 지적 속 국민 편의 어떻게 하나?
  • 전수영 기자
  • 입력 2011-10-04 13:44
  • 승인 2011.10.04 13:44
  • 호수 909
  • 4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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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약사편', 국민 대변 실종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21일부터 박카스와 가스명수를 포함한 48개 일반의약품을 슈퍼마켓 등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의약외품 범위 지정’ 고시 개정안을 시행했다. 이로써 액상소화제, 정장제, 자양강장제 등 그동안 약국에서 판매됐던 일반의약품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해 슈퍼마켓,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약사들은 크게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약사들은 일반인이 약사나 의사 등 전문가에게 상담 받지 않고 약을 구매해 복용할 경우 의약품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가정상비약도 슈퍼 판매를 허용할 방침이지만 여야 모두 이를 반대하고 있어 국회에서의 처리는 난항이 예상된다. 일반약품 슈퍼 판매를 둘러싸고 일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살펴본다.

정부는 가정상비약을 약국 외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약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난 7월에 시행했던 의약외품 슈퍼 판매에 이은 두 번째 정책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약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여야 모두 이를 질타하고 나섰다.

27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일반의약품 슈퍼 판매를 두고 오랜만에(?) 여야 모두가 한목소리를 냈다.이들이 지적한 것은 슈퍼나 편의점에서 감기약과 같은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다면 자칫 의약품 오남용을 일으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잘못 복용했을 경우 그 책임을 누가 지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일반의약품 슈퍼 판매, 사고 발생 가능성 지적

주승용 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부작용을 지적하며 “지금까지는 부작용이 발생하면 의사나 제약사, 약사 등이 책임졌지만 편의점 판매 의약품의 경우 환자 본인의 책임이라는 것이 복지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주 의원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보광훼미리마트 백정기 사장에게 의약외품 부작용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백 사장은 “상품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게 제공하지만 책임은 결국 소비자의 몫”이라고 대답했다.

대한약사회 회장 출신인 원희목 한나라당 의원도 부작용을 지적하며 “복지부가 약사법 개정안을 준비하기 위해 전문가 간담회를 두 차례 열었지만 안전성 문제를 무시했다. 의약품 약국 외 판매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승조 민주당 의원도 보건복지부의 약사법 개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했다. 양 의원은 “감기약, 진통제 등 슈퍼 판매 대상으로 거론되는 의약품의 경우 부작용 보고건수가 최근 5년간 4000여 건에 이른다”며 “일반의약품으로 부작용 보고내용이 정확히 분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반약 슈퍼 판매 등 편의성만 강조하는 조치는 너무 성급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국정감사 현장에서의 지적은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서도 이어졌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일부 의약품의 부작용을 직접 거론하며 약사법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수세였던 약사회 ‘절반의 성공(?)’

지난 7월 의약외품의 슈퍼 판매가 허용되자 약사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그들의 논리는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지적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반의약품을 슈퍼에서 판매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했다.

또한 정부의 의약품 정책이 일주일 사이에 바뀐 것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의약품 슈퍼 판매에 대해서는 일단 절대 반대”라며 “지금껏 정부의 의약품 정책은 안정성 기조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대통령의 한마디로 이렇게 바뀌었다”고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우리가 타이레놀 정도도 모르겠느냐’며 말씀한다. 하지만 OECD 국가 중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한 나라의 타이레놀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880명에 이른다. 허용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475명이다. 구매가 용이하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근래 들어 카페인이 많이 함유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는 원인에 대해 “박카스가 슈퍼에서 판매된 이후 고(高)카페인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도 “당장 슈퍼 판매로 인해 매출이 조금 오른 건 사실이다”며 “하지만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특수성 때문에 매출이 오른다고 해서 무조건 좋아할 수도 없다.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걱정이기는 하다”고 심정을 밝혔다.


한밤중 가정상비약은 어디서 사나?

여야 의원들과 약사회가 주장하는 바처럼 의약품의 부작용은 큰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국민 편의성 또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약사회는 오후 9시에서부터 오전 9시까지 이른바 취약시간대에 소비자들이 찾는 약은 일반의약품이 아닌 고혈압 환자나 당뇨병 환자들에게 필요한 특수약품이 많다고 설명했다.

연휴나 주말을 대비하지 못해 처방전 없이 찾아오는 소비자는 많지만 정부가 슈퍼 판매를 허용한 의약품을 찾는 소비자는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정부 정책은 근거가 미약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간편하게 약을 구하지 못해 응급실로 향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들의 불편함은 그다지 고려되지 않은 느낌이다.

인천에 사는 한 주부는 “아이가 열이 올라 해열제를 먹여야 되는데 준비해 놓은 약도 없고 근처 약국도 문을 열지 않아 응급실로 향하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며 “급하게 응급실에 갔지만 병원에서 하는 것이라곤 차가운 물로 계속해서 씻긴 후에 해열제를 주는 것이 전부다. 게다가 응급실이라 진료비도 비싸다. 편의점에서 해열제를 쉽게 구할 수 있다면 그런 수고로움도 줄고 비용도 많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일반의약품 판매를 적극 찬성했다.

국감에 출석한 조재국 중앙약사심의위원회 분과위원장은 “슈퍼마켓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더라도 교육을 실시할 것이며 연령 제한도 둘 것”이라며 부작용 우려에 대해 문제가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많은 국민들은 정부의 일반의약품 슈퍼 판매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다. 특수의약품이 아닌 지금까지 약을 복용하면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던 일반의약품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부의 일반의약품 슈퍼 판매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약사들의 목소리는 저마다 나름대로의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의약품으로 인한 부작용은 분명 막아야겠지만 부작용의 문제만을 대두시켜 국민의 편의성을 저해한다면 이것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과연 어떤 것이 국민이 원하는 것인지 정부와 제약업계 그리고 약사 모두가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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