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부동산 지존’, 잠실벌을 삼키다!

재계 총수들 중 ‘땅 부자’는 과연 누구일까.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재계 최고의 ‘부동산 지존’으로 꼽혔다. 롯데의 남다른 ‘부동산 집착’은 신 회장의 동물적인 감각과 풍수지리에 대한 뛰어난 식견 덕분이라는 얘기가 재계에선 파다하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의 땅 보는 눈은 하늘이 내렸다”라고 평가했다. 롯데는 서울의 3대 꼭지점으로 인식되는 서울시청 앞 롯데타운, 잠실의 롯데월드, 영등포 역사 롯데백화점 등에 터를 잡고 있으며, 이에 대한 부동산 평가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롯데는 기업에 대한 투자액보다 부동산 투자액이 더 많아 비생산적인 기업이미지를 지적받아 왔다. 한편, 신 회장은 과거에 외국국적을 가지고 있던 동주·동빈 두 아들 명의로 토지를 매입했던 사실 때문에 불법매입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에 [일요서울]은 연속기획으로 ‘부동산 사랑’에 대한 신 회장의 연대기를 집중 조명해본다.
롯데그룹은 토지자산 13조8724억 원으로 명실 공히 국내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 9월분 법인 재산세 납부 순위에서 1위 호텔롯데를 비롯해 3위에 롯데물산과 5위에 롯데쇼핑이 각각 이름을 올려 재계 최고의 ‘부동산 지존’임을 만천하에 알렸다.
토지분 재산세 납부 1위는 송파구 잠실동 소재 호텔롯데였다. 호텔롯데는 재산세로 101억7000만 원을 냈다. 이어 3위인 신천동 롯데물산은 80억8600만 원이다. 특히 롯데물산은 롯데 계열사 가운데 개별 토지자산만 1조8103억 원으로 그룹 내 1위로 알려진다.
잠실동 롯데쇼핑은 재산세 납부 순위 5위를 차지했다. 롯데쇼핑은 70억8700만 원의 재산세가 부과됐다. 이들은 모두 송파구 알짜배기 땅을 차지하고 있어 토지 재산세만 합계 250억 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하게 됐다.
인근 부동산의 한 관계자는 “호텔롯데 자리나 롯데물산 자리는 매물로 나오지 않아서 명확한 평당 시세를 알기는 어렵지만 최고의 금싸라기 땅이다. 재산세를 논하지 않더라도 그 자산가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신 회장…기업보다 ‘땅 투자’에 공들였다?
롯데는 전국 주요 도시에 백화점과 쇼핑센터 등 알짜배기 땅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주력 계열사인 롯데제과 등은 부동산 자산주로 분류될 만큼 부동산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유통업을 집중적으로 키워 온 배경에는 부동산 투자를 통해 자산가치를 늘리려는 전략이 한몫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는 국내에서 영업 중인 유통 점포 기준으로 최고가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와 건물을 합친 장부가액 기준으로 롯데는 백화점과 마트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특히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다른 백화점에 비해 자산가치(1조3349억 원)가 월등히 높았다. 이에 반해 현대백화점의 경우 자산가치가 가장 높은 부천 중동점이 2807억 원으로 롯데백화점과는 무려 8000억 원 가까이 차이가 났다.
롯데는 마트 분야에서도 자산가치 1위를 차지했다. 잠실에 위치한 롯데마트 월드점이 마트 중 최고가다. 월드점은 토지 2790억 원과 건물 477억 원을 합해 전체 자산규모가 3267억 원에 달했다. 또한 재개발을 준비 중인 서초동 일대에도 롯데마트가 들어서는 것으로 알려져 자산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 국적으로 땅 매입 의혹 불거져
신 회장은 현재 한국과 일본국적을 모두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남 신동빈 한국롯데 회장의 경우 지금은 한국국적만을 갖고 있으나 지난 1996년까지 41년간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었다.
신동빈 회장은 당시 법무부장관의 통보로 한국호적이 제외됐으나 두 달 뒤에 한국국적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서는 만일 법무부가 이러한 조치를 하지 않았더라면 신동빈 회장은 현재까지도 이중국적자로 남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제기하기도 했다.
따라서 당시에 외국국적을 갖고 있던 신 회장과 그의 동주·동빈 두 아들이 불법으로 토지를 소유했다는 의혹에 휩싸였었다.
지난 1998년 이전의 외국인 토지법은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은 행정기관의 허가를 받아 실수요 범위 내의 토지만을 취득할 수 있다’고 제한했다. 또한 허가받지 않은 토지의 권리취득을 무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동빈 회장은 외국국적 보유자로서 당국에 토지의 취득 사실을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었으나 국적법을 어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 호사가들은 신동빈 회장이 한국국적을 취득한 것은 ‘한국롯데’를 상속받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그는 병역의무 연령이 지난 만 35세가 넘은 지난 1990년 이후에 한국으로 건너와 경영 수업을 시작했으며, 이는 고의적으로 병역을 기피할 의도가 있었다는 시각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확인해 주기 어렵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또한 신 회장의 열정이 넘치는 ‘땅 투자’가 한때는 롯데 일가 간의 분쟁 요인이 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지난 1996년 막내 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과 서울 양평동 롯데제과 부지를 둘러싼 치열한 법정분쟁이 있었다. 이로 인해 신준호 회장은 조카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과 이웃임에도 높은 담을 쌓고 왕래를 끊어버린 바 있다.
한편, 일각에선 ‘땅 부자’로 알려진 신 회장이 소유한 실제 토지는 알려져 있는 것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부동산 재벌’로 알려진 롯데그룹과 신 회장의 남다른 ‘돈벌이’ 방식에 대한 의혹이 제기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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