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불도저식 의약정책, 제약업계 반발 불렀다
MB 불도저식 의약정책, 제약업계 반발 불렀다
  • 전수영 기자
  • 입력 2011-09-06 13:18
  • 승인 2011.09.06 13:18
  • 호수 905
  • 4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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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초강수 “약생산 중단”?
뉴시스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 시행을 앞두고 제약업계가 궁지에 몰렸다. 정부는 약값에 포함된 리베이트를 거둬내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제약업계는 다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리베이트가 잘못된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리베이트는 약값에 포함된 것이 아니라 영업이익에서 나온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약가인하가 추진될 경우 제약업계에서는 대량의 실업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인해 ‘생산 중단’이라는 최악의 경우까지 갈 수도 있다며 정부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 주장을 자세히 들어본다.

국민건강보험 재정 안정성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약가인하를 두고 제약업계의 필연적 총파업이 예상된다. 총파업이 진행될 경우 약의 생산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고 그 경우 피해는 국민들에게까지 미칠 수 있어 제약업계의 행보가 주목된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약가인하 정책은 결국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무리수다”라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특히 얼마 전 개각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국회의원으로 돌아갈 진수희 장관을 향해 “진 장관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제대로 된 사업을 추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근거 없는 약가인하 정책을 폈다”고 진 장관을 비판했다.

이어 그는 “상위 제약업체의 연간 영업이익은 10% 내외이고 하위 업체는 3~4%에 불과하다. 전체 제약업계의 이익이 1조 원대임에도 불구하고 약가를 인하하면 1조1천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의 약가인하는 또 다른 복지포퓰리즘”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경기침체로 살림살이가 어려운 국민들에게 약가인하를 통해 혜택을 주는 대신, 제약산업 전체를 붕괴 위기로 몰아넣는 정책은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제약업계의 입장은 정부가 약가인하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시킨다고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가하고 오히려 전체 제약산업이 적자에 허덕이다 고사되는 정책이 될 수밖에 없어 종국에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쟁력 있는 제약사 추진과 건보재정 안정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제약업계는 이런 정부 정책이 전 세계적인 흐름과는 역행되는 정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2009년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세계미래학회에서는 향후 50년간은 제약산업을 필두로 한 BT가 세계적인 큰 흐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제약산업을 죽이는 정책이라는 것이 제약업계의 주장이다.

실제로 “정부가 계속해서 제약산업 죽이기 정책을 편다면 향후 50년은 없다. 아니 우리 국민의 생명을 다국적기업에 맡기는 꼴이 될 수도 있어 걱정된다”는 말이 국내제약사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


제약산업, 고용창출 파급력 5배, 현재로는 제약업계 말살될 가망성 높아

미국의 경우 제약산업의 직접적인 고용창출은 연간 68만 명에 달하며 연관 산업까지로 확대할 경우 350만 명에 달해 5배 이상의 효과를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제약업계에서는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이 내년부터 그대로 실행되면 살아남기 위해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고, 그 수가 2만 명 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처럼 5배의 연관 산업 파급력을 대입할 경우 그 수가 1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내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될 수 있어 더 큰 문제다.

결국 제약업계는 적자를 이겨내기 위해 사업다각화를 꾀하거나 기존 제네릭 시장을 포기하고 일반 약품 생산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우리가 흔히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일반 약품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 질 것이고 자연스럽게 약가인하가 또 한 번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단기적인 현상일 것이며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제약사는 결국 문을 닫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주장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수익을 제네릭에 크게 의존하는 국내 제약산업 구조에서 국내제약사들이 하나 둘 문을 닫게 되면 환자에게 꼭 필요한 제네릭이 사라지게 되고, 이에 따라 다국적제약사의 오리지널을 사용해야만 한다. 결국 국내제약사들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정부 정책이 오히려 다국적제약사들의 경쟁력만 높여주는 꼴이 될 수 있다.

국내제약사는 한 목소리로 “정부에서 리베이트 근절을 외침에 따라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듦과 동시에 국민들이 제약사들을 모리배, 사기꾼 집단으로 몰아붙이고 있어 더욱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정부는 약값에 리베이트 비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그 리베이트 비용을 빼면 약값은 자연스럽게 인하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제약사들은 리베이트가 좋은 모습은 아니라고 인정하면서도 리베이트 비용은 약값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 영업이익에서 일부가 제공되는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성분명 표시, 약 선택권이 또 다른 해법

제약사들은 리베이트가 잘못된 관행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현행 약의 유통구조가 리베이트를 주게끔 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환자들이 병원에서 진료 후에 받는 처방전에는 약품명이 명기 된다. 약국에서는 처방한 약 외에 다른 약을 내줘서는 안 된다.

이런 구조 속에서 제약사들은 자신의 약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병원과 의사에게 리베이트를 주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리베이트를 주지 않을 경우 경쟁 제약사의 약으로 처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제약사들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약품명이 아닌 성분명으로 처방할 경우 리베이트 문제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성분명으로 처방된다면 의사의 경우 특정 제품으로 처방할 수 없기 때문에 제약사가 굳이 병원과 의사에게 접근할 필요가 없게 된다.

다만 지금까지 제약사들이 목소리를 높여 주장할 수 없었던 것은 그럴 경우 약을 납품 받는 병원이나 의사들이 자사의 약을 처방 및 구매하지 않을까에서였다.

국내제약사들은 성분명 처방전과 함께 환자의 약 선택권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약값의 기준을 두고 기준값 이상의 약을 처방받기를 선택할 경우 기준값과의 차액을 환자가 내고, 기준값 이하의 약을 선택할 경우 지금처럼 건강보험으로 처리가 된다면 환자들은 지금처럼 왜 비싼 약을 써야하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지 않아도 되고 나아가 오리지널이 아닌 제네릭을 사용함에 따라 국내제약사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경우 건보재정에도 도움이 된다.

이 제도는 일본에서도 시행되고 있으며 그 효과도 좋다고 국내제약사들은 이 제도의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최후 행동 ‘생산 중단’ 그 책임은?

정부의 약가인하가 시행되는 내년이면 제약업계는 크게 술렁일 전망이다. 영업이익이 줄어든 제약사들은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들을 내쳐야 할 수밖에 없다.

제약업계는 구조조정의 수를 현재 2만 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 수는 미국의 경우를 대입할 경우 관련 업계까지 포함해 1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사 노동자들은 파업을 통해 구조조정을 막으려 할 것이고, 이 경우 자칫 약 생산 중단이 있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렇지만 노조의 파업의 대상은 회사가 아닌 제약업계를 파국으로 몰고 간 정부가 될 가망성이 높아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투쟁이 될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몇몇 제약사들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다만, 아직 정부가 약가인하를 본격적으로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면 아래에 있을 뿐이지 현재도 뇌관에는 불이 붙어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리베이트 문제, 성분명 처방전 문제 등 현재 정부와 제약업계가 갈등을 겪고 있는 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해 집단이 아닌 객관적 입장에 있는 전문가들이 모여 국민보건의 시각으로 정책을 논의해야만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제약산업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어떤 이해관계도 있지 않은 전문가들이 큰 틀에서 정책을 정하고 이것을 제약산업과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불붙은 뇌관의 불을 끄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제약업계는 진수희 장관에 이어 복지부 장관에 내정된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어차피 약가인하를 할 수밖에 없다면 그 시기만이라도 대화를 통해 늦추기를 바라고 있다.

제약업계는 신임 복지부 장관의 결정을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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