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지금…“선구안 리더십 절실하다”
최근 전략실수와 이에 대한 대안제시가 주요 화제가 되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이미 경영환경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내부비리 척결과 조직을 쇄신하고 소프트웨어 혁신과 S급 인재 및 특허기술 확보를 거듭 주문하고 나선 바 있다. 지난 달 초 경제침체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이후 업계의 선두주자들도 신속한 대응을 하고 있다.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선 데 이어 MS는 노키아와 손잡고 맞불을 놓을 태세다. 또한 애플은 삼성전자, 구글 등 경쟁사에 대해 특허소송, 판매금지 가처분 등 파상적 공세를 지속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 스스로가 안이하게 경영환경에 대응한 결과,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위기 때마다 정면 돌파를 택해 이를 타개해 온 이 회장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IT업계에서 스마트폰이 탄생한 이후 빠른 속도로 생태계의 새 판이 짜여 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체였던 애플은 2007년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하드웨어 시장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다.
아이폰은 몇 가지 핵심기술을 제외하고는 거의 아웃소싱을 통해 생산해 원가경쟁력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또한 강력한 브랜드전략을 추진하면서 선두 지위를 내줄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IT업계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구글연합(구글, 삼성전자, LG전자, HTC 등)과 비 안드로이드 진영의 애플 및 MS 동맹으로 양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IT기술 변화의 속도는 매우 빠르고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 버리는 사건도 줄을 잇고 있으며, 업체 간에는 합종연횡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추세다.
브랜드전략 실수로 애플에 밀려
세계적인 브랜드 전문가 데이비드 아커 U.C. 버클리 하스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지난달 24일 국내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은 30년 전부터 품질개선, 광고, 올림픽 후원 등을 통해 브랜드전략을 실행해왔고 외형적으로 성장했다”면서 “하지만 구체적인 전략 면에서는 애플 같은 경쟁자에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커 교수에 의하면 애플 아이폰의 성공은 애플이 강력한 브랜드여서, 또는 그들이 제품의 성능과 디자인이 최고여서가 아니라, 단지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새로운 카테고리가 성공하려면 그 안에 소비자의 머스트 해브(must have, 꼭 가져야만 하는 것)가 될 만한 특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아커 교수는 ‘브랜드 연관성’이라는 책에서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①새로운 콘셉트를 만들고, ②콘셉트를 평가하고, ③카테고리 및 하위 카테고리를 정의하고, ④경쟁업체에 대한 진입장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썼다. 애플 아이폰이 성공한 것은 이러한 ‘브랜드 연관성’을 창출해 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다변화 전략 통해 위기 극복하나
구글이 지난달 15일 모토로라를 인수하자, 거의 모든 언론은 구글이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의 사용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쏟아냈다. 더욱이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배경에는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하드웨어의 절대강자인 애플이 되고 싶은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즉시 “소프트웨어 기술을 확보하고 자체 OS인 바다를 띄우라”며 “M&A를 통해서라도 관련 기술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배경에 대해 달리 해석한다. 삼성전자가 전 세계 IT업계의 중심이 아니라, 애플의 부품 공급업체인 동시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기생하는 단말기 제조업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글은 모토로라가 보유한 1만7000여 개의 통신 관련 특허를 애플의 공격에 대한 방어용으로 인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구글의 주 수익모델이 광고수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을 얻는다.
업계 관계자는 “‘안드로이드 출구전략’으로는 구글의 주력 사업모델과 모토로라의 역량을 감안할때 삼성전자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본다”며 “차라리 현재의 연합을 강화하는 것만이 안드로이드 진영에 대한 보호막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삼성전자를 포함한 안드로이드 연합세력에게는 애플이라는 강력한 적과 경쟁할 수 있는 원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모토로라는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하면 스마트폰으로 세계 시장에 명함을 내밀기 힘들 정도다.
한편,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하드웨어 시장에서의 권위는 절대 우위다. 그런데 IT업계의 패러다임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함에 따라 이 회장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소프트웨어 강화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해 관련 분야의 인재들을 영입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보유현금 17조 원을 토대로 M&A는 물론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를 확보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준비도 되어 있다. 이 회장은 이미 특허 전쟁에 대비해 특허 전문 인력을 끌어 모으라고 독려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은 위기가 곧 기회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며 “최근에 주변에서 위기상황이라고 우려가 많지만 내부에서는 삼성이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고 인식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변화 전략만으론 부족한 듯 하다. 이한구 수원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현재 삼성이 처한 위기가 총체적 위기인지 부분적 위기인지 구별하고 진단에 맞는 처방을 할 수 있는 선구안적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라고 조언했다.
[이진우 기자] voreolee@dailypot.co.kr
이진우 기자 voreolee@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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