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회장 형제들, 골육상쟁의 가족사

‘의좋은 형제’의 첫 번째 가늠자는 재물이다. 형제의 우애를 위해 달빛 밝은 가을밤에 형제가 서로의 논에 추수한 볏단을 옮긴 우화나 금(金)을 강물에 던져 버렸다는 ‘형제투금(兄弟投金)’의 속담은 감동적 교훈을 준다. 하지만 우리나라 재벌역사는 ‘의좋은 형제’와 거리가 너무 멀다. 신격호 회장의 ‘롯데그룹’이 대표적이다. 신 회장은 1960년대 한국에서 창업을 ‘형제 싸움’으로 시작했다. 5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 그 지루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신 회장의 자녀들까지 ‘형제 싸움’을 이어갈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지난 905호에 이어 연속기획으로 신 회장이 형제들과 벌이는 업종 분쟁의 골육상쟁에 얽힌 ‘연대기’를 집중 조명해본다.
신 회장은 이미 국내외 재계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신춘호 농심 회장,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신준호 푸르밀 회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 등과 직·간접적으로 여러 사업 분야에서 치열한 전쟁을 해왔다.
이러한 골육상쟁의 결과로 신춘호 회장과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막내 신준호 회장은 맏형과의 불화로 인해 조카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과 이웃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담을 쌓고 지낸지 오래다.
이 뿐만이 아니다. 매제와 동종업종에서의 경쟁도 불사했으며, 조카사위와는 M&A시장에서 편법승계에 휘말려 최근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인 바 있다.
롯데닷컴 vs 롯데관광 여행사업 충돌
지난 2007년에는 롯데가 여행 사업에 본격 진출해 형제기업인 롯데관광개발과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롯데닷컴이 일본 여행사인 JTB와 함께 한일 합작 여행사인 ‘롯데제이티비’를 설립해 현재 동종업종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롯데닷컴은 롯데의 계열사지만, 롯데관광개발은 신 회장의 막내 여동생인 신정희 씨의 남편 김기병 회장이 운영하고 있으며 롯데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단지 김 회장이 신 회장에게 부탁해 특별히 ‘롯데’란 상호를 사용하고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여동생과 관련된 회사인 만큼 ‘롯데’라는 이름을 그냥 사용하게 한 것으로 안다”며 “장기적으로는 회사 명칭과 관련해서 교통정리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한편, 신정희씨는 동화면세점을 경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조카인 신영자 사장의 롯데호텔 면세사업과 영역이 겹쳐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의 여행 사업은 롯데닷컴 여행사업부를 통해 2001년부터 운영해왔다”며 “롯데호텔의 면세사업 부문은 동화면세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조카사위와 M&A 시장 혈투
신 회장은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과 ‘우리홈쇼핑(現 롯데홈쇼핑)’ 인수와 관련해 4년 넘게 법정 공방을 벌여 왔다. 이 회장은 신 회장의 조카사위이다. 이 회장은 신 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회장의 딸 신유나와 혼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은 부인의 큰아버지인 신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벌였다. 이들은 지난 2006년부터 최근까지 법정 공방 혈투를 벌였다.
당시 롯데는 유통시장의 다각화를 위해 우리홈쇼핑을 인수했다. 우리홈쇼핑 인수에 눈독을 들이던 태광이 지분 45.04%를 확보한 상황에서 롯데가 그해 8월 지분 53.03%를 단번에 인수, 경영권을 차지하자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홈쇼핑 사업을 놓친 태광으로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었다. 즉시 반격에 나섰다. 인수무효 소송을 낸 것이다. 그러나 최후의 승자는 롯데였다. 대법원까지 갔으나 법원은 최종적으로 롯데의 손을 들어줬다.
이와 관련해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과 이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면서 “롯데제이티비와 롯데관광개발과는 동종 업종에서 경쟁하는 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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