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이 궤멸적인 패배를 할 것인지, 혹은 기사회생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다음달 3일 두 개의 선거구에서 실시된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죽음으로 실시되는 경남 창원성산 선거구와 자유한국당 이군현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경남 통영·고성 선거구이다.
두 곳 모두 전통적으로 자유한국당이 강세를 보이는 PK지역 선거구이지만, 창원성산 선거구는 과거 야권연대를 통해 이따금 진보정당 출신 후보들이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곳이고, 통영·고성 선거구도 작년 지방선거에서는 시장, 군수 모두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곳으로 자유한국당의 입장에서는 실지를 회복해야 하는 선거이다.
후보 등록 결과 창원성산 선거구에는 민주당 권민호, 자유한국당 강기윤, 바른미래당 이재환, 정의당 여영국, 민중당 손석형, 대한애국당 진순정, 무소속 김종서 후보 등 모두 7명의 후보들이 경쟁에 나섰다. 통영·고성 선거구에는 민주당 양문석, 자유한국당 정점식, 대한애국당 박청정 후보가 원내 입성을 위한 대결을 펼치게 되었다.
창원성산 선거구는 정의당의 여영국 후보가 고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를 지켜낼 것인지, 그러기 위해서 민주당 권민호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가 성사될지 여부가 관심사이고, 사실상 양자대결 구도가 되어버린 통영·고성 선거구는 민주당 양문석 후보가 어느 정도까지 득표율을 올릴지가 관심사이다.
그런데 최근 MBC경남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3월 16일~17일까지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두 곳 모두 자유한국당 후보가 무난하게 승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렇다면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이러한 상황을 그대로 지켜보고만 있을 것인가?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필자는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민주당은 이번 보궐선거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내년 총선에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 이번 보궐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내년 총선을 기약하는 것과는 다르게 민주당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쓰라린 패배를 맛봄으로써 내년 총선을 기약하려 하기 때문이다.
통영·고성 선거구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이군현 후보가 대항마조차 없이 무투표 당선된 곳으로 논외로 하더라도, 창원성산 선거구는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전략적 포석을 실험해야 하는 선거구이다.
이번 창원성산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실험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대략 4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7명의 다자대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가 승리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는 내년 총선에서 여당 발 정계개편을 불러올 수 있다. 과거의 야권연대와 같이 반자유한국당 후보연대의 분위기를 조성하여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이 가장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정의당 후보와 단일화를 하였지만 자유한국당 후보가 승리하는 경우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21대 총선 필패론이 대두되고, 대통령의 레임덕은 가속화할 것이다.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다.
세 번째는 자유한국당과의 양자대결에서 민주당 후보가 나서 승리하는 경우이다. 자유한국당 발 정계개편이 이루어질 것이다. 네 번째는 정의당 후보가 단일후보로 나서 자유한국당 후보에 승리하는 것이다. 이 경우 진보정당 쪽에서 민주당에 진보총선연대를 요구할 수 있다.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일이다.
첫 번째를 제외하고는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득이 될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단일화는 없다. 다만 집권여당이 패배함으로써 반자유한국당 후보연대를 띄우는 전략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보다 숙고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명색이 대한민국의 집권여당이 아닌가?<이경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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