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설 해부
그리스 위기설 해부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1-09-20 15:37
  • 승인 2011.09.20 15:37
  • 호수 907
  • 2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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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유로존, 그리스는 빙산의 일각일 뿐

‘그리스 위기설’을 중심으로 한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그리스 디폴트에 대한 우려가 한 차례 잦아들기는 했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유럽 국가채무 문제와 관련, “유럽의 문제지만 유럽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이에 국내 경제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그리스 위기설’을 해부하고 그 외 유럽 국가들의 현 상황을 알아본다.

알려진 바와 같이 최근 대두된 그리스 위기설의 진원지는 독일이다. 독일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0일 독일 정부가 그리스 디폴트에 대비해 은행 지원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필립 뢰슬러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지난 12일 발간한 독일 일간지 디 벨트 기고 칼럼에서 “그리스의 ‘질서 있는 디폴트(orderly default)’ 가능성을 더 이상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지난 14일 프랑스 2위 은행인 소시에테 제네랄과 3위 은행인 크레디트 아그리꼴의 신용등급을 각각 한 단계씩 강등했다. 무디스는 “두 은행이 그리스에 빌려준 돈은 전체 대출금 가운데 적지 않은 수준으로 최악의 경우 두 은행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유럽 증시는 일제히 폭락했고 추석 연휴가 끝나자 국내 증시도 그 직격탄을 맞아 지난 14일 전일 대비 ▼3.52% 하락한 1749.16p로 장을 마감했다. 폭락한 그리스 국채는 지난 13일 장중 3년 만기 수익률이 172%를 기록해 실질적인 디폴트 수치에 근접했다.

한편 그리스 위기설의 진화지는 그리스, 독일, 프랑스 3국이다. 유럽 제1 경제국인 독일과 제2 경제국인 프랑스의 정상들은 그리스 정상과의 화상회의에서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을 것”을 합의한 후 이를 시장에 표명했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이 화상회의에서 긴축 이행 약속을 확인했고 전문가들은 그리스가 구제금융 6차분 80억 유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소식에 세계 증시는 다시금 반등했고 국내 증시도 지난 16일 ▲3.72% 상승하며 1840p선을 회복해 급락분을 되찾는 추세를 보였다. 앞서 그리스의 ‘질서 있는 디폴트’를 언급했던 뢰슬러 장관은 “현재 그리스 위기의 가능한 결과를 언급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는 생각보다 심각하며 그리스는 시작일 뿐”이라고 우려한다. 본지 [일요서울 906호 - 9월 위기설, 그 실체는?]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현재 세계의 눈은 유럽 재정위기에 쏠려 있는 상태다. 특히 유럽의 민간은행들은 유로화 출범 이후 유럽 국가들의 국채투자 과정에서 급속하게 성장해 왔고 막대한 규모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것이 유럽 국가들의 채무조정이 유럽 은행들의 위기와 직결되며 그리스는 그 시작에 불과한 이유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그리스에서 시작한 재정위기의 유로존 확산 여부와 관련, “이탈리아와 스페인 역시 불안한 모습들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프랑스의 주요 은행 일부에 대해 실제로 신용등급을 강등했고, 또 다른 신용평가사 피치는 스페인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증권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프랑스 은행의 신용등급 강등은 유럽 은행에 대한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며 “이제 프랑스가 시발점이 돼 다른 유럽 은행이나 국가의 신용등급 하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유로존 재정위기 해결책으로 유럽연합채권인 유로본드(Euro bond)가 거론되고 있지만 합일점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은 모양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15일 유로본드 도입안에 대해 “부채를 한데 모으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유로본드 구상은 절대적으로 잘못됐다”는 ‘유로본드 불가론’ 입장까지 밝힌 상태다.

현재로서는 16~17일 폴란드에서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 회담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특히 이번에는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참석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18일 베를린 지방선거로 정치적인 운신 폭이 제한된 독일을 대신해 미국이 앞장서 적극적인 공조안을 마련해낼 가능성이 보인다”고 예상하고 있다.

한편 국가부도 위험수준을 나타내는 한국의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1년 4개월 만에 155bp(1bp=0.01%)로 치솟아 지난해 5월 25일 173bp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시 한국 CDS 프리미엄은 699bp까지 오른 바 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가 아닌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심각한 위기에 몰리면 한국 CDS 프리미엄 역시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나영 기자] nykim@dailypot.co.kr


김나영 기자 nykim@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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