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家 이야기] 롯데그룹 편 2-1
[오너家 이야기] 롯데그룹 편 2-1
  • 특별취재팀 기자
  • 입력 2011-09-06 15:14
  • 승인 2011.09.06 15:14
  • 호수 905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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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회장 형제들, 골육상쟁의 가족사
“돈 앞에선 혈육도 없다” 우리나라 재계에서는 이 말이 상식으로 통한다. 특히 국내 대기업의 경우, 대부분은 창업주가 어렵게 일궜던 사업이 2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후계 구도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법정까지 가는 등 세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롯데그룹은 1960년대 창업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그의 형제들이 끊임없이 재산권 내지 경영권을 놓고 골육상쟁을 멈추지 않아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일요서울]은 지난 904호에 이어 연속기획으로 가족 간 골육상쟁에 얽힌 신 회장의 연대기를 2회에 걸쳐 집중 조명해본다.

신 회장에게는 많은 형제자매가 있다. 맏형인 신 회장을 제외하고 4명의 남동생과 5명의 여동생이 있다. 이들 중에는 이미 국내외 재계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신춘호 농심 회장,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신준호 푸르밀 회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 등이 있다.

또한 그들의 자식들을 포함하면 수십 명에 이르는 친인척들이 롯데의 경영에 참여하거나 개별 사업체를 직접 일궈나가고 있다. 따라서 사업 중복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이로 인해 범 롯데家의 골육상쟁이 심심찮게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신 회장은 1950년대 말부터 일본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돈을 국내로 송금해 동생들 이름으로 투자했다. 그러나 나중에 이들이 재산권을 주장하는 등 법정다툼을 벌여 형제 간 불화가 싹튼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의 라면사랑 형제간 우애 갈라

특히, 롯데家의 라면 전쟁의 역사는 꽤 오래됐으며, 현재까지도 형제 간의 불화로 이어지고 있다. 동생인 신춘호 농심 회장은 1965년 맏형 신 회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롯데공업을 창업해 롯데라면을 생산했다.

이후 맏형과의 불화가 심해지면서 1973년까지 롯데라면을 판매하다가 1978년엔 아예 회사 이름에서 ‘롯데’를 떼어내 ‘농심’으로 독립했다.

이후 신춘호 회장은 사업을 반대했던 형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온갖 설움과 역경을 극복하면서 라면시장에서 국내 1위의 자리에 올라서는 등 기업을 키웠다.

그런데 지난해 신 회장이 농심의 원조 격인 롯데라면을 들고 나오면서 형제 간 불화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롯데라면은 출시 초기 주간 평균 50만개 이상이 판매되며 돌풍을 일으켰고, 한때는 롯데마트에서 판매량 2위를 기록하는 등 농심의 아성에 도전했다. 또한 롯데는 2009년에도 롯데마트를 통해 PB제품인 ‘이맛이 라면’을 판매해 농심의 신경을 건드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롯데의 라면시장 진입은 ‘형제의 전쟁’으로 회자된다. 만약 롯데가 최근 인수설이 불거진 삼양식품을 인수한다면 라면시장에서 과점적 지위에 있는 농심을 압박할 수 있다. 막강한 롯데 유통망은 농심이 불안을 느끼게 할 만큼 강력하다.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백화점 등을 비롯해 계열 편의점인 세븐일레븐과 온라인 롯데닷컴, 롯데홈쇼핑 등이 포진하고 있다.


땅·소주·우유 분쟁으로 막내와도 의절

신 회장의 막내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과는 90년대 땅의 소유권을 두고 분쟁을 벌였으며, 소주시장에서도 격돌했다.

롯데의 성장기에 신준호 회장은 1967년 롯데제과 설립 시부터 롯데의 국내 사업을 도맡아 왔다. 일본에 있는 맏형을 대신해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냉장, 롯데물산, 롯데건설, 그룹 운영본부 등에서 20여년 간 롯데를 진두지휘했다.

그러나 1996년 부동산실명제가 도입되면서 신준호 회장이 자신의 이름으로 등기된 전국 7개 지역의 땅을 롯데우유로 바꾸려 하자, 신 회장은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을 제기해 이를 막았다. 이로써 신준호 회장은 맏형의 눈 밖에 났다.

결국 신준호 회장은 롯데우유를 안고 그룹을 떠났고, 2008년엔 사명에 롯데 이름을 달지 못하게 돼 푸르밀로 바꿨다.

맏형과 막내는 부산 소주시장을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신준호 회장은 도산한 대선주조를 2004년 600억 원에 인수했다. 대선주조는 당시 지역 소주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롯데가 두산주류를 인수한 이후 이 지역시장을 공략하자 “동생 죽이려고 롯데가 부산에서 소주전쟁을 벌인다”는 말이 나돌며 업계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이와 관련,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과 신춘호 회장의 관계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하지만 최근 신준호 회장과는 관계가 좋아졌다고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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