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삼성 수증기처럼 사라져” 삼성, “애플 바다에 던져라?”

애플과 삼성의 기싸움이 예사롭지 않다.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의 갤럭시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격돌한 이래 삼성은 주요 판매국에서 애플이 제소한 특허침해 소송에 휘말려 있는 상태다. 게다가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물러나고 최고경영자로 선임된 팀 쿡이 “삼성은 수증기처럼 사라질 것”이라며 도발을 한 상황이다. 지난달 15일에는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며 안드로이드 동맹의 앞날이 불투명하게 됐다. 이에 이건희 삼성 회장은 “자체 운영체제(OS)인 바다를 띄우라”며 맞불을 놓았다. 향후 IT업계 생태계의 대변화가 예상되고 이 회장이 이러한 위기를 맞아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 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상징적인 존재다. 최근 그가 갑작스럽게 사임함으로 인해 애플의 내외부에서는 우려의 시각이 높았다. 그러나 신임 팀 쿡 CEO체제로 전환되면서 더욱 공격적인 경영을 추진해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잡스의 공백에도 IT업계에서의 애플의 영향력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쿡 CEO가 잡스의 ‘준비된 후계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잡스가 친히 키운 유능한 임직원들을 잘 통솔한다면 애플의 전성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삼성은 지난 2000년 초 IT 혁명기에 선도적으로 동참해 반도체 부문과 정보통신 분야 등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뤄 최고의 전성기를 누려 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정부의 고환율 및 친기업 정책에 힘입어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올해 들어 환율하락과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로 실적부진이 예상되고, 애플과의 특허소송에서도 일부 패소하면서 미래 경영이 원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아이콘
과거 잡스의 행보를 보면 매사에 자신 있고 어디서나 당당하다. 단상에 혼자 올라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유창한 스피치로 청중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잡스는 제품의 개발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아이디어 뱅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며 경영자로서도 냉철한 판단과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오늘날의 애플 제국을 일궈냈다.
이제는 전설 속에 남게 됐지만, 재계에서의 잡스에 대한 평가는 한 시대를 풍미한 거목으로 찬양하는데 조금도 인색하지 않다.
또한 총괄적인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했지만, 조직 구성원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의사소통에도 원만해 그가 물러난 이후에도 애플은 전혀 흔들림이 없다.
잡스와 쿡의 인연 또한 재계의 유명한 일화다. 쿡이 듀크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한 후, 1998년 당시 잘나가던 컴퓨터회사인 컴팩에서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을 때 잡스를 만나 5분간 대화를 나눈 뒤 바로 애플로 이직했다. 잡스의 인재에 대한 안목이 발휘된 순간이었다.
이 회장 뒤에는 항상 수행원 따라다녀
이에 반해 삼성은 이 회장이 움직이면 그 뒤에 수십 명의 수행원이 따라 붙는다. 사장단 회의에서는 누구하나 이 회장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가부장적인 경영스타일이 내외부에 비쳐지는 이 회장의 이미지다.
동시에 ‘화두리더십’을 발휘해 중요시점마다 미래 비전을 제시해 경영의 전면에 나선 바 있다. 이번의 경제위기에도 이 회장은 ‘현장리더십’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한편 조선비즈는 지난달 24일 세계적인 브랜드 전문가인 데이비드 아커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이 브랜드전략 실수로 애플에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조선비즈는 아커 교수가 “삼성은 30년 전부터 품질개선, 광고, 올림픽 후원 등을 통해 브랜드전략을 실행해왔고 외형적으로 성장했다”면서 “하지만 구체적인 전략 면에서는 애플 같은 경쟁자에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한구 수원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잡스와 이 회장의 리더십을 보면 동서양 문화의 차이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서양의 경우 개인주의와 개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는 반면, 동양은 아직도 가부장적인 문화가 사회 저변에 많이 남아 있다”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신세대 교육을 받았다. 3세 경영체제가 확립되면 삼성의 조직문화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진우 기자] voreolee@dailypot.co.kr
이진우 기자 voreolee@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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