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경제 허리’ 무너진다

MB정부 출범 이후 공공·가계·기업 등 대한민국 3대 경제주체의 금융부채가 3300조 원에 근접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부채가 무서운 속도로 급증하고 있지만 경제주체들의 부채상환능력은 사상 최저치로 떨어져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한 한때는 중산층으로서 미래를 꿈꿨던 베이비부머 세대의 50대 초반 가장들의 지난 2009년 자살률이 20년 전보다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최근에는 경제위기로 인한 재정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재정위기가 현실화되면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예상되며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저성장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한구(한나라당)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의원은 지난 19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공부문(정부와 공기업)과 민간기업, 개인 등 모든 경제주체의 금융부채가 지난 6월말 기준으로 328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는 MB정부 출범 이후 881조6000억 원(36.7%)이 급증한 수치이며, 사상 최대의 부채를 기록한 모든 경제주체의 상환능력이 통계 개편 이후 ‘사상 최저’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부문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 역시 155.4%로 2002년 통계 개편 이후 부채상환능력이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은 강도 높은 개인부문 채무조정을 실시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만 나 홀로 개인부채가 급증세로 치달았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공공부문과 개인부문의 부채상환능력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향후 금리정상화가 진행되면 금융부실로 인해 한국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특히 정부부문은 세수기반 확대와 세출 구조조정, 공기업의 조직 및 사업 재조정을 통해 시급히 재정건전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부채 1848조 원, 책임은 누구?
또한 정부가 전담해 부담을 져야 하는 ‘사실상의 국가부채’ 규모가 1848조 원에 육박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앙 및 지방정부의 부채 등에 더해 잠재·우발적으로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넓은 의미의 국가부채까지 포함한 수치다.
이 의원은 지난 20일 기재부와 한은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이와 같이 밝히고 다양한 범주 안에서 국가부채 해결을 위한 척도를 마련해 관리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사실상의 국가부채는 2003년말 934조4000억 원에 비하면 7년 만에 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3년에서 2007년까지 ‘참여정부’ 집권 하에서는 국가부채가 연평균 7.9% 증가한 데 반해, MB정부가 들어선 2008년에서 지난해까지는 4대강 사업 등으로 연평균 11.2%씩 증가했다.
공공기관 부채도 지난해 말 386조6000억 원으로 현 정부 출범 이후 58.2% 증가했으며,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4대 공적연금 책임준비금 부족액도 이 기간 41.6% 증가했다.
이 의원은 “국가부채 규모가 국제기준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서 재정위기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니다”면서 “국민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는 잠재적 국가부채를 고려하면 다양한 범주의 국가부채 척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계부채에 무너지는 베이비부머 가장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의 중심층은 50대 초반 가장들이 주를 이룬다. 최근 들어 이들이 사회적 경쟁에서 탈락과 아울러 생계난으로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 여름에 건설현장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신모(51·일용직)씨가 계속되는 비와 건설경기 침체로 일감이 줄어들자 생활고를 비관해 밀린 방세와 신변을 비관하는 유서를 남긴 채 세상을 등졌다.
지난 5월에는 자영업을 영위하던 한 가장이 목숨을 끊는 일도 발생했다. 경기도 파주시 운정3지구의 토지보상이 늦어지자 땅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렸던 13억 원에 대한 은행이자를 감당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극심한 경쟁에 내몰렸던 베이비붐 세대의 긴장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호기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서 경쟁이 심화됐는데 이를 통해 베이비붐 세대의 불안감과 피로감이 증가했다”면서 “이들은 ‘퇴출 공포’나 ‘노후 불안’에 시달리며 가족이나 직장에서의 소속감이 이완되면 자살을 선택한다. 따라서 일자리 창출과 사회 전체적인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연대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때 중산층을 이뤘던 이들 가계주체들은 경제위기와 더불어 양극화 심화로 해당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뿐만 아니라 미래에는 공공부문의 부채 또한 최종적으로 부담해야 할지도 모른다.
박우순(민주당)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의원은 “좋은 일자리를 늘려주는 것이 가처분소득을 확대하고 중산층의 계층하락을 방지하는 근본대책이다”라고 말했다.
[이진우 기자] voreolee@dailypot.co.kr
이진우 기자 voreolee@dailypot.co.kr, kscho@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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