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초임 갈등으로 총파업 가나

최근 바람 잘 날 없던 금융권에 또 하나의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이 ‘10월 총파업’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는 은행연합회(회장 신동규)와 정부의 입장은 다소 강경하다. 핵심 쟁점도 ‘8% 임금 인상’에서 ‘신입직원 초임 원상복귀’로 옮겨가는 상황이다. 논란의 현황을 짚어본다.
금융노조는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전국 금융노동자 총파업 진군대회’를 개최했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 위원장까지 참석한 이 대회에서 금융노조는 이달 중 사측인 은행연합회와의 추가교섭 결렬 시 다음 달 중 총파업을 예고했다.
금융노조는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주요 16개 시중은행을 비롯한 34개 금융기관을 지회로 둔 금융권 최대 노조다. 조합원 수는 9만5000명이며 이번 대회에는 2만여 명이 참여했다.
금융노조 측은 총액기준 8% 임금 인상, 신입행원 삭감 초임 원상복귀,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 근무시간 정상화, 비정규직 임금 인상 등을 내걸었다.
반면 사측은 총액기준 2.1% 임금 인상 검토, 임금 외 다른 안건은 올해 협상 대상 제외라는 입장이다.
만약 다음 달에 은행권의 총파업이 현실화된다면 2000년 7월 이후 11년 만의 총파업으로 금융계에 큰 파란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신입직원 초임 삭감한 속사정은
지난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금융권에는 한 차례 임금체계변동이 있었다.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이 2009년부터 신입직원의 초임을 20% 삭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정부와 은행 측은 “삭감한 비용으로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해 함께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며 신입직원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사측이 기존직원의 임금이 아닌 신입직원의 초임을 삭감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금융권의 노조는 다른 산업군의 노조보다 강력한 결집력을 가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만약 사측이 기존직원의 임금을 섣불리 조정했다면 그 즉시 엄청난 반발과 파업 사태가 닥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사측은 기존직원이 아닌 아직 힘을 갖지 못한 신입직원들의 초임을 삭감하는 보다 안전한 방법을 택한 것이다.
특히 고용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은 2008~2009년은 “뽑아만 주면 충성을 다하겠다”는 입사지원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던 때다. ‘금융권은 고임금’이라는 환상에 젖어 있던 입사지원자들 역시 초임 20% 삭감은 ‘일단 입사한 후 생각해 볼 문제’ 정도로 치부했다.
그러나 입사 후 똑같은 일을 하는 선배가 자신보다 800만~1000만 원이 높은 연봉을 받는 현실은 상대적 박탈감에 불을 지폈다. 또한 평생 받는 급여의 차액은 1억~2억 원이 넘게 벌어진다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모 은행원은 “처음에는 입사했다는 기쁨에 젖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강도 높은 근무와 대비되는 삭감된 연봉 때문에 퇴사를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서는 ‘그래도 은행에 다니니 돈 많이 받지 않느냐’며 팔자 좋은 걱정을 한다고 탓하지만 다 속사정을 몰라서 하는 소리”라며 “아무리 야근을 해도 급여 통장에 찍히는 액수는 약 180만 원 내외인데 이래서는 결혼도 못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해당 신입직원들이 2~3년차에 접어들어 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존직원들도 자신들의 임금 인상 폭과 결부되면서부터 그 심각성을 깨달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단호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장관 이채필)는 지난달 초 ‘공공기관 임금체계의 공정성 제고’ 방안에서 “기존직원의 임금 인상 폭을 낮게 해 그 비용으로 2009년 이후 입사한 신입직원의 임금 인상 폭을 높인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결국 신입직원의 삭감된 초임은 그대로 둔 채 입사 후 3~5년 간 임금 인상 폭을 넓혀 원상 복귀시키겠다는 안이다. 또한 그 비용은 이제 기존직원들이 감당하게 되는 형국으로 2년 전과 대비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에서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며 은행권의 임금체계를 주시하는 상황”이라며 “은행들 마음대로 신입직원의 초임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김나영 기자] nykim@dailypot.co.kr
김나영 기자 nykim@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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