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지금…“부정부패 그룹 전체 만연”
이건희 삼성 회장이 내우외환의 위기에 갇혀 탈출구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전 세계 IT업계가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를 계기로 생태계에 변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강력한 경쟁자 애플이 특허소송, 판매금지 가처분 등 파상적 공세를 지속하고 있다. 게다가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와 반도체 가격 하락이 겹쳐 실적부진이 현실화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올해 들어 일부 계열사에서 부정부패가 적발돼 조직 기강에 대한 우려도 가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이미 감사조직을 재정비하고 계열사 내부감사에 치중해 조직을 쇄신하는 한편, S급 인재 확보 및 특허 확보의 중요성 등을 역설하며 위기탈출 해법 제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위기 때마다 정면 돌파를 택해 이를 타개해 온 이 회장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지난 6월 초 삼성테크윈에서 임직원들의 부정이 적발되자, 이 회장은 “내가 없는 사이에 삼성에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이 바로 경질됐고, 재계는 물론 일반인들도 ‘삼성 부정부패’의 실체와 각 계열사의 행보에 비상한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이 회장은 “과거 10년 간 한국이 조금 잘되고 안심이 되니까 이런 현상이 나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세계적인 기업 중 나태와 부정으로 주저앉은 사례가 적지 않다. 삼성도 예외가 아니다”며 자만과 나태가 부정부패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룹 전반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다며 조직쇄신을 위한 감사조직을 대폭 강화했다.
이는 이 회장이 평소 강조해 온 ‘삼성 위기론’과 궤를 같이하며 위기탈출을 위한 하나의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 내에 퍼진 부정부패 골 깊어
또한 삼성테크윈의 조직쇄신이 한창이던 지난 6월, 삼성전자 경기 기흥 반도체단지에서 중소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감가상각이 끝난 칩 생산용 유휴설비 매입 여부에 대한 조사였다.
이 조사에서 A부장이 감가상각이 끝난 장부가액이 ‘0’인 유휴설비를 납품업체들에게 5~7억 원에 팔아 넘겨 2년간 97억 원을 챙겼다는 소문이 단지 내에 퍼졌다. 삼성은 비리에 연루된 A부장을 즉시 해고했고, 이 사건은 현재 검찰에서 조사 중이다.
부정부패의 골이 삼성 내에 깊게 퍼져 있다는 방증이었다. 실제 내부감사 결과, 삼성테크윈 외에도 여러 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이 회장은 즉각적인 대처로 삼성 미래전략실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감사팀의 직급을 한 단계씩 올려 힘을 실어줬다. 또한 그룹 차원의 경영진단팀이 진용을 갖추고 삼성LED와 삼성의료원에 대한 경영진단에 들어갔다.
이는 삼성LED와 삼성의료원 모두 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내부감사인 만큼 그 결과에 대해 삼성 내외부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 경영진단팀 이외에도 계열사 자체적으로 내부감사를 진행 중인 곳이 상당수여서 올해는 ‘감사의 해’로 불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의 한 소식통은 “고강도의 경영진단을 통해 비리뿐 아니라 복지부동한 임원들도 척결대상에 포함된다”며 “삼성 내부적으로 향후 2년 간은 임원의 30% 이상이 교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직된 조직문화 혁신해야
삼성의 내우는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나치게 경직된 조직문화로 창의력이 발휘되지 못하고 의사소통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근시안적인 안목으로 창의적인 인재를 선별하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다. 2004년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개발한 앤디 루빈이 안드로이드를 삼성에 매각하기 위해 방문했다가 문전박대를 당했다는 일화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로 인해 삼성 스스로 현재의 위기를 불러 왔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창양 KAIST 경영대학원 교수는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경제위기와 마찬가지로 급변하는 외부환경 속에서 삼성의 대응 속도가 느린 것은 사실”이라며 “보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올바른 방향제시를 할 수 있는 리더십이 현재 삼성에 가장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흐트러진 삼성 내부를 어떻게 추슬러 다시 한 번 성공신화를 창조해 나갈지 그 리더십의 방향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진우 기자] voreolee@dailypot.co.kr
이진우 기자 voreolee@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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