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저축은행 영업정지 대란
7개 저축은행 영업정지 대란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1-09-27 12:25
  • 승인 2011.09.27 12:25
  • 호수 908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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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2·3위도 무너진 저축은행권…출구는 어디에
업계 2위인 토마토 저축은행 영업정지가 발표되자 영업정지 대상이 아닌 토마토2 저축은행까지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이 지난 20일 오전 예금인출을 위해 은행 앞에 모여있다.[정대웅 기자] photo@dailypot.co.kr

금융당국의 칼끝에 지난 18일 토마토·제일·제일2·프라임·에이스·대영·파랑새저축은행 등 총 7곳의 저축은행 영업이 정지됐다. 특히 업계 2위 토마토저축은행, 3위 제일저축은행까지 영업이 정지된 것은 시장에 큰 충격을 일으켰다.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같은 날 퇴출 저축은행 명단을 발표하면서 “저축은행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됨으로써 우리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지적돼 온 저축은행 문제가 안정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줄줄이 이어지는 저축은행들의 영업정지 사태에 “이름뿐인 저축은행들이 영업정지를 거듭하다가 차후 상호신용금고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 현황을 진단해 본다.

검찰은 7개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와 관련해 지난 22일 금융감독원, 경찰청, 국세청, 예금보험공사 등과 총 80여명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을 구성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번 합동수사단 구성은 지난 18일 영업정지된 저축은행들의 부실 원인과 대주주, 경영진 등의 형사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다.

합동수사단은 23일부터 영업정지된 저축은행들의 본점과 주요 지점 및 경영진과 대주주 자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번 7개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에서 드러나는 저축은행들의 부실에만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당국의 행적과 태도에도 공분하고 있다.


부실의 덫으로 인도한 PF대출

저축은행들을 부실의 덫에 빠지게 한 것은 바로 무분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Project Financing)대출이다.

특히 이번에 영업정지된 제일저축은행과 에이스저축은행은 경기도 일산시외버스터미널 건설 사업에 각각 1600억 원과 4500억 원 등 총 6100억 원을 대출해 줬다.

이들 저축은행은 초기 대출금 300억 원에서 발생하는 연체이자를 받기 위해 14차례의 추가 대출을 감행했다. 또한 대출 한도 규정에 위배되자 타 사업자의 이름을 빌려 우회 대출까지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 이 버스터미널 건설 사업의 회수 예상 감정가를 측정한 결과 1400억 원에 지나지 않았다.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었을 뿐만 아니라 시행사가 부도가 나는 등 어려움을 겪으며 공사가 지연됐고 분양 사기 의혹까지 얼룩졌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 저축은행은 2002년부터 10년 동안 대출을 반복해 내주며 담보 가치의 4배가 넘는 자금을 쏟았고 회수금은 원금의 1/4에 지나지 않게 됐다.

이렇게 부실 저축은행들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느슨한 감독 하에 부실을 눈덩이처럼 불리다가 결국 부도 위기에 처하기 직전, 공적자금이라는 국민의 혈세가 담긴 링거를 꽂아 잠시 숨을 연장한다.


“바쁘다, 바빠” 부실 메워주기 여념 없는 정부

본지 [일요서울 제895호 - 부실 저축은행, 언제까지 국민혈세 빨아 연명하나]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정부의 구제는 매번 반복되어 왔다.

지난해 7월 3차 매각에서는 61개 저축은행이 참여해 3조8000억 원 규모의 부동산 PF사업장을 매각했고 정부는 공적자금 2조8000억 원을 들여 이를 한국자산관리공사(사장 장영철, 이하 캠코)에 매입하게 했다. 지난 6월 4차 매각은 40여개 저축은행, 1조9000억 원 대의 규모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실 PF채권을 캠코에 넘긴 저축은행 중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은 무려 11곳에 달한다. 캠코 관계자는 “다수 저축은행들로부터 부실 PF채권을 평균매입률 74%에 사들였고 환매 만기도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며 “사후정산 조건이기 때문에 (저축은행들의) 영업중지 자체는 환매 시 돌려받는 데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계속된 정부의 지원이 이어지자 저축은행들은 법망을 피한 특수목적회사(SPC, Special Purpose Company) 설립과 PF대출로 방만한 경영을 일삼아 이익을 취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저축은행들에게 드리워진 부실의 그림자는 전부터 짙었다. 금융권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저축은행의 부실 PF대출이 문제로 지목됐으나 정부는 수수방관을 일삼다가 위험하다 싶을 때만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을 가렸다. 정부가 영업정지 등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며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올해 초부터다.


앞으로 8조 원 공적자금 투입 영업정지가 해결책 아냐

예금보험공사(사장 이승우, 이하 예보)는 지난 21일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에 약 8조 원 이상이 들어갈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5000만 원 이하 예금의 원금을 보장하고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예금주의 가지급금 지급을 주관하는 예보는 지난 22일 몰려든 예금주들에 의한 전산망 마비로 한 차례 고초를 겪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와 저축은행들을 믿지 못하는 국민들이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을 기다리지 못하고 앞다퉈 가지급금을 신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에서는 ‘올해 안에 더 이상의 저축은행 영업정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영업정지를 면한 저축은행들의 대규모 인출 사태는 왜 일어나고 있는지를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 23일 금감원이 국정감사를 받기 위해 국회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 중 토마토·제일·제일2·에이스·프라임·파랑새 등 6개사의 감사 또는 사외이사가 금융감독원 출신인 것으로 나타나 비난을 받고 있다.

단순한 공적자금 투입만으로 부실 자산이 정리되고 경영이 정상화되기는 힘들다. 금융당국과 저축은행들 스스로가 자구책을 마련하고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단순 영업정지가 아닌 부도를 맞게 될 것임을 시장은 끊임없이 경고하고 있다.

[김나영 기자] nykim@dailypot.co.kr

김나영 기자 nykim@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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