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회장과 자녀들, ‘일본 아들·토종 딸’

국내 재벌가에서 오너의 자녀들은 언제나 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 이 중에 롯데家의 경우는 서로 배다른 남매지간으로 얽혀 있어 항상 화제를 몰고 다닌다. 또한 과거의 사례에서 보듯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타계한 직후, 형제간에 불거진 치열한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현대家는 사분오열되는 수순을 밟은 바 있다. 이외에도 몇몇 대기업 그룹 역시 창업주 사후에 형제들 간의 불미스런 골육상쟁으로 세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사례가 많았다. 롯데家 역시 신격호 총괄회장이 고령임에 따라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일요서울]은 연속기획으로 롯데그룹의 후계구도를 둘러싼 신 회장의 자녀들 간 분쟁을 집중 조명해본다.
신 회장은 각각 어머니가 다른 4남매를 슬하에 두고 있다.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첫째 부인 노순화 여사와의 사이에서 장녀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을 낳았다.
또한 둘째 부인인 일본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와의 사이에 장남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 차남 신동빈 한국롯데 회장 두 아들이 있다.
게다가 사실혼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셋째 부인 서미경씨와의 사이에서 막내딸 신유미 호텔롯데 고문을 얻었다.
올해 대대적인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동빈 부회장이 한국 롯데그룹의 회장으로 등극하면서 2세 경영체제를 구축했다. 이로써 일본 롯데를 이끌고 있는 형 신동주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 된 것으로 재계는 분석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 또한 “경영권과 관련 일본롯데는 신동주 부회장이, 한국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담당하는 것으로 귀결됐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신영자 사장과 그 자녀들은 이번 인사에서 혜택을 받지 못해 후계구도에서 사실상 밀려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신 회장의 막내딸 신유미씨가 지난해 2월 호텔롯데 고문으로 임명되면서 후계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최근에는 신 고문이 언니 신 사장과 그룹 계열사를 놓고 지분경쟁을 펼치고 있어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에 신 회장이 두 딸들의 지분분배 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신영자 vs 신유미, ‘딸들의 전쟁’
그동안 재계의 이목은 장녀 신영자 사장에게 쏠려 있었다. 신 사장은 일찍이 신 회장을 보좌하면서 경영에 참여해 롯데그룹이 재계 5위의 서열에 오르는데 일등공신의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신유미 고문이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출생 당시에는 호적에 오르지 못하다가 1988년에 이르러서야 신 회장의 호적에 올라 세상에 알려졌으며, 지난해에는 호텔롯데에서 고문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 뒤늦게 알려져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신 고문을 특별히 배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 배경에는 서씨 모녀가 운영하고 있는 개인회사 등이 롯데그룹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영화관 매점사업을 영위하는 ‘시네마푸드’가 롯데그룹의 신규계열사로 편입됐다. 지난 5월 자본금 9억9000만 원에 설립된 이 회사의 최대주주(지분율 38.2%)는 바로 신 사장이다. 롯데 관계자는 “시네마푸드는 오너 일가인 신 사장이 최대주주라서 계열사로 편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신 사장이 이번 신규법인을 설립한 것을 놓고, 신 사장이 신 고문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즉 ‘시네마푸드’를 통해 신 사장이 신 고문의 사업영역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사장은 이미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롯데시네마 매점을 운영하는 시네마통상의 최대주주(28.30%)다. 시네마통상은 신 사장과 그 자녀인 장혜선(7.55%), 선윤(5.66%), 정안(5.66%) 등이 소유하고 있는 가족회사이며, 주요 사업영역은 매점운영이다.
따라서 서씨 모녀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유원실업과는 묘한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유원실업은 서울과 수도권의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반면 시네마통상은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롯데시네마의 매점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두 자매 간 동종 업종에서의 경쟁이 표면적으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네마푸드’의 사업 분야나 향후 진출할 수 있는 사업역량을 보건대, 두 자매 간 충돌은 언제든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재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 관계자는 “시네마푸드를 신설한 목적은 지역별로 효율적인 매점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시네마통상(시네마푸드 포함)과 유원실업 사이에서 매점운영과 관련한 경쟁이 일어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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